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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 민주화항쟁 넘어 노동자대투쟁으로!

노건투 2011.02.16 13:46 조회 수 : 5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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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를 끝장냈다. 그러나 이집트 노동자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집트 - 민주화항쟁 넘어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집트의 30년 독재자, 무바라크가 결국 물러났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투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 시작이다. 마치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뒤, 한국 노동자들이 7,8,9월 대투쟁을 통해 역사적으로 진출했듯이 이집트 노동자들이 지금 역사적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이집트 노동자들이 87년 6월 항쟁 때의 한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독재 타도 항쟁에 참가해왔고, 훨씬 더 빠르게 ‘정치적 민주화 투쟁’에서 ‘생존권 투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이 독재자에게 결정타를 날리다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과 정치 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1월 25일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새로운 독립노조 연맹인 이집트 독립노조연맹이 만들어졌다. 이 독립노조연맹은 1월 25일 시위를 조직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조직엔 징수원 노조, 연금수령자 노조, 독립교사노조와 보건노동자 노조가 속해 있고 회원수는 2백만 명에 이른다. 독립노조연맹은 매일 시위에 적극 참여하면서 총파업을 호소했다.

 

총파업 첫날인 2월 9일(수) 수십 만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철도노동자들은 철로를 봉쇄했고, 카이로의 공공운수노동자들은 차고지 다섯 군데를 닫아버렸다. 헬완의 군수물자 공장 노동자들도 파업했다. 3천 명이 넘는 수에즈운하 지역의 석유노동자들도 일손을 멈추고 시위를 벌였다. 국영 텔레콤이집트 노동자 5천명도 파업에 돌입했다. 10일에는 6만 2천 명의 운송노동자들을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새로 참가했다.

 

2월 11일에는 철도, 버스, 운하, 철강, 통신, 전력, 국영신문, 섬유, 국립 박물관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전면파업이 벌어졌다. 보수언론조차 ‘이집트 공장의 약 70%가 멈췄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무바라크 퇴진’과 함께 최저 임금인상, 정규직화, 노동조건 개선, 회사 내 부패 척결 등 생존권 요구를 내걸고 파업과 시위에 떨쳐나섰다. 다음 날, 무바라크는 결국 휴양지로 도망쳤다.

 

무바라크 퇴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파업

 

이렇게 조직적 투쟁으로 무바라크 퇴진에 큰 공을 세운 노동자들은 한 순간의 지체도 없이 투쟁을 이어갔다. 13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노동자 70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시나이 반도 북부 아리시에 있는 병원과 광산 노동자 300여명도 파업했다. 이들은 완전 고용과 의료보험 혜택 등의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파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집트 국영은행 노동자들도 근무조건 개선, 은행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했고, 도자기 공장과 방직 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4일 이집트 국영 구급차 운전사들은 카이로에서 구급차 70여대를 세워놓고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국영운송업체 노동자들도 의료보험 혜택 확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운송 노동자는 “월급의 반을 집세로 내고 나면 식료품 살 돈 정도만 남는다. 아이가 병원이라도 가야 한다면 나와 아내는 굶어야 한다”며 ”(무바라크 퇴진 전에는) 조심하지 않으면 체포됐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먹을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영언론사 소속 언론노동자들과 공무원도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부패한 노조 집행부의 사퇴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병원노동자들은 카이로 남부의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수백 명의 경찰도 타흐리르 광장에 몰려가 임금인상, 근무조건 개선,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경찰은 자신들의 월급이 같은 계급 군인의 절반도 안 되는 500~600 이집트파운드(약 10~12만원)밖에 안 되지만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노동자파업은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투쟁에 나선 어느 국영기업 노동자는 “4년 동안 일했는데 아직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면서 “월급도 고작 100이집트파운드(약 2만 2,500원)에 불과하다”고 얘기했다. 특히 무바라크 일가의 숨겨둔 자산이 400~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우리가 언제까지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따라서 무바라크 독재 30년 동안 저임금, 고용불안을 강요당해온 노동자 대부대의 불만이 ‘무바라크 퇴진으로 열린 정치적 공간’에서 앞으로 더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군사위 - 자본가계급의 보루

 

물러난 무바라크의 권력을 최고군사위원회가 물려받았다. 최고군사위원회는 ‘6개월 내 선거를 통해 민정 이양을 끝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최고군사위원회 위원들은 예전에 모두 무바라크가 임명한 자들이며, 무바라크 정권의 기둥 역할을 했던 자들이다. 최고군사위 의장을 맡고 있는 탄타위는 ‘무바라크의 푸들’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자다.

 

또한 군대가 호텔연쇄점, 건설회사, 공장을 경영하고, 거리와 공항을 짓고, 식료품을 생산하면서 이집트 경제의 10% 이상을 통제해 왔기에 그들은 독재정권 아래서 막대한 경제적 이권도 누려왔다.

 

따라서 ‘숨은 지배자’에서 ‘전면에 등장한 지배자’로 바뀐 최고군사위는 노동자파업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분쇄하려 할 것이다. 이미 군대는 13일 타흐리르 광장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기 시작했고, 남아 있던 시위대에게 ‘광장을 떠나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14일 최고군사위는 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파업금지령이 내려질 수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9일 이집트 군대가 불법으로 연행, 감금, 고문한 시위자가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거세지면 군대, 특히 그 지도부는 ‘자본가계급의 최후 보루’라는 자기 본색을 더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무바라크가 퇴진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지낸 엘바라데이는 ‘군대를 믿으라’고 했고,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는 ‘혁명의 주요 목표는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공식 야당 지도자들은 이제 군부와 한편이 되어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전진은 군 지도부 및 공식 야당의 실체를 얼마나 빨리 깨닫고, 얼마나 빨리 독립적인 혁명적 노동자당을 만드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자본가, 미국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가 대중 시위에 직면했을 때 튀니지 자본가들이나 미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 정부는 벤 알리를 버릴 수 있었다.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가 대중 시위에 직면했을 때 미국 등은 튀니지 때보다는 조금 더 주저하긴 했지만 결국 무바라크를 버릴 수 있었다.

 

무바라크가 마지막으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시위가 거세지자, 군대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날 수 있다’고 무바라크에게 경고를 보냈는데, 여기엔 이집트 군대예산 24억 달러 중 13억이나 지원해온 미국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노동자들이 대투쟁에 나서면서 자본가들의 돈보따리를 위협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타격하는 것은 자본가들과 미국 등 제국주의 정부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이집트 노동자들이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면 군부, 자본가들, 미국 등 제국주의 정부와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대결은 ‘자본가계급의 얼굴마담’이었던 ‘무바라크’를 내쫓는 투쟁에서보다 훨씬 더 명료한 계급적 자각과 더 큰 단결투쟁력을 요구한다.

 

모든 독재정권, 자본가들, 제국주의자들에 맞선 중단없는 투쟁

 

이집트 노동자민중이 무바라크를 몰아낸 뒤 아프리카, 중동에서 투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4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수만 명이 벌인 반정부 시위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벤 알리, 무바라크, 다음 순서는 사예드 알리[이란 최고지도자]”라고 외치면서 1만 명의 보안군에 맞서 격렬하게 싸웠다.

 

14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정치개혁과 종교차별 철폐, 민생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예멘에서도 3000여명의 시위대가 32년간 장기 집권해 온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격렬하게 시위했다.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승리가 아프리카, 중동 노동자민중을 고무시키듯이, 이란, 예멘, 바레인 등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노동자민중 투쟁은 이집트 노동자민중을 고무시킬 것이다. 하지만 튀니지에서 과도정부가 ‘혁명은 이제 끝났다’며 파업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이란, 예멘 등 아프리카, 중동의 독재자들이 자국 투쟁을 진압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집트 노동자민중들도 항쟁을 무로 돌리려는 반동세력에 맞서 더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집트 노동자계급이 전진하려면 아프리카, 중동, 더 나아가 세계 노동자계급과 굳건하게 연대해 모든 독재정권, 자본가들, 제국주의자들에 맞선 투쟁을 중단 없이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 노동자계급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집트, 아프리카, 중동 노동자계급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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