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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가 보여준 것

노건투 2013.01.23 19:00 조회 수 : 2075

현대차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가 보여준 것

 

 

 

1월 7일부터 18일까지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로 현대차 공장설립 46년 만에 야간노동 없이 공장이 돌았다. 시범실시 전까지 4대 쟁점(특근운영, 조식단가, 간식, 교통비)을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고, 3월부터 노동강도를 전 공장 30UPH UP(시간당 생산량 증대)하는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반쪽짜리 예행연습이었다.

 

수명을 13년 단축시키고, 각종 질병발생률을 높이고, 2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야간교대노동에서 벗어난 2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부품사의 노동자와 가족들은 생활의 큰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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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투쟁 없이 도입되는 껍데기 주간2교대는 자본가의 배를 채워줄 뿐!

주간2교대 시범실시로 새벽에 출근하는 현대차 노동자들. (사진_연합뉴스)

 

전쟁이 따로 없어

 

밤낮 맞교대로 돌아가던 것이 07시~익일 01시 30분까지 2교대로 돌아갔다. 입사 첫 출근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에 현대차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 외에 다른 부품사 노동자들도 있었다. ‘어? 우리만 하는 게 아닌가?’ 출근 후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과 통화한 동료가 일부 부품사도 시범실시를 한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동기화 직서열라인, 즉 현대차공장에서 바로 장착할 큰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식당으로 먼저 달려갔다. 반찬이 달랑 두 개! 일 시작 전부터 불만을 쏟아냈다. 오전 일을 마치고 평소처럼 식당에 갔더니 아뿔싸! 줄서기만 20분 지났고, 10분 밥 먹고, 10분 화장실 갔다가 라인에 들어가니 끝이네. 속이 더부룩한 채 하루 일을 끝내고 대낮에 퇴근한다. 낮에 퇴근하는 것도, 2조 동료들과 마주치는 것도 꽤 어색했다. 공장을 빠져 나오는데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동료들은 1조 퇴근차량과 뒤엉켜 여태 주차장 진입도로에 묶여 있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새벽에 퇴근을 하니 자가용 출근도 확실히 늘었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데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일요일 같기도 하고.

 

둘째 날부터 현장 이야기는 비슷했다. “피치 안 올리고 문제 파악이 되나? 출퇴근 연습하는 시범실시도 아니고.” “1조 할 때는 밤에 자니까 몸도 가뿐하니 좋다.” “2조는 특근하는 기분이야. 쉴 틈도 없이 2시간 40분 연달아 하니까 죽겠다. 새벽에 집에 가서 바로 누워도 4시야.” “밥 먹고 자면 네다섯 시 되는데 야간하고 8시 퇴근이랑 별 차이가 없어.” “출퇴근 하는 거랑 식당 줄서기 연습하는 거 같네. 뭐 당장 임금이랑 인원 어떻게 되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마누라한테 새벽밥 얻어먹기도 미안한데, 식당 아줌마들은 상시주간조에, 교대조에 밥을 몇 번이나 하냐?” “첫날 조식 먹고 더 안 먹었지. 잔업 없다고 간식 안 주니까 8시 매점 열 때 기다리고.” “전쟁이 따로 없어. 안 싸우고 뭐 하나라도 해결 되겠나.”

 

우리만 가면 만사태평일까?

 

정규직은 생산량 맞추면 임금보전한다는 합의라도 했지만, 비정규직은 상황이 다르다. 시급제 노동자가 10+10에서 8+9로 시간이 줄면 임금이 깎이니 다들 월급 걱정이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새벽 1시 30분 퇴근 땐 같은 방향끼리 모여 그나마 택시비 몇 푼을 줄이려고 난리다. 지금도 정규직보다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월부터 피치가 올라가면 일은 빡빡한데 돈은 적게 받는 일이 벌어진다.

 

들어보니 달랑 최저임금 받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더 심각했다. 시범실시를 한 대부분의 부품사들은 현대차 하는 대로 임금삭감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했다. 시범실시를 안 한 직서열 노동자들은 새벽 5시에 일을 마치고 강제퇴근당한다. 2주간 18시간 임금으로 10만 원 넘게 날아갔다. 대부분 최저임금 받는데 시간이 줄어드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며 걱정이다. “130 받는 사람이 30 깎이면 우째 사노? 당장 기름 값 벌게 새벽 2시부터 대리 뛰자.” 노조가 있는 직서열 부품사가 이런데, 노조도 없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오죽할까? “자본만 노나는 거 아이가?”

 

현대차 자본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범실시?

 

“야간노동 철폐하자!” 이것은 새벽에 잠만 자면 건강권이 쟁취된다는 내용이었을까? 피와 땀으로 쟁취한 단체협약이 후퇴했다. 생산량을 기존대로 맞춰야 임금도 그대로 준다는 현대차 자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 결과가 전 공장 통틀어 30UPH UP이다. 자본의 이윤을 챙기는 것에 밀리니 노동강도만 상승한다. 새벽에 몇 시간 잔다고 건강이 좋아질까? 낮에 빡세게 일하고 심야노동을 조금 축소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킬 수는 없다.

 

당장 부품사 노동자들이 불만을 쏘아붙인다. “현대차 정규직이 제대로 가야지. 힘없는 비정규직이나 부품사는 어쩌란 거요? 단순한 일이 아닌데. 야간노동 없애자고 해놓고 법도 위반하는 14시간 특근은 또 뭐요?”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일하는 게 무슨 야간노동 철폐냐?”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밤엔 자자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우리보다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며 고통 받는 주변 노동자들을 보며 지금이라도 더욱 분투하자.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주간연속2교대 시범실시 풍경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1조 출근자는 1시간 10분 일찍 승강장에 나와야 한다(집에서 식사를 하면 부인은 05시 이전에 일어나야 한다). 자가용 출근자는 어둠 속을 질주한다. 주차장 진입 교통신호문제로 불편하다. 통근버스 이용자는 시업시간 20분 전 도착이 불가능해 조식을 못 먹는다. 조식 한 끼니 550원~1,800원 주머니 털어서 먹는다. 식사 질이 떨어져 첫날 식사를 하고 대부분 이튿날부터는 먹지도 않는다. 주간조 간식은 잔업이 없다고 주지 않았다. 점심시간은 40분으로 줄어들어 식당이 수용소 행렬처럼 혼잡하다. 소화도 못 시키고 작업대에 올라야 하니 속이 불편하다.

 

독신자 2조 출근자는 점심을 먹으려고 12시 식당운영시간에 일어난다. 2조 때는 개인퇴근수단이 필요하다. 주차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서 1조 퇴근자와 2조 출근자가 주차장에서부터 교대를 해야 하는데 맞교대라 출근시간이 다 된 작업자는 사설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사설주차장 업주는 본 시행되면 주차비를 기존보다 시간당 1,000원 인상하고 일주일 주차는 안 하고 월 주차로 바꾸겠단다.

 

2조는 1시간 50분 노동하고 10분 쉬던 게 사라진다. 대신 2시간, 2시간 10분, 잔업과 합쳐진 2시간 40분을 노동한다. UPH UP이 안 된 상황에서도 한 타임당 늘어난 노동시간이 아주 힘들다. 01시 30분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2~3시다. 식사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면 04시가 된다. 작업자들은 기존 08시나 2교대 04시나 뭐가 다르냐고 한다. 본 시행 때 UPH UP이 되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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