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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거지처럼 살고, 물라들은 신처럼 산다”  *물라 : 특권적인 종교 지배층

물가폭등, 실업, 부패에 맞선 대규모 이란 시위

 

 노동자세상 172호 (2018년 1월 17일)

 

7면 이란 시위_.jpg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졌다.(사진_AP)

 

 

 

물가폭등, 실업, 부패 등에 맞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1주일 넘게 벌어졌다. 시위는 처음에 이란 제2의 도시 마샤드에서 시작된 뒤, 다음날인 12월 29일 테헤란과 수십 개 도시로 번졌다.

 

이 시위로 1월 14일 현재 최소 25명이 죽었다. 한때는 3,700명까지 구금됐는데, 조사 뒤 석방된 사람들이 있어서 14일 기준으로 440~460명이 구금돼 있다. 구금된 시위 참가자의 90% 이상이 25세 미만이라고 한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미국과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이 작은 마을에서 수도 테헤란까지 퍼지도록 수개월에 걸쳐 시위를 준비했다”며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규모 시위를 ‘외부의 조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배자들의 전형적 술책이다.

 

왜 이런 시위가 벌어졌는지는 독립적 노동조직들의 합동 성명서에 잘 나타나 있다. “지금의 대중시위와 집회를 낳은 요구들은 노동자, 교사, 학생, 간호사 그리고 다른 여러 노동자가 수십 년 동안 외쳤던 빈곤, 실업 문제 등이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석유가격을 50% 인상하고,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선출직 공무원의 봉급을 올리자 촉발됐다. 실제로 대중은 1년 넘게 불만을 표출해 왔다. 시위는 여러 지방 도시에서 점점 더 보편화해 왔다.

 

노동자와 퇴직자들은 임금과 연금을 지급받기 위해 시위를 벌여 왔다.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망해버린 여러 부실금융업체 때문에 돈을 잃은 대중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모든 이가 물가가 너무 비싸고, 기본 생필품이 부족하다며 분노해 왔다.

 

이렇게 분노와 저항의 기운이 쌓여 결국 “높은 물가 끝장내자”, “민중은 거지처럼 살고 있는데, 물라들(종교 지배층)은 신처럼 산다”, “(최고지도자)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대통령)로하니에게 죽음을!” 같은 슬로건을 내건 12월 28일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권력을 놓고 싸우는 지배파벌들의 싸움도 이번 시위에 영향을 미치긴 했을 것이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아흐마디네자드는 자신의 정적인 로하니 대통령 일당에 맞서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려 했다. 로하니 대통령 일당이 사법부를 동원해 그의 부패를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 부통령은 “시위 배후세력은 불을 지핀 것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일당을 겨냥해 선전포고했다. 그리고 정부는 대규모 맞불 시위를 조직했다.

 

종교 특권층들(물라)이 좌우하는 이란 신정체제는 과거에 여러 번 도전받았고 미국도 적대해 왔지만, 4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왔다.

탄압 때문에 시위가 당분간 잠잠해질지 아니면 분노가 더 커질지 멀리서는 알 수 없다. 결과가 어떻든 노동자들은 단지 지배집단 내 두 경쟁파벌의 재편을 위해 거리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지배파벌이 권력을 쥔다고 해도 높은 물가, 실업, 소수 기득권층의 경제독점 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줌 지배자들이 노동자계급 위에 군림하고, 여성들에게 무권리를 강요하는 체제는 지배파벌의 교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투쟁을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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