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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잠정합의 부결이 보여준 것

사회적 고립 넘어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전진해야

 노동자세상 171호 (2018년 1월 3일)

 

 

10면 현대차 부결.jpg

잠정합의안 부결을 선동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들.

 

 

 

12월 23일 현대자동차지부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투표자 대비 50.24% 반대로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연내 잠정합의를 목표로 재교섭에 임했지만 사측이 더 이상 추가 제시 불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교섭이 결렬됐다. 임단협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겼다. 그러자 언론은 노조를 향해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난기사를 쏟아냈다.

 

 

총체적 부실 협상

 

보수언론은 잠정합의안 부결의 원인을 예년보다 줄어든 임금과 성과금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근거로 현대차 노동자들을 ‘돈의 노예’인 양 매도하기 바쁘다. 물론 조합원의 상당수는 기대에 못 미친 임금과 성과금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다. 게다가 정년연장, 정비·모비스 실질임금 확보 무산도 불만을 낳았다.

 

하지만 4월부터 장장 8개월여를 질질 끌어온 협상에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인데도 조합원 다수가 부결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돈때문이 아니다. 실제 9월에 하부영 집행부 당선 이후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요구로 임금과 성과금, 정년 연장에 이어 19%라는 적지 않은조합원이 해고자 복직을 꼽았다. 그런데 해고자 복직도 무산됐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창립 50주년, 노사관계 30주년 특별합의는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대표적으로 단협 41조(신기술 도입 등)를 무력화시키는 데 노조가 합의했다. 가령 신차양산 모듈·맨아워 협의 기간을 90일 이전으로 축소해서 한정했고, 반대로 양산일정은 준수토록 했다.

 

또한 시험차 투입 및 노동강도와 관련한 투입비율(증량) 등을 회사 맘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자본의 노동강도 강화, 공정(인원)축소에 맞서 선배 노동자들이 치열한 투쟁으로 쟁취한 현장권력을 고스란히 사측에 헌납한 것이다. 대신 노사공동으로 품질통제시스템(하이비스) 도입 확대 및 내수 판촉 홍보 동참 등 사측의 회사 살리기 운동에는 적극 협조했다.

 

 

사회적 고립을 넘어서는 길

 

하부영 집행부가 대공장노조의 집단이기주의 공세 등 사회적 고립을 우회하기 위한 대표적 요구로 내세운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사내하청 정규직화 관련해서 2021년까지 3,500명 특별채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과거 사측에게 불법파견 면죄부를 주고, 근속 등의 일부를 적용한 이른바 8.18, 3.15 합의를 그대로 반복했다. 더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 주체와 충분히 협의하지도 않은 채 합의를 강행한 것이다.

 

촉탁계약직 문제 해결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촉탁공정을 2019년까지 현재 인원(2,055명)의 절반으로 감축해서 1,000여 개 공정을 정규직화한다고 합의했다. 이것은 촉탁계약직 전면 폐지가 아니다. 게다가, 공정만 정규직화할 뿐 그 공정에서 일하는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악순환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된 졸속합의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비정규직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주체로 받아들였다면 비정규직지회와 공동으로 투쟁하고, 촉탁계약직을 조직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끼워 넣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이번에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런 얄팍한 방법 대신 비정규직 문제를 도외시한 과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비정규직 조직화 및 공동투쟁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배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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