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대와 투쟁으로 만드는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들의 안녕한 시간
지난 주말(21-22일), 우리는 밀양을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동화전마을에 가서 농활을 했는데 세 조로 나누어 3~4시간 정도 일했습니다. 우리 조는 먼저 대파를 맡게 되었습니다. 하우스 안에 있는 대파들은 파릇파릇하고 향기로웠습니다. 마트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밭에서 직접 뽑아보니 이 녀석 꽤 예쁘게도 생겼더군요. 파를 조심조심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뽑은 뒤 상한 부분이나 겉껍질을 손질하고 400g씩 포장하면 끝. 우리는 네댓 명이서 열심히도 했습니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주인어머님께서 새참을(!!!!!!!!!!!!) 주셨습니다. 달걀후라이에 김치와 동동주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다 먹어서 그런지, 어머님 요리솜씨가 좋으셔서 그런지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먹고 나서는 다시 힘내서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일도 함께하고 새참도 먹으니 정말 안녕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들의 안녕한 시간
이후에는 영남루에서 유한숙 어르신 추모제를 드리고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파전도 부쳐 먹고 이야기 꽃 피우느라 정신없던 우리는 아침 6시에 기상해 7시쯤 경찰과 한 시간 정도 대치했습니다. 공사장 가는 길에서 30분쯤 기다렸을까요, 동이 틀 무렵 멀리서 대열을 맞춰 다가오는 경찰과 한전 직원들이 보였습니다. 참 미웠습니다. 우리는 스무 명 남짓인데 경찰들은 백 명이 넘어보였고, 우리는 기껏해야 저렴한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저들은 고어텍스 기모 짱짱, 안감 짱짱 옷으로 완전무장을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열세한 우리는 대치하면서 무기력한 마음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렇게 힘도 한 번 못써 보고, 제대로 한번 붙어보지도 못하고, 한전 직원들은 경찰의 보호 속에 공사장으로 올랐습니다. 대체 이곳에서 매일 투쟁하는 할머님들은 무슨 힘으로 버티시는 걸까요? 어떻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싸우시는지, 존경을 넘어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을 무어라고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복잡한 심정을 추스르며 회관으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1박 2일 요점정리, “또 와야겠다”
1박 2일 동안 밀양을 다녀와서 이번에야말로 진짜 할머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낀 것 같습니다. 농활을 하면서는 노동의 소중함과 함께 일할 때의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화도 났습니다. 전국희망버스 때는 워낙 사람이 많아 경찰이 함부로 우릴 건들지도 못했는데, 사람이 없을 때는, 우리들이 약할 때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구요.
방법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치밀하게 연대하고 투쟁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한 명이라도 더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내야 합니다. 우리끼리만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현장을 방문하게 하고 직접 느껴보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1박 2일 경험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또 와야겠다’입니다.
경남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