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그들의 칭찬, 그러나 우리들의 분노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3면 연대기금-참세상.jpg

노사협조주의는 언제나 민주노조를 한층 더 무기력한 처지로 전락시켰다. 지금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지부가 하려는 건 그런 결과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사진_참세상)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지부는 5,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노사 공동부담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노동계가 … 선도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면 일자리 문제 확실히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노동운동도 더 큰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고 또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칭찬으로 화답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안 된다 !  

 

가장 좋게 해석해서, 노사 사회연대기금 제안은 밑바닥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사회적 고립을 타개하면서 노동자운동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표현한다. 조합주의의 포로가 되어,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분리되면서 고립되어 왔던 대기업노조의 수치스런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결단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소중할 것이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사회연대기금 정책이 과연 노동자계급 분열을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은 누가 만들었고, 이 고통으로부터 누가 단물을 빨아먹고 있는가? 바로 재벌들을 비롯한 대자본가들이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절반씩 기금을 나눠 내는 약간의 지출로, 이 대자본가들은 마치 자신들이 살인자가 아니라 구급대원인 것처럼 위장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정규직,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이제껏 다수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비정규직, 실업문제를 조장해온 공동범죄자로 스스로 낙인찍게 된다.

 

이것은 자본가계급에 맞선 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을 단결시키는 것도, 노동자운동을 발전시키는 계기도 결코 아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자기 고통의 원흉이 조직 노동자들이고, 이들이 양보해야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부가 어찌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짜 좋은 의도일까 ?  

 

노사 사회연대기금 제안의 원조 격인 기금이 기아차지부의 ‘나눔과 연대기금’이다. 2015년 기아차지부는 현대차 수준의 임금인상을 사측과 합의하며 파업을 접었지만 비정규직 성과급 삭감을 수용해버렸다.

 

이에 대해 당시에는 같은 기아차노조에 소속되어 있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고자 도입한 것이 정규직들에게 임금을 걷어 비정규직 성과급을 보전해준다는 나눔과 연대기금이었다. 한마디로 자본에 맞선 공동투쟁의 기조를 접고, 노사협조주의의 샛길로 접어들면서 그 책임을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전가한 결과물이었다.

 

그 다음은 무엇이었는가? 바로 그렇게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은 처참하게 무너져내렸고, 급기야 기아차지부는 2017년 ‘1사 1노조’를 총회에 부쳐 아예 폐기해버렸다. 그런데 바로 이 기아차지부가 지금 노사 사회연대기금 제안의 핵심 주체다. 게다가 우리는 알고 있다. 현대차지부를 비롯해 금속노조 대다수 지도자들은 이제껏 비정규직과의 단결투쟁을 사실상 거부하고 방관해온 책임 당사자들이다.

 

금속노조는 이 사회연대 기금의 관리기구로 ‘노사공동 사회공헌위원회’와 같은 노사정협조주의 기구를 제안하고 있다. 어쩌면 투쟁과 단결 속에서 이뤄지는 노동자계급 총단결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도둑질해서, 이제껏 그들이 기업 수준에서 추구해왔던 노사협조주의를 사회적 수준에서 확산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이 ‘사회연대기금’ 제안에 담긴 본심이 아닐까? 불행하게도 이것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다.

 

 

  계급타협전략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이렇게 집약할 수 있다. 우선 자회사 정규직화, 그리고 약간의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제한적인 개량을 통해 비정규직을 비롯한 가난한 노동자들을 자본가 정부의 영향력에 포섭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제한적인 개량이라도 뒷받침할 비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비용을 자본가계급에게 청구할 생각이 없다. 가령 법인세와 주택보유세 대폭인상처럼, 부유한 자들을 수탈해서 그 비용을 조달할 생각이 없다. 그 대신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노동자들을 비롯해,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생각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효과를 노린다. 바로 가난한 노동자들의 비참한 상황을 조직노동자들의 고임금 탓으로 돌려,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런 분열을 통해 노동자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자본가 정부에 포섭하는 것이다.

 

사회연대기금 제안은 이러한 자본가 정부의 계획에 화답하는 것이다. 대규모 노동조합의 기회주의 지도자들의 심리는 이런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들과 계급적으로 단결하지 못한 결과, 대규모 노동조합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말았다. 이런 고립 상황에서 자본가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게다가 우리는 진심으로 투쟁 속에서 단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또한 경제위기 상태에서 대자본가들은 포악해져서, 기업 수준에서 노사협조주의를 통해 떡고물을 받아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현실적인 전략은 자본가 정부를 중매쟁이 삼아, 대자본가들과 타협하는 것이다. 전국, 지역, 산업, 기업별 수준에서 노사정위를 가동해, 계급타협을 끌어내야 한다!”

 

그러한 계급타협의 디딤돌로 사회연대기금이 고안되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대자본과 대노동조합이 공동기금을 조성하고, 이에 대한 자본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결합해 노사정 계급타협 기구를 안착시키는 디딤돌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계급타협 기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가난한 노동자대중에게 ‘코끼리 비스킷 던져주는’ 정도의 얄팍한 개량을 합의한 뒤, 그 배후에서는 대자본가들, 자본가 정부와 대노동조합 관료들 사이에서 거래와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이 거래와 협상의 핵심은 가난한 노동자대중에게 모든 고통을 전가하고, 그 대가로 대노동조합 관료층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노동조합 관료층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 정도의 수준에서 대사업장 정규직노동자들의 권리를 야금야금 희생시키고, 나아가서 자본의 전면 공격을 늦춘 대가로 생산성 증대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도모할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가? 전혀 그렇지 않다.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수십 년 동안 전개되었던 일이다. 그리고 이런 계급타협전략은 이들 나라에서 노동자운동을 수십 년 동안 마비시켜 왔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조직 노동자운동의 활력을 거세하고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온 핵심 장치였다. 바로 이 장치를 문재인 정부는 한국에도 도입하고자 한다.

 

그런데 기회주의적 노조관료들은 이에 화답하고 있다. 사회연대기금 제안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자본가 정부는 그 제안을 극찬하고 있다. 그들의 칭찬만큼 사회연대기금 제안의 본질을 드러내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 치 떨리는 분노로 선언한다. “부끄럽지 않은가?”

 

 

 

 

사회연대기금이 아니라 계급적 단결이 대안

번지르르한 말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

 

 

 

노동자계급 총단결 조직자로 조직노동자운동이 서는 것은 참으로 중차대한 문제다. 노동자계급 총단결 속에서만 자본가계급과 자본가 정부에 맞선 단호하고도 위력적인 투쟁이, 그리고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노동자 정당 건설도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연대기금 제안에 대한 비판이 이제껏 만연해 왔던 조합주의를 조금이라도 정당화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연대기금 제안에 대한 비판은 노사정협조주의를 뚫고 진정한 노동자계급 총단결을 이룩해내기 위한 조직노동자운동의 위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그것을 위한 실천의 길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으로 향해야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노사정협조주의와 조합주의는 한국 노동자운동 속에 존재하는 기회주의의 양 날개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향은 맞은편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지만, 기회주의라는 하나의 몸체에서 자라난 두 개의 머리일 뿐이다. 두 괴물은 서로가 서로의 존립 근거를 제공한다. 노사정협조주의만이 아니라 온갖 형태의 조합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해야만, 진정한 노동자계급 총단결을 이룩할 수 있고 노동자운동의 진군의 나날을 열 수 있다.

 

 

 

중요한 건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현대기아차 지부는 노조가 2,500억 원을 출연하고, 자본이 2,500억 원을 출연한 5,000억 원의 기금 조성을 제안한다. 현대기아차와 연결되어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중소하청 노동자들 숫자만 최소한 수십만이다. 5,000억 원의 기금은 1년에 1인당 월 10만 원의 혜택도 주기 어렵다.

 

그 다음 해부터 제안하는 100억 원의 출연기금은 1인당 몇 천 원 정도 돌려줄 수 있는 재원이다. 한마디로 노사정 협조주의 전략의 가리개 용도가 아닌, 가난한 노동자대중의 실제 삶을 개선하는 용도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껍데기라고 봐야 한다.

 

이런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즉 가난한 노동자들의 실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화, 그리고 중소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로막는 힘은 무엇인가? 바로 원청 대자본의 거대한 착취 구조다. 그리고 원청 자본에 줄을 대서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하면서, 자기 이윤을 챙기는 중소 자본가들이다. 이들 자본가계급은 이런 무지막지한 착취 구조를 통해 매년 수십 조 원의 이윤을 거둬가고 있다.

 

이러한 힘에 대당하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쟁취할 힘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든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을 내걸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원청 대자본을 비롯한 모든 자본가와 완전히 단절하면서, 이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단결해 투쟁하는 조직노동자들이다.

 

이러한 노동자계급 총단결 투쟁의 힘을 통해서만, 자본가들이 노동자들로부터 빼앗은 천문학적 이윤을 되찾아와 노동자계급 생존기금으로 투입할 수 있다.

 

가령 재벌 대기업들이 보유한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노동자계급 생존기금으로 전환시킨다면,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전체 산업에서 노동자계급의 고통을 치유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기금이 단 한 순간에 조성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수백조원의 거대한 재원을 놔두고, 5,000억짜리 푼돈에 매달려야 하는가?

 

그러므로 청년 실업자들, 비정규직노동자들, 영세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운동에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진심으로 함께 단결해서 투쟁하자! 이것 말고 노동자운동을 발전시킬 다른 길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8 [성명] 한국지엠 창원지회의 비정규직 우선해고 합의를 폐기하라 - 배신을 바로 잡고 총고용보장 투쟁을 승리로 이끌자! file 노건투 2017.12.08 276
347 노동시간 단축하랬더니 개악 시도 file 노건투 2017.12.06 79
346 노동자세대의 육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file 노건투 2017.12.06 43
345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투쟁] 노동자 스스로 싸워야만 ‘진짜’를 쟁취할 수 있다 file 노건투 2017.11.23 106
344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투쟁] 비정규직 인원축소, 구조조정의 신호탄- 노동자들에게 책임 떠넘기는 한국지엠 file 노건투 2017.11.22 105
343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투쟁] 끝없는 자동차산업 과잉생산- 그런데도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불합리하다고? file 노건투 2017.11.22 154
342 ['사회적 대화'인가 계급투쟁인가] 정부 기만 뛰어넘자, 노동자 단결로 온전한 정규직화 쟁취하자 file 노건투 2017.11.14 61
341 ['사회적 대화'인가 계급투쟁인가]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 오늘날의 전태일 정신 file 노건투 2017.11.10 97
340 ['사회적 대화'인가 계급투쟁인가] 촛불의 분열, 슬퍼해야 하나 file 노건투 2017.11.10 78
339 [기획] 무기력한 정부가 제국주의 전쟁광을 만나다 - 트럼프 방한 file 노건투 2017.11.09 117
338 ['사회적 대화'인가 계급투쟁인가] 노사정위 둘러싼 과거의 대립 - 민주노총은 왜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투쟁을 선택했던가? file 노건투 2017.11.08 75
337 ['사회적 대화'인가 계급투쟁인가]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란 노동자 노린 사회적 덫 file 노건투 2017.11.08 54
336 [성명] 시대를 역행하고 또다시 비정규직 대량해고하려는 GM자본 -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막아내자 file 노건투 2017.11.03 371
335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투쟁] 문재인 정부가 발톱을 드러내다 민주노총 각개격파 목적으로 추진된 청와대 만찬 file 노건투 2017.10.25 198
334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투쟁] 마침내 갈등 해결사가 등장한 것인가 file 노건투 2017.10.25 77
333 [문재인 정부의 노동통제 전략] ILO 협약 비준 둘러싼 치열한 전투 file 노건투 2017.10.11 101
332 [문재인 정부의 노동통제 전략] 비정규직과의 단결 - 그 속에 노동자운동의 근본 문제가 담겨 있다 file 노건투 2017.10.11 119
331 [문재인 정부의 노동통제 전략] 덫에 올려진 미끼 -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 file 노건투 2017.09.28 161
330 [인터뷰] 노동자 자신의 힘, 연대의 힘 믿고 끝까지 최선 다해 투쟁! - 차헌호 아사히글라스지회 지회장 file 노건투 2017.09.28 278
329 [문재인 정부의 노동통제 전략] 잇따른 불법파견 판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file 노건투 2017.09.27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