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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든 정주노동자든 노동자는 하나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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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트럼프의 다카(DACA, 미등록 이주자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폐지 발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청소년 추방, 국경 장벽, 거지소굴 발언

 

작년 9월, 트럼프는 미등록 이주 청소년들의 추방을 미뤄주는 다카(DACA)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무려 69만 명의 청소년들이 추방 위기에 놓였다.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는 미등록 이주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대신 미국-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는 것을 인정하라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트럼프가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으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커져 미국 연방정부가 3일 동안 셧다운(일시 기능정지)됐다.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 본회의를 열어 2월 8일까지 연방정부에 단기 예산을 지원하기로 해 셧다운은 종료됐다. 이렇게 임시로 봉합하긴 했지만 두 당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다카를 대체할 새 이민법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무조건 포함시켜야 하며, 이민자가 친척의 미국 입국을 보증하는 일명 ‘연쇄 이민’ 제도에도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민자, 특히 다카 수혜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당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이기에 미등록 이주 청년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환상은 금물

 

이 사태를 보면서 공화당은 인종차별적이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고 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역사를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수없이 말하고 행동했던 것을 트럼프가 지금 더 극단적으로, 더 공공연하게 밀어붙이고 있을 뿐이다.

 

수백만 이주민을 쫓아내고, 3,200km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아름다운” 장벽을 세우자는 트럼프의 야만적 주장은 지금까지 미국정부가 날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공격해왔던 것을 큰소리로 떠드는 것일 뿐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1,130km 넘게 야만적 장벽을 세웠으며, 이를 태평양으로까지 확장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체포, 구금, 추방할 수 있는 특별한 국가기관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런 억압기구는 민주당 집권 시절이든 공화당 집권 시절이든 모든 정부에서 수십 년 동안 강화돼 왔다. 따라서 트럼프가 아무리 역겨울지라도, 민주당 같은 지배계급의 다른 파벌에 대해 조금이라도 환상을 가질 이유가 없다.

 

 

트럼프정부의 진짜 노림수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은 무엇보다도 착취할 노동력을 자본가계급에게 제공하는 데 맞춰져 왔다. 자본가계급은 노동력이 많기를, 심지어는 넘쳐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임금은 최대한 적게 주려고 한다. 그 결과 미국 이주노동자들은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다. 특히 합법적 지위를 갖지 않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체포돼 미국에서 쫓겨날 수 있고, 가족과 생이별할 수 있으며, 가족 생계가 파괴당할 수 있어서 더 고통스러워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악선동과 악랄한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의 그런 고통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민 반대 악선동을 펼치는 주요 목적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정주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곳에서든 없는 곳에서든 자본가들이 해왔던 대로, 정주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들의 임금과 복지를 강탈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정주노동자들이 분노를 자신의 진짜 적(자본가)으로부터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도록 하며, 그래서 자본가들이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모두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일어설 때

 

미국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데 항상 성공해온 것은 아니다. 미국 남북전쟁 후 재건기, 19세기와 20세기 대파업운동 때, 20세기 중반 흑인반란처럼 대중투쟁이 펼쳐졌을 때, 노동자계급은 계급적 이익을 방어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공동투쟁 속에서 자기 힘을 통합시켰다.

 

지배계급과 노조관료들의 분열공작에 맞서 노동자계급에겐 이주노동자든 정주노동자든, 흑인노동자든 백인노동자든 모든 노동자를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투쟁정책이 필요하다. 안정된 일자리, 넉넉한 임금, 안전한 노동조건, 양질의 학교와 의료보장제도 등등. 이런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할 때,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들은 자기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거대한 역사적 세력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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