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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민낯-가상화폐 신드롬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4면 가상화폐.jpg

 

 

 

‘가상화폐’의 등장은 자본주의 경제에 새로운 충격을 선물하고 있다. 규제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부터 적극적인 인정 정책을 펴는 일본,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아직 명확한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는 한국에 이르기까지 자본가 정부들의 대처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은 엄청난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가상화폐’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금 통용되는 화폐는 ‘진짜’화폐인가?

 

‘가상화폐’라는 표현은 이것이 진짜화폐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진짜 가치를 가지지 않았는데도 가진 것처럼 ‘가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진실이다. 컴퓨터 속에 블록체인 코드로 존재하고 있을 뿐인 비트코인은 아무런 실제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통용되는 화폐들, 가령 달러화, 유로화, 한화는 실제 가치를 갖고 있는 진짜화폐인가? 아니다! 이 종이화폐들은 실제 가치를 갖고 있는 것, 가령 쌀, 자동차, 옷 등과 ‘교환’됨으로써만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종이에 불과하다.

 

만약 종이화폐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이 ‘교환’이 불가능해진다면, 수백억 원의 종이화폐도 기껏해야 추위를 피하는 땔감 역할밖에 못한다. 그 점에서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달러화도, 원화도 모두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이리더움 등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가상화폐일 뿐이다. 그것들을 부르는 정확한 이름은 ‘암호화’ 화폐다.

 

‘진짜’화폐는 무엇인가? 바로 금, 은과 같은 금속화폐다. 금과 은은 인간의 노동을 통해 생산해낸 가치가 들어 있는 진짜화폐다. 가상화폐들의 가치가 추락할 때 금과 은의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원래 화폐라는 표현은 금과 은만을 뜻했다. 종이화폐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태환’화폐라 불렸다.

 

국가의 중앙은행에 보관되어 있는 금, 은과 같은 진짜화폐와 언제든지 교환(태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시장에 유통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가 확장하면서, 채굴이 제한된 금과 은으로는 화폐의 기능을 충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의 신용 하에서 종이화폐는 ‘불태환’화폐가 되었다.

 

언제든지 금, 은으로 더 이상 바꿀 수 없게 된 것인데도,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종이화폐의 교환능력을 정부가 보장해준다는 약속 덕분이었다. 위조지폐를 엄단하고, 사회의 경제적 교환규모에 맞는 적절한 양의 종이화폐를 발행하는 등 정부의 기능이 이 종이화폐의 신용을 규정한다.

 

 

신용화폐의 모순

 

그런데 정부가 경제위기에 빨려 들어가 이 종이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해 안정성을 해친다면, 종이화폐의 신용도는 급격히 추락한다. 한 장의 종이화폐, 가령 5만 원권 화폐 한 장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면, 누구도 이 종이화폐를 갖고 있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사회적 교환에 브레이크를 거는데, ‘화폐공황’이라 불린다.

 

나아가서 국제거래를 가능케 하는 ‘세계화폐’가 필요했는데,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신용을 갖고 있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그 역할을 해야 했다. 바로 미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달러화’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험 요소가 깔려 있다. 가령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고질화되고, 그 결과 미국 중앙정부가 달러화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달러에 대한 신용도가 추락한다. 미국 정부의 경제적 신용도 하락이 달러화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세계경제의 교환 메커니즘을 위기로 내모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교환은 상품교환의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이 상품교환은 상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가치척도의 역할과 함께 상품교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화폐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가 첨예화하면 자본주의 국가의 신용도를 위협하고, 그 결과 신용화폐의 작동이 교란되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화폐공황은 물론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아니고 그 결과이지만, 그런데도 자본주의 위기를 대규모로 증폭시키는 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암호화 화폐

 

암호화 화폐는 국가가 발행하는 신용화폐에 비해 ‘신용도’가 훨씬 낮다. 암호화 화폐의 신용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 화폐의 사용과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이 계약의 사슬을 연계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라 부르는 전자 네트워크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개별 국가를 넘어서는 개인들의 국제적 네트워크이므로 암호화 화폐는 태생적으로 국제 화폐다. 이것은 자본주의 화폐의 주도권을 두고 기존 신용화폐와 충돌하게 된다.

 

자본주의 국가의 신용도에 비해 낮은 신용도는 이 암호화 신용화폐에 불안정성을 각인한다. 수시로 급변하는 가치는 안정적인 가치척도 기능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신용화폐가 갖고 있는 모순을 전면화하며, 수시로 화폐공황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불안정성은 동시에 투기의 원천이 된다. 순식간에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며, 거꾸로 전 재산을 탕진할 기회도 제공한다. 게다가 암호화 화폐는 개별 자본주의 국가가 자신이 발행하는 화폐를 통해 가지고 있던 여러 경제적, 사회적 권한을 박탈하고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 국가들은 암호화 화폐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암호화 화폐에 엄청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가들은 암호화 화폐가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그 위험을 극복하려 한다. 인정하는 국가들은 암호화 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자본주의 국가가 관리 통제함으로써 그 위험을 극복하려 한다.

 

 

암호화 화폐의 미래

 

암호화 화폐의 구체적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미래를 규정하는 요인들은 분명하다. 종이화폐에 비해 그 발행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거래 비용 또한 현저히 낮으며,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적 교환의 용이성 때문에 암호화 화폐는 현재의 종이화폐를 대체하는 신용화폐로 떠오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현재 블록체인의 사슬보다 수십 배, 수백 배로 확장된 사슬로 성장하고 암호화 화폐를 매개한 상품교환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업들이 보편화된다면, 암호화 화폐의 신용도는 개별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의 신용도와 어깨를 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덤 스미스 이래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의 이상, 즉 정부의 어떠한 개입도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 경제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암호화 화폐다.

 

하지만 암호화 화폐의 근본적인 높은 불안정성, 이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는 항상적인 투기와의 결합 위험성, 해킹과 같은 기술적 위험성, 다른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국가의 위상과 통제력의 현저한 약화 등의 요인이 작동한다. 자본가계급과 그 이론가들의 머리는 암호화 화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무계획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위험성을 완전히 전면화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릴 수밖에 없다.

 

결국 암호화 화폐의 미래는 이러저러한 요소들의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다. 다만 다음의 점은 분명하다. 암호화 화폐의 부상은 자본주의 신용화폐가 본래 갖고 있는 모순, 다름 아닌 무계획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다. 화폐의 불안정성의 증대, 이 불안정성에 기생하는 엄청난 투기 행렬의 확대, 화폐교란이 야기하는 생산과 교환의 끊임없는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를 덮칠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하는 수많은 개인이 이 투기 행렬에 가세할 것이다. 이것은 이 위험한 블록체인의 사슬을 사회의 구석구석으로 확장할 것이고, 자본주의 국가마저 결코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잉태할 것이다.

 

이 체제는 비틀거리고 있다. “생산을 계획적으로 통제하고 노동한 만큼 사회로부터 투명하게 분배”받으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는 상식이 작동하는 체제만이 비틀거리는 이 사회를 구원할 수 있다. 바로 사회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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