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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손을 잡지 못했다

이민숙 (전교조 해직교사)

 

 

 

5면 전교조_뉴시스.jpg

사진_뉴시스


 

 

논의 과정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전교조에서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물론 그동안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의 고용안정을 둘러싸고 조직 내 입장 차이가 존재해왔으나,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까지 쟁점이 확대되어 찬반 입장이 격돌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전교조 중앙에서는 7월 말~8월 초 교육부의 정규직전환심사위원회(이하 전환위) 참여 여부를 놓고 정규직화에 대한 찬반 입장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8월 11~12일 전국일꾼연수, 8월 12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을 거치면서 우선 전환위에는 불참하는 것을 결정했다. 전교조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찬반 입장 없이 전환위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중집은 이후 조직 내 의견수렴을 거쳐 차기 중집에서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었으나, 8월 23일 중집에서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으로 기우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전교조 공식입장은 대의원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결정도 함께 내렸다.


물론 중집의 결정은 5만 5천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공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외적 공개와 다르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기간제교사 문제를 중심으로) ‘교총에 이어 전교조도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보도를 전면적으로 내보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보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하지 않았다. 또한 현원 영전강의 무기계약 전환 찬성 없이 ‘영전강 제도의 폐지와 (그 자리에) 정규교원의 배치’가 전교조의 입장임이 표명되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민주노총, 전교조 위원장과의 긴급 간담회가 개최되어 5대 단체 대표자 명의로 무기계약 ‘등’으로의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명시한 공동입장서가 나가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8월 23일 중집 결정과 전 조합원 문자 내용, 언론 보도는 사실상 전교조가 학교비정규직인 영전강, 스강(초등스포츠강사), 그리고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영전강(스강 포함)의 경우 제도의 폐지가 우선적으로 표명되고 현원에 대한 (최소한의) 무기계약 언급이 없었으며, 기간제교사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 반대’라는 입장이 표명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기간제교사연합회 등 이해당사자들, 민주노총과 타 노조의 따가운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전교조의 중집 결정과 공동성명서에 대한 해명은 조직 내 혼란을 부추겼으며 결정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전교조 활동가들과 대의원들은 9월 2일 열리는 제77차 전국대의원대회에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음과 같은 안건을 제출하여 조직 안팎의 혼란을 정리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운동에 힘을 보태고자 했다.
 


9월 2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정규직화 찬성 안건

 

<주문사항>

1. 전교조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한다.

2. 전환 대상과 방식은 해당주체가 대정부투쟁 속에서 결정하며, 전교조는 그 투쟁에 연대한다.

3. 전교조는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원정책과 무분별한 강사 직종 신설 등 교원노동유연화 정책을 폐지하고, 교원정원확대와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주체들과 공동 투쟁한다.

 

전교조 중집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중집의 입장을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고 보고로만 처리했기에, 대의원 31명의 발의로 제출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교조 입장’ 심의가 제6호 의안이 되어 논의에 부쳐졌다. 결과는 재석 대의원 247명 중 71명의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대의원 발의자로 참여했고 대표발제를 했던 필자로서는 71표라는 결과를 보면서 세 자리 숫자는 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처음 대대에 별도안건으로 발의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의를 시작할 때는 대표발의자 10명을 채우는 것조차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논의 지형이 어려웠고, 조직화는 더 어려움이 있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71표의 무게

 

이번 논의는 애초에 커다란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일정과 주제(전환 대상) 안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교조가 어떤 입장에서, 무엇에 대하여, 얼마만큼 토론하고 조직의 입장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것인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로부터) 강요된 토론은 사실관계 확인, 해당 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입장 조율 등의 기회를 박탈했고, 현장은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는 사실왜곡(‘영전강은 정규직 교사를 요구한다’ ‘3개월 기간제도 모두 정교사가 되려 한다’ 등)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만연한 경쟁이데올로기, 전문성에 대한 물신 등은 이성적 토론을 가로막았다.


현장교사들의 광범위한 우려를 이해하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 고용안정이 가져다줄 학교현장의 변화, 새로운 교원양성과 임용방안에 대한 모색, 공교육의 질을 향상할 교원 수급 정책의 마련 등을 함께 토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찬성 주장은 노동운동의 원칙과 대의를 앞세워 교육의 특수성과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입장으로 치부되었다. 그러한 조건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71표가 나왔다. 따라서 71은 그 비중을 무게 있게 바라봐야 할 숫자임도 분명하다.
 


다시 시작

 

전교조 대대는 비록 중집 입장 승인은 거부됐지만 대의원안도 부결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집의 ‘정규직 전환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전환위 심의도 ‘정규직 전환 제로’에 가까운 결정으로 끝이 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경로와 재정 마련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은 실종되고, 우려한대로 노노 갈등만 부각됐다.


신자유주의 교원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 책임은 묻히고, 결과적으로 전교조는 수십만 비정규직 강사가 고용불안과 차별 속에 그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묵인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4년 이상 계약해온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재계약 중단 사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사실은 비정규직 해고로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이명박근혜정부 시절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 하루하루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가 정규직에게는 추상적인 구호로만 머물러온 현실을 깨닫는 하루하루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다시 시작임을 믿는다. 이번 전교조의 입장 결정에 대하여 또 다른 부채의식을 안고 살아가게 될 정규직 전교조 조합원들도 많이 있다고 믿는다.

 

끝으로, 전환위 결과를 지켜보며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를 분노로 눈물을 삼켰을 학교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음을 꼭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동지들의 손을 뿌리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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