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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투쟁과 당 건설 ① 1930년대 미국의 사례

노건투 2012.08.21 20:33 조회 수 : 3813

계급투쟁과 당 건설

① 1930년대 미국의 사례

 

 

통진당 사태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기반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곳곳에서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지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장하는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이어진 ‘배타적 지지’라는 장벽이 사라지고 새로운 당 건설 기운이 형성되는 건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다.

 

이런 흐름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뿌리를 내리려면, 그리고 기존 당 운동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새로운 당 건설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조건이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 물결을 활성화하는 노력과 뗄 수 없이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원리다. 투쟁이 살아나지 않은 시기란 노동자들이 사기저하에 빠져 있거나 자신감을 갖지 못한 시기, 또는 체제에 맞서 싸울 필요성이나 계급투쟁의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당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후진성이나 소극적인 분위기를 흡수하게 된다. 그런 당으로 개량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순 없다.

 

반대로 투쟁의 상승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당은 노동자들의 진취적인 도전정신과 패기, 전진하는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당이 등장할 때 비로소 기존 개량정당의 정치적, 조직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

 

1930년대 미국에선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노동자투쟁의 물결을 성공적으로 조직하면서 혁명정당 건설로 나아간 사례가 있다.

 

1929년 대공황의 파도가 휘몰아치고 실업자가 급증하자, 노동자들이 잠시 주눅 들어 있었다. 고립된 채 전개된 몇몇 파업 시도는 이내 실패로 끝났다. 1934년 톨레도의 오토라이트 공장에서 파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과연 이 파업이 얼마나 강하게 전개될 것인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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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의 파업 노동자들. 현장과 거리를 넘나드는 자신감 있는 투쟁이 당 건설의 원동력이 됐다.

 

이 파업에 뛰어들었던 머스티의 노동자당(정치적으로는 중도적이었지만 전투적 성향이 강했던 조직)은 비록 사회주의 전망이 분명한 집단은 아니었지만, 투쟁을 전진시킬 옳은 길을 찾아냈다. 즉 지금 절실한 건 취업 노동자와 실업 노동자의 단결을 성취하는 것이며, 이 파업을 조합원만의 행동으로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투쟁은 계급투쟁으로 전환되는 물꼬를 틔웠다. 그것이 오토라이트 파업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고, 성공적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이 개입한 미니애폴리스의 팀스터노조 파업도 마찬가지였다. 트럭 노동자들의 파업을 ‘조직 노동자’만의 행동으로 한정짓는 대신, 다른 산업과 지역의 노동자들로까지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서 조직 노동자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광범하게 다가서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순회선동이 등장하고, 그것은 곧 노동자투쟁의 고전적인 방법이 됐다.

 

투쟁을 통한 정치적 급진화

 

당시 미국 트로츠키주의운동을 이끌었던 제임스 캐넌은 1934년 파업 물결 속에서 자신의 조직과 머스티의 노동자당이 비록 많은 약점과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협력을 통해 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었으며, 새로운 노동자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했다. 머스티 그룹에게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아직 미국의 노동자들과 대화할 줄 모르는(‘현장을 모르는’) 이국적 단체로 비쳐졌다. 하지만 제임스 캐넌은 1934년의 공동투쟁 경험을 거치면서, 머스티 그룹 노동자들이 “이제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미국어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거꾸로 보면, 상승하는 대중행동 경험을 거치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경계선을 넘어서는 정치적 급진화를 겪게 되고, 자신의 힘을 ‘발견’하게 됐으며, 그 결과 사회주의자들이 제시한 혁명적 전망에 대한 거리감을 극적으로 좁힌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두 조직은 혁명적 지향을 원칙으로 채택한 새로운 노동자당을 함께 건설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투쟁과 성장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936년에 천여 명의 노동자당 당원들이 대대적으로 사회당에 들어갔다. 계급투쟁의 상승 분위기 속에서 급진화되고 있는 새로운 세력과 결합하기 위한 일시적인 입당전술이었다. 입당전술은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사회당 주류의 중도주의에 어떤 환상과 기대도 갖지 않으면서, 사회당이라는 그릇을 이용해 실제 투쟁에 개입하고 선전선동을 확대하면서 또 다른 천여 명의 젊은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해운과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급진화된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급진적이고 계급투쟁적인 분위기가 점점 더 강화되자 사회당 지도부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됐다. 정당이란 계급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투쟁에 복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제 그 정당의 효용성은 끝난 것이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새롭게 조직된 급진적 노동자들과 함께 1937년 후반 일사불란하게 사회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1938년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건설했다.

 

처음에 뿌리를 잘 내려야 한다

 

미국에서 트로츠키주의운동이 시작된 1928년에 그들은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다. 몇 년간의 선전활동으로 3~400명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좀처럼 그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선전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의와 함께 투쟁 물결을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에 전념한 결과, 1934년 대파업을 거치며 전투적인 노동자들과 결합할 수 있었고, 천여 명으로 구성된 노동자당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사회당이라는 좀 더 큰 그릇을 지혜롭게 활용하면서 이천 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그 결과 투쟁 속에서 상승하고 훈련된 급진적 노동자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혁명정당 건설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새로운 당 건설운동도 처음에는 소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에 뿌리를 내리는가에 따라 계속 소수로 남을지 다수로 확대될지 결과가 달라진다. ‘노동자투쟁의 활성화’, 특히 단사 현장에 갇히지 않는 계급투쟁의 전망과 결합할 때 새로운 당 건설운동은 실제적인 전진의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새로운 당 건설을 원하는 노동자가 미국의 사례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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