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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위기와 노동자투쟁의 상관관계

노건투 2013.02.06 17:40 조회 수 : 4003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노동자투쟁의 상관관계

“노동자계급의 단결된 투쟁을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노동자투쟁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곧바로 격렬한 노동자투쟁을 불러일으킬까?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 노동자투쟁을 오히려 억압할까?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분명 노동자의 의식과 투쟁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영향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며, 각 요소들이 서로 모순되게 작용한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격렬한 노동자투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닥치면 수많은 노동자들은 실직, 임금삭감, 장시간노동,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위기의 고통을 전가 받는다. 극심한 경제적 궁핍과 고난을 겪는 노동자들 속에서 자본주의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치솟는다.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정반대로 위기의 시대에 더욱 큰 부를 쌓아가는 지배자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분노도 크게 솟구친다. 이러한 요소들은 격렬한 노동자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그 나라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노동자투쟁이 폭발했다. 물론 결정적인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그래도 대공황이라는 조건 속에서 오히려 전례 없는 경제적 성과를 획득하기도 했고, 거대한 산별노조운동이라는 조직적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상관관계.jpg

 

똑같은 1930년대 경제위기였지만, 프랑스에선 대규모 총파업 물결이, 독일에선 파시즘 광기가 몰아쳤다.

 

자본주의 경제위기 앞에서 노동자계급은 역사적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1930년대 대공황 속에서 세계 최대의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을 갖고 있던 독일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히틀러의 파시즘에 패배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의 모든 요소들이 철저하게 말살 당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은 생존의 압박을 과거보다 훨씬 더 크게 받는다. 비참한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는 단결된 투쟁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노동자끼리 뺏고 뺏기는 처절한 생존경쟁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노동자들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힘과 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수록, 또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가로막는 분열 이데올로기가 팽배할수록 생존경쟁으로 내몰리는 압력이 커진다.

 

특히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계층적 분화가 심각하게 전개되면, 경제위기 시대에 노동자계급이 단결 투쟁을 벌이는 데 파멸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 다수의 더욱 가난한 노동자들이 분노의 화살을 자본가계급과 지배세력에게 퍼붓는 대신 노동자계급 상층을 겨냥하게 된다면, 아무리 강력한 노동자운동도 모래성 무너지듯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자계급 내부의 계층적 분화는 단순히 사회경제적 산물만은 아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계층적 분화를 일부러 더 심화시키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수천 년 동안 모든 지배계급이 분할통치를 통해 자신의 지배를 유지해 왔듯이,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 내부를 분열시킴으로써 자신의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다.

 

세계 : 노동자운동의 취약한 준비정도와 대응능력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노동자투쟁의 격렬한 분출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더 처절한 내부 생존경쟁과 그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패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노동자들 속에 노동자계급의 힘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있는가, 또한 노동자계급을 단결시켜내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다시 말해 노동자운동의 정치적·조직적 준비정도와 대응능력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노동자계급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달라진다.

 

2008년을 기점으로 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몇 년째 노동자들이 끔찍한 고통으로 내몰리면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는 노동자투쟁이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아직까지 노동자투쟁이 활성화된 정도는 노동자의 고통이 심화되는 정도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것은 이번 대공황이 시작되기 전에 세계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운동이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치르면서 현실을 새롭게 다시 배워가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노동자들은 조금씩 대응능력을 높여가고 있다. 뼈저린 교훈을 자양분 삼아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힘이 자라나면서, 대공황에 맞설 세계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운동이 건설되어갈 것이다.

 

한국 : 노동자계급의 심각한 분할과 노동자운동의 거듭된 후퇴

 

한국은 어떤가? 지금까지는 매우 우려스럽게 사태가 펼쳐져왔다. 가난한 다수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IMF 이후 15년 동안 경제위기가 계속된 나라였다. 하지만 소수 상층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세계적인 대공황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거듭해온 나라였다.

 

그동안 가장 상층의 대기업 정규직에서부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거쳐 가장 하층의 알바·노인 노동자·장애 노동자·이주 노동자·실업자에 이르기까지 노동자계급 내부에는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개의 계층이 생겨났다.

 

노동자운동은 거듭된 비판에도 스스로를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사실상 가장 상층의 대기업 정규직만을 대변하는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노동자운동은 다수의 가난한 노동자들 속에서 점점 권위를 잃어왔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소수 노동자들은 한때 노동자계급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를 지켜내는 중심세력으로 다수 노동자에게 존중받았지만, 언젠가부터 자기 뱃속만 챙긴다며 손가락질 받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노동자계급의 단결된 투쟁 속에서 전망을 찾을 수 없게 된 다수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지난 대선이 보여주듯이, 최근 들어 과거보다 훨씬 더 어느 한 편의 부르주아정치에 기대를 보내게 됐다. 이것은 거꾸로 노동자정치로 하여금 독립성을 포기하고 야권연대의 부속품으로 굴러 떨어지게 밀어붙이는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아직 가능성은 충분하다 - 전체 노동자계급의 희망을 열어내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펼쳐진 대공황과 경제위기는 격렬한 노동자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오히려 노동자운동을 더욱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그 힘이 작용했다. 여기에는 노동자계급의 사회경제적 분할을 더욱 조장하고 또한 이를 활용해 노동자들 속에 패배주의와 분열주의를 불어넣은 자본가들의 책략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동자계급의 사회경제적 분할을 극복하면서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결집시켜내는 투쟁을 제대로 건설해내지 못한 노동자운동 주체의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본가들은 몇 년 째 되풀이해서 ‘경기호전’을 떠들어댔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대공황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한국경제는 이제 대공황의 한복판으로 더 깊이 빠져 들어가려는 조짐을 보인다.

 

만일 여기서 더 경제가 악화된다면 한국사회에는 정말로 심각한 파장이 밀어닥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한국사회가 밑바닥부터 송두리째 흔들리고 뒤집히는 방향으로 사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만일 노동자운동이 지금의 주체적 한계와 무능력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면, 심화되는 대공황 앞에서 노동자운동은 오히려 더욱 극심하게 후퇴하고 해체당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의 후퇴와 해체는 고스란히 노동자계급 전반의 삶과 권리가 극심하게 후퇴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만일 노동자운동이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결집시켜내는 투쟁의 흐름을 뚫어내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심화되는 대공황은 격렬한 노동자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공황 속에서 오히려 노동자계급은 가장 두드러진 삶의 개선을 쟁취하고 나아가 거대한 가능성을 가진 노동자운동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노동자계급의 힘과 가능성을 굳게 믿고, 노동자계급의 단결된 투쟁이라는 전망을 다시 한 번 또렷이 세워내야 할 때다.

 

대공황과 자본가계급의 공세에 맞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희망을 열어내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곧추세우자! 그러한 결의와 전망으로 노동조합과 현장을 다시 새롭게 조직해나가자! 소수 조직된 노동자들의 작은 울타리를 넘어 다수의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 속으로 과감하게 뻗어나가자! 노동자계급의 단결된 투쟁을 실제로 끌어내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

 

김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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