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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 노개투 총파업의 교훈

진짜 총파업은 아래로부터의 의지를 광범하게 조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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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년 총파업 행진을 벌이는 울산 노동자들

 

1996년 12월 26일 새벽 6시, 국회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악안이 날치기로 처리됐다. 오전 8시 민주노총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자, 그날 14만5천 명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까지 가세하며 연말연시를 뛰어넘어 1997년 1월 18일까지 계속된 총파업에는 연인원 400만 명 이상이 참여했고, 가장 정점에 올랐던 1월 15일에는 35만 명이 참여했다.

 

총파업의 위력은 거대했다. 여론조사에서 65%가 총파업을 지지했고, 94%가 공권력 사용을 반대했다. 자신감이 넘치던 김영삼 정부는 총파업 한 달 만에 식물정권으로 전락했다. 96~97 총파업은 이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수없이 되풀이된 ‘뻥파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 총파업이었다.

 

어떻게 진짜 총파업이 가능했나

 

총파업은 12월 26일 시작된 게 아니었다. 오랜 준비과정이 있었다. 이미 5월초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법 협상을 위해 김영삼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를 규탄하며 총파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9월쯤 김영삼 정부의 정리해고·비정규직 도입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자, 전국의 주요 대공장과 공단에서 총파업 선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총파업을 호소하는 유인물이 쏟아지고, 총파업 결의를 다지는 출근투쟁·중식투쟁·현장순회·사업장집회·지역집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2월초에 이미 전국의 현장은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총파업 승리를 가로막은 관료적 지도부

 

민주노총 지도부는 12월 초로 계획됐던 총파업 돌입을 거듭 늦췄다. 조직보존을 핑계로 내세웠다. 그 때마다 현장에서 비판이 벌집 쑤신 듯 쏟아졌다. 우유부단한 민주노총 지도부도 12월 26일 날치기 사태 앞에서는 도저히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었다.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던 현장의 에너지가 총파업 돌입과 함께 마침내 폭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 수위를 조절하는 데 힘을 쏟았다. 관료적 지도부에 가로막힌 총파업은 힘차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파업과 조업의 혼란 속에서 점점 힘을 잃어갔다. 결국 총파업은 정리해고·비정규직 도입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한 채 소멸됐다.

 

진짜 총파업을 조직해서 끝까지 뻗어나가자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96~97 총파업이 막아내지 못한 정리해고·비정규직제도로 노동자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 속에서 거대한 울림으로 자라났다. 이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정치총파업의 깃발을 드높이 내걸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몇 년째 뻥파업도 선언하지 못할 정도로 약화된 민주노총을 생각한다면 총파업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 속에 자라난 거대한 분노가 있다. 이것이 조직된 노동자의 응집력과 결합될 수 있다면,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정치총파업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96~97 총파업을 재현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96~97 총파업이 보여준 것처럼 아래로부터 노동자의 의지를 광범하게 조직함으로써 뻥파업이 아닌 진짜 총파업을 실현하자. 나아가 노조관료들의 우유부단함과 배신에 가로막히지 않고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의 그날까지 단호하게 총파업을 밀고 나아가자.

 

김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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