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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 노동자계급이 쥐어야 할 해결책

국익과 민족주의로 한미FTA에 맞서는 건 또 다른 패배의 지름길

 

 

 

미국 자본가계급은 한미FTA에 이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빠른 속도로 타결하려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통상대표부 대표는 TPP 최종합의를 2012년 말까지 이루겠다고 11월 30일 밝혔다.

 

TPP는 미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호주, 뉴질랜드, 페루, 칠레의 9개 국가가 서로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태평양을 빙 둘러 새로운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지난 11월까지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고, 예외품목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는 것만 남아 있는 상태다.

 

TPP와 미군의 호주 주둔

 

tpp-fta.jpg 미국이 한미FTA에 이어 TPP까지 빠른 속도로 타결하려는 건, 일차적으로 자본가들이 자유롭게 이윤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대하려는 것이지만, 나아가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데도 그 목표가 있다. 한미FTA와 TPP가 그것의 경제적 수단이라면, 미군의 호주 주둔은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정치군사적 수단이다.

 

11월 16일 호주를 방문한 오바마는 호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부터 호주 본토에 미군 해병 250명을 상시 주둔”시킨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2016년까지 2,500명의 해병과 공군이 호주에 주둔하면서, “미군 전투기와 핵 탑재 함정 등이 호주군 시설을 수시로 이용하는 등 양국 간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는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호주에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했다”면서, 미군 주둔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압박·견제하려는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대공황의 부담을 중국으로

 

이처럼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압박·견제를 본격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대공황의 부담을 중국으로 떠넘기기 위해서다. 대공황이 깊어질수록 미국 자본가계급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대공황에 따른 경제파탄이 미국 내 계급투쟁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 봄 위스콘신 주 공공부문 노동자투쟁이나, 최근의 ‘점거’운동은, 40년 가까이 잠들어있던 미국 노동자계급이 마침내 깨어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제국주의 패권국가 미국의 지배계급은, 노동자계급이 더 깨어나기 전에 대공황과 경제파탄의 부담을 서둘러 다른 나라로 전가할 필요를 느낀다. 그런데 유럽과 일본은 미국 못지않게 경제가 파탄난 상태다. 결국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과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 그 대상일 수밖에 없다.

 

중국 또한 계급투쟁이 두렵다

 

1985년 미국 자본가계급은 일본을 압박해 엔화절상을 관철한 뒤 한동안 일본 자본가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숨통을 돌릴 수 있었다(엔화절상은 엔화의 환율을 떨어뜨림으로서, 미국·일본 간 무역에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반면 일본은 그 여파로 1990년 부동산거품이 터진 뒤 오늘날까지 ‘잃어버린 20년’의 장기침체에 빠져들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세계대공황이 시작된 뒤, 미국은 위안화를 빠르게 큰 폭으로 절상하라고 줄기차게 중국을 압박했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미국의 제조업 재건전략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국은 시늉만 할 뿐,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중국 자본가계급 또한 위안화절상에 따른 수출제조업 위축이 이미 투쟁에 나서기 시작한 중국 노동자계급의 폭발을 낳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1985년 미국은 자국의 정치군사적 패권에 종속돼 있던 일본을 쉽게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정치군사적으로 미국보다 열세이긴 하지만 종속돼 있지는 않다. 중국이 쉽게 굴복하지 않는 데는 이 점 또한 작용한다.

 

재앙을 불러올 미국·중국 자본가들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을 착취·억압한다는 점에서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2008년 세계대공황이 시작되기 전에는 20년 이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각자 자국의 계급투쟁이 폭발할 가능성에 쫓기는 그들의 이해관계는 점점 벌어지고, 충돌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공황이 깊어가는 것과 나란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빠르게 점점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FTA와 TPP, 미군의 호주 주둔은 그 시작을 뜻한다. 나아가 장차 계급투쟁이 격렬해지면 자본가계급은 국가 간 긴장 첨예화와 대결을 적극 추구할 수도 있다. 내부 계급투쟁을 억누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과 핑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긴장이 격화될수록 전쟁을 불러오는 먹구름도 점점 짙어질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대공황과 계급투쟁에 대한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대규모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마치 10년을 끌던 1930년대 대공황이 끝내 2차 세계대전으로 ‘해결’됐듯이 말이다.

 

국익과 민족주의 vs. 노동자 국제주의

 

대공황이 깊어갈수록, 각국의 자본가계급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면서 긴장을 점점 격화시키고, 이를 이용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강화할 것이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포로가 될수록 노동자는 스스로 자기 손발을 쇠사슬로 묶게 될 것이다.

 

생존권과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이 싸워야 할 대상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이다. 노동자계급은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노동자계급과 철저히 연대해 자기 나라 자본가계급에, 나아가 모든 나라 자본가계급에 맞서야 한다.

 

자본가계급이 미국과 중국을 정점으로 점점 더 긴장을 격화시켜 갈 때, 노동자계급은 국제적 연대를 건설하고 점점 강화해나가야 한다. 바로 그것이 국가주의·민족주의 함정과 전쟁의 가능성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해결책’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FTA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를 규탄하는 민족주의 투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국제주의 투쟁이어야 한다. ‘자본가만 살찌우는 한미FTA 분쇄!’ 공동요구로 미국 노동자들과 손을 맞잡고, ‘자본주의 경제위기 자본가가 책임져라’ 공동요구로 중국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런 투쟁이어야 한다.

 

김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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