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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점점 거칠어지는 청소년범죄

표적을 잘못 세우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

 

  학교폭력.jpg

 

 

지난 겨울, 대구의 한 청소년이 물고문 등 집단 따돌림과 폭행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청소년들의 범죄가 나날이 흉악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이 자살하거나 금품갈취, 성폭행, 음주와 흡연 등으로 인해 청소년이 위험하고 무섭다고 모두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학생 간 폭력이나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청소년들을 올바르게되돌려놓겠다며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오히려 억압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들이다. 학생범죄와 마찬가지로 처벌 및 통제 강화라는 정책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두발단속, 복장검사, 야자인원조사 같은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난무하는 현실이 보여주듯, 한국의 학교에선 이미 지나치게 많은 감시와 통제가 있어왔다.

 

이미 실패한 방식

 

여기에 더해 경찰은 12천 명에 달하는 외근형사를 학교, 학원, 공원, PC방 등에 동원하고, 청소년에게 이례적인 구속수사를 일반화하는 등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청소년범죄에 대해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벌을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학내에서는 퇴학, 권고전학 등 극단적인 처벌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공포를 조성해서 현실의 문제를 봉합하려는 방식은 수십 년간 청소년들을 통제해 오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미 그런 방법은 실패해왔다. 청소년범죄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해마다 자살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이 600명에 가깝다. 하루에 두 명 꼴이다. 전체 청소년의 10%가 자살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비참한 느낌을 갖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청소년들이 하루에 14시간 이상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문제는 여러 문제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하다. 학생을 성적으로 평가하고 입시에 반영하는 지금의 교육제도는 약육강식의 경마장 같은 학교를 만들고 있다. 경쟁 때문에 파편화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료들을 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인데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입시전쟁터에서 도태된 학생은 학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잃어버린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학생은 잘 놀 줄 모르고 힘없는 약한 학생을 따돌리거나 폭행과 갈취를 일삼게 된다. 성적 따라 줄 세워진 계급관계를 비뚤어진 방식으로 돌파해보려는 것이다. 이런 소위 문제학생이 어디에서 이런 행태를 배웠겠는가?

 

자본주의 억압체제가 범인

 

가까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일상적인 폭력을 당하는 현실, 사회적으로는 약자에 대한 탄압과 억압으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자본주의 사회의 추한 모습, 돈과 힘이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금권주의가 청소년들을 짓누르며 일그러뜨리고 있지 않은가.

 

힘 센, 권력을 가진 국가와 교육관료들이 학생들을 경쟁시키고 억압하는 공간으로 학교가 남아있는 한, 청소년은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파편화될 것이며, 저항할 수 없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은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학생 간 폭력과 범죄의 진정한 대책은 폭력과 강요가 지배하는 지금의 학교, 경쟁과 배제라는 왜곡으로부터 청소년의 공간인 학교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것은 청소년의 손으로 할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억압에 강력히 거부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이 겪는 억압을 노동자가 눈 감고 있어선 안 된다. 청소년은 억압받는다는 점에서 노동자계급과 다르지 않다. 억압받는 현실에 대해, 쏟아지는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며 투쟁해야 한다.

 

비를 사랑한 소금인형 청소년인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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