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폭탄 삼키기는 이제 그만
폭탄 돌리기
전 세계 자본주의에 폭탄이 떨어지고, 한국 산업의 한 축인 조선소에도 그 폭탄이 날아든다. 본청은 업체에 폭탄을 떠넘긴다. 더 적은 돈으로 같은 생산량을 맞추게 한다. 그러면 업체는 시급을 깎고, 수당을 깎고, 일당을 깎는 방법으로 그 폭탄을 하청 노동자에게 넘긴다. 노동자는 이 폭탄을 받고 갈등한다. 더 이상 떠넘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돌려줄 것인지, 삼킬 것인지. 현재까진 많은 경우 그 폭탄을 삼켜 맨몸으로 견뎌냈다. 아직은 폭탄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과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는 기대가 노동자로 하여금 폭탄을 견디게 한다.
위험! 자본가들의 폭탄 돌리기에 언제까지 우리 삶을 내줄 것인가?(사진_시사IN)
꼭 깎인 임금의 형태로만 폭탄이 넘어오지 않는다. 이 폭탄을 결국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선소를 떠나게 된다. 그 빈자리가 다른 노동자로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 남은 사람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폭탄은 다시 노동자들 속에서 터진다. 어느 순간부터 노동자들은 이 폭탄을 어떻게 막을까보다, 어떻게 충격을 덜 받을까를 고민한다.
위기에 대처하는 회사의 자세
회사는 어렵다, 어쩔 수 없다, 노래를 부른다. 어렵다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래도 월급은 주려고 노력한다면서 동정을 구하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냐면서 바보취급을 한다. 급기야 서로 돕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다. 바지사장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런 회사의 한마디에 많은 노동자가 기죽고 있는 게 사실이다. 뒤로는 다들 욕하지만 앞에서는 말을 못 한다. 대중이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게 마지막이겠지 하는 사장에 대한 기대는 현장의 동료들 간의 단결을 또 다시 방해한다.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현장에서 갖고 있는 힘으로 말하면 위의 상황은 반대가 돼야 한다. 노동과 생산을 하는 것도 노동자고 절대 다수로 모일 수 있는 것도 노동자다. 회사가 사업을 접겠다고 협박하면 충분히 꺼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생산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회계장부를 가져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의 무능과 사기행각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가 조금만 뭉쳐서 힘을 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작은 싸움들은 늘 일어난다. 말 그대로 눈뜨고 코 베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싸움들은 정말로 작기 때문에 쉽게 꺼지고 사라진다. 아직 이 싸움들이 담길 그릇이 우리에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사업장이건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사실 힘들다는 바지사장은 꺼지라고 하면 그만이다. 공장의 주인인체 하는 자본가들에게 진짜 공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계속 폭탄을 떠넘기기만 하는 그들에게 맞서려면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자부심 그리고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목포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