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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참사

탐욕의 시스템이 수많은 민중의 목숨을 집어삼켰다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5면 밀양화재.JPG

현장을 바꿀 수 있는 노동자의 힘과 권리가 억압될수록 참사의 위험은 커진다.

 

 

 

 불법증축하고도 벌금만 내고 버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로 38명이 죽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전기합선 때문에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세종병원에서 근무한 전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가 최초로 발생한 탈의실엔 낡은 전선과 설비가 많았다고 한다. 세종병원은 환자를 더 받기 위해 불법증축을 했다. 세종병원의 불법증축은 병원 5곳, 요양병원 3곳, 부속동 2곳, 장례식장 2곳 총 12곳이었다. 불법증축한 비 가림막 때문에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병원으로 다시 유입됐다. 불법증축 때문에 밀양시는 23차례에 걸쳐 시정명령과 시정촉구 등의 조치를 내렸지만, 세종병원은 이행강제금 3,041만1,000원만 내고 버텼다.

 

세종병원 3층 301호는 20인실이었다. 돈벌이를 위해 이런 벌집 병실까지 운영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비상발전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1층엔 방화문도 없었다. 화재참사 때마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드러나는 문제다.

 

 

재앙 수준의 인력 부족

 

세종병원에는 의사 3명(비상근 1명 포함),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17명 등 총 26명의 의료진이 있었다. 의료법에 따르면 세종병원엔 의사는 6명, 간호사는 35명이 있어야 했다.

 

입원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 대피하기 힘든 상태였지만 이들을 대피시켜야 할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신체보호대를 착용한 환자가 많아 구조가 지체됐는데, 이것도 인력부족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환자를 돌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체보호대 착용에 의존해 환자를 관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종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감염으로 사망했는데, 사고 당시 16명의 아기가 있었던 신생아 중환자실 인력은 간호사 2명과 전공의 1명이 전부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3~4월 두 달간 전국 100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95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부서 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2.6%에 달했다. 인력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69.8%나 됐고, 사고나 질병에 노출됐다는 응답도 70.8%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9일 “간호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 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는 간호인력 확충을 얘기했다. 그러나 이뤄진 적은 없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쓰기보다는 병원자본가들의 돈벌이만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야간근무 단축, 주5일제 전면시행, 시간외근무 없애기, 휴게시간 보장 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환경 아닌가? 나아가 돈벌이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운영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대폭 늘려야 하지 않겠는가?

 

 

참사 속에서도 빛난 노동자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한 요양보호사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를 끝까지 책임졌다. 치매환자 16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이 요양보호사는 “사실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며 “다만 2014년 많은 환자가 숨진 장성 요양병원 화재를 보면서 평소 불이 나면 요양보호사로서 환자를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의사 한 명, 간호사 한 명, 간호조무사 한 명도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탐욕의 시스템은 노동자의 희생만 찬양하고, 노동자의 힘과 권리는 억압한다. 현장을 바꿀 수 있는 노동자의 힘과 권리가 억압될수록 참사의 위험은 커진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노동자가 자신의 힘을 얼마나 키우는가에 달려 있다. 그 힘을 키울 때만 참사를 막을 수 있고, 피치 못할 사고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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