이것은 고의 살인이다! 저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일 셈인가?
▲10월 12일 아침, 현대중공업 가공소조립부 소속 노동자가 크레인 운반중이던 자재와 대차 사이에 협착되어 목숨을 잃었다.
안전의식 타령은 집어 치워라
지난 12일, 34살 젊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올해만 벌써 열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부인과 2살, 4살 자녀를 남겨 두고 떠났다.
작동해야할 충돌방지센서(충방센서)는 꺼져있었고 브레이크는 풀려있었다. 크레인을 운행하는 노동자라면 잘 알고 있다. 충방센서와 브레이크 미작동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다. 협소한 공간에 서 너 대씩 배치되어 있는 천정크레인이 작업을 위해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하다. 충방센서가 비명을 지르듯 울려대는 경고음에 결코 크레인 두 대가 그렇게 가까이 붙을 수는 없다.
너무나 어이없고 비참한 사고다. 아주 기본적인 예방조치가 안 되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에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그는 오전 취부작업을 위해 빨리 소부재를 배열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노동 강도는 현대중공업 현장의 모든 곳에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사측은 또다시 체인와이어를 체결하고 내려오던 고인과 빨리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정신없이 크레인을 움직여야 했던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안전의식 부재’만 외칠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사고는 안전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 “예방”을 위해 작동해야 했던 센서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게 핵심이다.
이것은 고의 살인이다!
10일 ‘현대안전포럼’이 열렸다. 사측은 11일 “올해 3000여억 원을 들여 안전시설 투자 확대와 …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발표 직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측의 안전캠페인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 보여준다.
형식적 안전캠페인으로 산재를 막을 수는 없다. 이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는 없다. 심지어 사측도 모를 수가 없다. 살인적인 노동조건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중은 핵심 업무의 분사를 밀어붙이고 하청업체를 폐업시키며 하청노동자들이 죽기 살기로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산재사고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수없이 경고했다. 그런데 사측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바로 이게 고의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권오갑을 비롯한 경영진은 바로 살인자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 노동자의 목숨은 한낮 쇠붙이보다 못하단 말인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천 억 원을 앉아서 벌어가는 자들은 버젓이 최대주주로 군림하고 있고 그 아들은 초고속 승진으로 상무자리에 앉았다. 왜 이들의 돈 잔치를 위해, 이들의 이윤 회복을 위해 노동자들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살인자들은 살인을 멈출 생각이 없다. 노동자들의 투쟁만이 막을 수 있다. 현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구조조정 저지에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이 달려 있다. 내 목숨이 달려 있다. 어찌 물러설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