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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우리의 외침이 들리나요?

노건투 2016.04.21 11:28 조회 수 : 966

우리의 외침이 들리나요?

 

 

 

제가 있는 대학교에선 지난주부터 민주노총 8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12~2시에, 대학생과 청소경비노동자, 교직원이 모여 함께 쉬운 해고 반대, 재벌에게 세금을, 최저임금 1만 원을 외치며 서명운동을 진행합니다.

 

서명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유인물을 건네도 받지 않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먼저 서명부스로 다가 와서 서명해 주고 가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어떤 발언을 할 때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는지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4면_연세대 서명운동.jpg

 

 

 

 

5,500명 채용에 10만 명 지원

 

역시 학생들은 청년의 미래를 얘기할 때 가장 잘 반응합니다. 뉴스에서 본 바에 따르면 대졸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첫 취업을 한다고 합니다. 문과의 경우엔 대학원에 가서 석사를 따면 비정규직 비율이 60%로 높아지는 웃픈 통계도 있었습니다.

 

또 이런 취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미래가 불투명한 수많은 대졸자가 있습니다. 올해 초에 취업을 안/못한 대졸무직자가 33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나마 대기업에 가면 좀 나을까 싶지만, 대기업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2013년 하반기에 삼성그룹이 5,500명을 뽑는데, 10만여 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대기업에 들어간다 해도, 95천 명의 산업예비군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우리는 장기판의 졸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부서에 배치 받고 처음 사무실에 왔던 날의 충격은 하얗게 쭈욱 늘어선 책상들. 쭈우우우우욱. 살짝 현기증이 일었다. 그게 첨엔 무언지 몰랐는데 수련대회를 지나고 나니까 알겠더라. 나는 그곳에서 대충 30×40 정도 되는 카드 섹션의 (10, 23)인가 아무튼 그런 자리였다. 그렇게 커다랗게 움직이는 카드 섹션의 픽셀 하나. 그건 나를 무진장 초라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무언가 앞에 서 있는 무력함이랄까.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

(삼성 신입사원이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 쓴 글)

 

 

이젠 사회를 우리한테 맞춰요

 

저는 이런 얘기를 하다가, 다음과 같이 끝을 맺습니다. “어쩌면 이런 얘기들은 너무 많이 들어 이젠 지겨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거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지겨워질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사회에 나를 맞추는 데만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어차피 사회는 변하지 않으니까, 나를 사회에 맞추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던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저희는 여기서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사회를 우리에게 맞추자구요. 우리는 이 사회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비록 부족한 답이지만, 함께 고민해 나가기 위해 저희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학생들에겐 지금 무기력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외침을 학생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외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린 더 큰 무기력에 빠져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침 서명운동을 했던 그날, 춘천의 한 중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왔습니다. 대체로 시니컬한 대학생들보다 관심을 가지고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던 한 중학생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대학에 갈 때도 지금처럼 힘겨울까요?”

 

그 대답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겠지요. 한동안 무관심하고 시니컬한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고 해도, 우리는 외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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