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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 연재①]

 러시아노동자들은 어떻게 정권교체의 환상을 넘어 전진했는가?

 

 

 

10면 러시아혁명 연재.jpg

이중권력의 한 축이었던 임시정부는 자신들을 믿고 기다리라고만 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럴 수 없었다.

 

 

 


 

올해는 1917년 10월 러시아 노동자혁명 100주년이다. 한 줌 지배자들이 압도적 다수의 생산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해왔던 낡은 사회를 철저히 깨부수고,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를 건설하려 했던 혁명! 이 위대한 혁명은 어떻게 펼쳐졌으며, 우리는 무엇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등을 올해 내내 연재기사를 통해 다루고자 한다.

 


 

 

1917년 2월 혁명으로 러시아에서는 군주제가 무너지고, 부르주아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부르주아 임시정부는 2월 혁명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처하며 대중에게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2월 혁명으로 또 하나의 권력인 노동자병사소비에트가 탄생했는데, 이 소비에트의 집행위원회를 떠맡았던 개량주의자들은 임시정부를 지지하며 대중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촛불시위를 지도했던 한국의 개량주의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과 닮은 데가 있다.

 

 

믿고 기다려라?

 

임시정부는 자신들을 믿고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럴 수 없었다. 부르주아 정치계의 두뇌였던 모스크바대 역사학 교수가 외무장관을, 대기업가가 전쟁장관을, 갑부가 재무장관을, 공작이 수상을 맡는 걸 보고 대중은 “겨우 이것 때문에 우리가 피를 흘렸는가?”라고 반응했다.

 

1차 대전에 참전하고 있었던 수백만 병사에게 혁명이란 듣기 좋은 공문구가 아니라 총알과 포탄으로부터 자기 생명을 지키고, 장교의 주먹으로부터 자기 얼굴을 보호할 권리를 뜻했다. 그래서 그들은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싶어 했다.

 

농민들도 ‘우리는 기다리는 데 지쳤다. 300년 동안이나 기다려 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지주의 토지를 장악하는 등 직접행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가장 단호하게 나선 건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자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삶도 곧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2월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 같은 자신들의 독자적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지속했다.

 

임시정부와 지배자들은 노동자투쟁을 꺾기 위해 온갖 수를 썼다. 가령 ‘노동시간 단축은 전선을 약화시킨다? 전시에 누가 자기 이익만 생각할 수 있는가?’라며 노동자와 병사들을 이간질하려 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전쟁으로 거둬들이는 엄청난 이윤을 수치로 설명하고, 기계소리가 귀를 찢고 용광로가 살인적 열기를 뿜어내며 수많은 노동자를 산재로 희생시키는 공장을 병사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결국 이간질은 실패했고,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할 수 있었다. 이제 노동자들은 몇 시간 자유를 얻어 신문이나 책을 읽고 회의에도 참가하고 사격연습도 하면서 자기 힘을 세상을 바꾸는 데 쓰려고 준비했다.

 

 

참을성 있게 설명하고 끈질기게 조직하기

 

이처럼 가장 앞선 노동자들 속에서는 정권 교체를 넘어 사회혁명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광범위한 대중 속에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거대한 환상이 존재했다.

 

4월에 부르주아임시정부가 영국,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과 손잡고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해 대중의 평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자, 4월 20~21일 노동자와 병사들이 페테르스부르크와 모스크바 등에서 강력한 시위를 벌였다. 그래서 임시정부에 대한 환상이 크게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환상은 꽤 강하게 남아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 레닌은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가들은 폭력이 아니라 속임수로 정세를 지배하고 있다. … 우리의 임무는 아직도 당분간 참을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소중한 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자회사 정규직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등 기만적일지라도 사탕을 내밀며 속임수로 통치하고 있다. 떨어졌다고 해도 지지율이 아직 75%가 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우리는 모든 속임수의 실체를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설명하고 또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자본가계급의 정부일 뿐이라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낼 때,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울 수 있도록 단결투쟁력을 끈질기게 준비해 가야 한다.

 

“병사, 노동자, 병사의 부인, 소상인, 점원, 부모 등의 인간물결이 끊이지 않고 소비에트의 문을 여닫았다. 사람을 찾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눈물로 호소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행동을 강제해냈다. 심지어는 세세한 행동요령까지 알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소비에트는 진정한 혁명정부로 바뀌었다.”

 

당시에 러시아 노동자들은 소비에트라는 혁명기의 대중투쟁기관에 의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국 노동자들이 그런 혁명적 대중투쟁기관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따라서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노조를 만들고, 노조가 있다면 노조를 전투적, 계급적, 정치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끈질기게 분투해야 한다. 현장을 사회주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한다.

 

러시아 노동자들은 끈질긴 노력으로 소비에트를 혁명적으로 강화했기에 10월 혁명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 노동자들의 미래는 문재인 정부의 속임수에 맞서 지금 얼마나 참을성 있게 설명하고, 얼마나 끈질기게 노동자의 단결투쟁력을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자, 병사의 급진화를 보여준 6월 시위

 

자본가들은 2월 혁명의 번갯불에 깜짝 놀라, 첫 몇 주 동안은 노동자들에게 양보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자본가들의 주요 공격 무기는 공장폐쇄였다. 그들은 3월부터 7월까지 수백 개의 공장을 폐쇄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에 따른 물자 부족으로 생활비가 폭등해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고 있던 노동자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노동자들은 공장폐쇄에 맞서 공장위원회를 수립하고 공장과 산업을 직접 통제했다. 이제 ‘공장의 주인은 누구냐. 이 공장과 사회를 누가 누구를 위해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첨예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임시정부와 소비에트의 타협파 지도자들이 전선에서 공세를 밀어붙이며, 수도에 있던 혁명적 병사들을 전선으로 내쫓으려 했기에 병사들의 분노도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그래서 6월 18일 페테르부르크 시위에 노동자, 병사 40만 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위는 “10명의 자본가장관들을 타도하자!”, “[전선의] 공세를 타도하자!”,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처럼 볼셰비키당의 혁명적 구호들로 가득 찼다.

 

노동자와 병사들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임시정부의 기만과 환상을 넘어서며 전진해갔다. 그리고 볼셰비키당은 기만과 환상이 흘러넘치던 시대에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노동자와 병사들과 항상 함께하며 임시정부의 계급적 실체를 끈질기게 폭로하며 미래를 준비했기에 영향력을 확대해 갈 수 있었다.

 

1917년 5월에 트로츠키가 대중에게 3가지 투쟁 규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지금 한국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자본가계급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들을 통제해야 한다. 대중은 자신의 힘만 믿어야 한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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