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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고용-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철도 비정규직

박인국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10면 철도.jpg

2000년대 초반부터 철도청의 정책에 따라 많은 역무업무가 코레일네트웍스로 외주화됐다(.사 진_코레일네트웍스 홈페이지) 

 

 

 


 

철도공사 신임사장이 설 전에 취임해서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철도 비정규직의 직고용-정규직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철도노조는 늦어도 3월 말까지는 정규직전환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를 결판지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철도공사의 공식 입장은 9천여 명의 철도 비정규직 중 17%인 1,600여 명만 직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KN)와 코레일관광개발 등 자회사는 뺐다.

 


 

 

 

철도 비정규직의 설움

 

서울역, 용산역 등에서 표를 팔거나 다른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모두 철도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규직은 드물고, 비정규직이 매우 많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발생하는 사고(취객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이 역 시설을 이용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고 등)도 맡고 있고, 시설물 순회 관리와 사전 안전점검 등 철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많은 역무업무가 2000년대 초반부터 철도청의 정책에 따라 외주화됐다.

 

과거 철도공사 문건에는 “정규직/계약직/외주직원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에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에도 불구하고 보수에는 차이가 존재함”이란 대목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철도공사는 승객과 노동자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용절감 등을 위해 외주화를 밀어붙여 왔다.

 

철도공사가 자회사나 민간위탁업체와 업무위탁 계약을 맺을 때 ‘전적자(철도경력자)의 고용률 20%를 강제’하는 조항을 넣었고, 심지어는 ‘전적자 50% 고용’을 계약조건에 넣은 경우도 있었다. 고령자를 계약직 형태로 뽑아, 인사권자인 사측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주간한국>이 KN 직원 30여 명이 코레일, KN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다고 채용비리 의혹을 폭로했듯이, 온갖 수단을 통해 사측이 통제하기 쉬운 인력 구조를 갖추고 있다.

 

KN 역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과도 긴밀히 연계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가령, 외주 역무원은 <그룹포털>이라는 업무포털을 코레일 역무원들과 함께 사용하며, 이를 통해 코레일 측에 업무 보고를 한다. 외주 역무원의 진짜 사장은 코레일인 셈이다.

 

하지만 KN(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의 기본급은 127만원으로, 철도 정규직 임금보다 훨씬 낮으며, 코레일이 2016 국정감사에 제출한 임금지급 기준인 260만원에 비춰 봐도 절반밖에 안 된다.

 

 

기능조정을 통한 직접고용?

 

최근 문재인 정부(고용노동부)는 자회사는 정규직 전환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철도공사의 자회사들이 용역회사와 다름없고, 용역회사보다도 더 저임금일 정도로 문제가 많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모회사로의 전환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와 입을 맞춘 듯, 노사전문가회의에 참가하는 전문가위원 측도 기능조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능조정이란 무슨 말인가?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을 직고용-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장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기에, 기능조정을 통한 직접고용이란 꼼수를 부리려 하는 것이다. 기능조정이란 어떤 업무는 자회사가 할 업무이고, 어떤 업무는 철도공사가 할 업무라고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비정규직 중 일부만 선별해서 직고용하겠다는 것이며, 그조차도 온전한 정규직화는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은 인천공항 등에 이어 철도에서도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하지 않으면 온전한 정규직화 제로 정책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다.

 

 

“평생 후회하느니 힘껏 싸워보자”

 

이런 상황에서 서재유 철도노조 KN지부장은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비정규직의 설움, (용역)자회사 노동자의 설움을 날려버릴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느니보다는 힘껏 싸워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범위가 모호하며, 상당수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요구는 절대 아니”라고 했다. “매표, 역업무분담, 고객상담업무 등이 모두 철도공사 본연의 업무이므로, 외주업무를 환원해서 직접고용하고 온전하게 정규직화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 KN소속이지만 주차업무, KTX특송, 송내역 상가, 연계교통(KTX셔틀버스) 노동자 등을 처음부터 직고용-정규직화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했던 것은 부끄럽다고 했다. 비정규직 스스로 싸워야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할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의 단결

 

수천 명의 철도 비정규직을 온전하게 정규직화하려면 재정이 많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철도 인건비 총액을 늘리게 하지 못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정규직이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정규직 사이에서 나올 수 있다. 이런 노동자 분열 사태를 피하려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단결해서 철도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철도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것, 즉 외주업무를 환원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그동안 철도공사가 틈만 나면 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하려 했던 것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책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한다면, 철도노조의 힘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정규직이 절실히 원하는 인력충원, 4조2교대 전환,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쟁취할 가능성도 그만큼 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이익은 곧 정규직의 이익이다.

 

서울교통공사, 전교조, 인천공항에서와 달리 철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정규직 흐름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이 최대한 전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지하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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