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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정규직화 강요하는 저들의 거짓 논리를 뛰어넘어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발표

노동자세상 171호 (2018년 1월 3일)

 

 


 

2개 자회사 설립, 2,940명 ‘정규직 전환’

 

생명·안전 업무의 기준은?

노동자 내의 거대한 분열을 허용한 합의

 

 

정부 가이드라인 탓?

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만든 꼴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 생략 …

약화되는 노동자민주주의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금보다 훨씬 강한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과감한 투쟁 만들어야

 

 


 

 

 

 

12면 인천공항_중앙일보.jpg

 

 

 

온전한 의미의 정규직화는 ‘0’명

 

12월 26일 인천공항 노·사·전문가협의회가 ‘정규직 전환’ 합의를 발표했다. 전체비정규직 1만여 명 중 2,940여 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7천여 명은 2개의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한다는 내용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2,940명도 별도직군으로 편성된다.

 

사실상 온전한 의미의 정규직화는 ‘0’명이란 뜻이다. 자회사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공사 직접고용 노동자들보다 낮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임금체계는 직무와 직능(숙련, 근속 등)을 반영해 설계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 비정규직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개 자회사 설립, 2,940명 ‘정규직 전환’을 성과라고 얘기했다. 노·사·전문가협의회가 구성되기 전부터 공사는 자회사를 7~10개나 만들겠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2개 자회사로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사는 원래 850명만을 경쟁채용 방식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는데, 2,940명을 경쟁채용이 아닌 기존 노동자 ‘전환’ 원칙으로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다는 것이다.(관리직 이상은 경쟁채용, 관리직 미만은 면접 및 적격 심사 후 채용)

 

물론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를 얻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합의는 노동자 내의 거대한 분열을 허용한 합의다. 이 치명적 한계와 오류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의 투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천공항지역지부만이 아니라 모든 민주노조가 성찰해야 하는 문제다.

 

 

생명·안전 업무규정 통한 분열을 허용하다

 

이번에 직접 고용 대상자는 소위 생명·안전 업무와 연관되어 있다고 규정된 소방대, 야생동물통제, 보안검색, 보안경비 중 일부다. 공항운영 자회사에는 운영, 환경, 경비(상주직원 검색 제외) 노동자들이 포함되며 시설·시스템 자회사에는 시설·시스템 노동자들이 포함된다.

 

도대체 생명·안전 업무의 기준이 무엇인가? 모든 노동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노동은 소중하다. 하나의 노동이라도 존재하지 않으면 거대한 인천공항은 굴러갈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생명·안전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구분선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본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아주 소모적이고 비현실적인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생명·안전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나누고, 청년선호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를 나누는 저들의 이데올로기는 허울뿐인 정규직화 과정에서도 노동자 분열로 조직력을 약화시키려는 자본과 정부의 치밀한 덫이다. 한국노총 소속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11월 23일 공청회를 기점으로 직접고용 대상자의 공개경쟁채용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이 덫에 스스로 말려 들었다. 그런데 이 덫 자체를 찢지 않으면 투쟁의 파괴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든다.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에서도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원칙이 무너지면서 투쟁동력이 급격히 사라졌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노동자들에게 철저히 불리한 구조

 

작년 8월 31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민주노총 5명과 한국노총 3명을 포함해 노조 측 10명, 사측 10명,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됐다. 노동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전문가들이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한때 노·사·전문가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공사는 이 구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노조의 불참 선언 직후에도 보도자료를 내 “상호 간 이견은 장외가 아닌 협의회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민주노총 산하 노동자 대표가 불참하더라도 한국노총·개별노조·무노조 대표 등 다른 노동자 대표들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노총을 압박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온전히 쟁취할 수 있는 길은 협의회 내 논쟁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이었다. 지난 11월 1일 집회에 1,3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여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자 공사가 태도를 아주 약간이나마 바꾸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계급적 책임감을 다시 고민한다

 

수많은 미조직노동자들의 입장에선 이 정도 합의도 틀림없이 부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 합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전체 노동자계급, 아니 최소한 동종업계 비정규노동 전체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도 인천공항의 결과를 지켜보는 단위가 많았다. 인천공항이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합의의 한계를 두고 정부 가이드라인 탓을 많이 한다. 물론 정부 가이드라인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사실 이번 합의가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버린 꼴이기도 하다. 똑같은 처지에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를 위해 특단의 결의를 만들어내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뛰어넘기 위한 완강한 투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앞에서 얘기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경우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거부하는 대규모 신규채용 합의가 있었을 때 미조직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그 정도 수준도 부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쓰레기 합의’라 부르며 그 합의를 거부했던 중요한 이유도 “우리가 여기서 무너지면 뒤에 따라올 사내하청 동지들에겐 이게 최대 기준, 넘을 수 없는 가이드라인이 되어버린다.

 

우리보다 더 힘들고 처절한 투쟁을 통해서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부담 지우지 말고 우리가 여기서 넘어서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인천공항 합의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평가해야 할 지점은 노동자민주주의 문제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합의안 자체가 이미 확정된 것이란 이유로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는 묻지 않고 합의 추인 여부를 집행부 신임투표와 연결 짓는 방식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합원의 의견보다는 정부와의 합의를 우선시하거나 조합원 총투표를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만든다면 노동자민주주의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강한 단결과 과감한 투쟁

 

2008년 11월 750명으로 출발한 인천공항 지역지부는 지금 3천 8백 명 이상을 조직한 큰 노조로 성장했다. 이번 투쟁에선 전체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온전한 정규직화 문제가 남아있고 인력충원, 노동조건, 임금인상 등 정규직화 과제 이상의 수많은 투쟁 과제가 남아 있다. 인천공항에는 4~5만 명에 이르는 민간기업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투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는 수십 개 업체로 분할된 상태에서 하청업체를 각자 상대해야 했다. 이제는 공사와 자회사를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원청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교섭권 쟁취가 더 중요해졌다. 문재인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금보다 훨씬 강한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과감한 투쟁을 만들 때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고 오류를 극복하며 전진하는 노동자들은 충분히 이런 승리를 만들 수 있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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