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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올림픽 : 환상의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4면 평창.JPG

밑 빠진 독으로 빠져나간 막대한 비용이 그냥 사라지진 않는다. 분명히 누군가는 저 밑 빠진 독에 입을 대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공식 파트너’, ‘공식 공급사’ 등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2011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결정되자,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거대행사가 안겨줄 강력한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개최지 확정 직후 한국갤럽에서 ‘평창올림픽 유치로 인한 기대효과’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경제발전’이 4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기대감을 부추기듯, 도처에서 장밋빛 예측이 제시됐다. 산업연구원은 평창올림픽 개최로 대략 20조4,973억 원의 총생산이 유발될 거라고 예상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경총포럼에 참석해 향후 10년간 32조2,000억 원의 경제효과 예상치를 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예상수치를 64조9,000억 원으로까지 끌어올렸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지 않은가? G20 정상회의 개최로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떠벌렸던 이명박 정부! 그 경제효과 수치는 25조 원에서 시작해, 31조 원을 거쳐, 나중에는 450조 원이라는 환상적인 숫자로까지 치솟은 바 있다.

 

 

철 지난 환상

 

경제적으로 본다면 올림픽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평창올림픽의 경우도 애초 책정한 예산은 8조8,000억 원이었지만, 어느덧 14조 원 이상으로 비용이 급상승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많은 시설물의 사후처리 또는 관리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14조 원의 예산 중 10조 원 가까운 비용이 고속철도, 고속도로, 지방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으로 투입됐다. 올림픽 기간에 급격하게 늘어날 유동인구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도로와 철도를 이용할지 의문이다.

 

3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는 1,163억 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오직 개회식과 폐회식만을 위해 몇 차례 사용하고 철거할 예정이다. 이후 시설관리에 대해선 강원도 차원에서든 정부 차원에서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밑 빠진 독으로 빠져나간 막대한 비용이 그냥 사라지진 않는다. 분명히 누군가는 저 밑 빠진 독에 입을 대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공식 파트너’, ‘공식 공급사’ 등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반복되는 악몽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위기로 번져가는 국면에서 미국 자본가정부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이뤄졌다. 자본주의가 장기쇠퇴를 경험한 20세기 이래 올림픽 같은 대형 사업들도 대부분 그런 패턴으로 이뤄졌다.

 

▲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의 나가노는 17조 원의 부채와 엄청난 환경파괴라는 결과를 남기는 것으로 끝났다.

 

▲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도 16조 원의 적자를 남겼다. 그 뒤 그리스에서 벌어진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 2010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개최되기 시작한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은 2016년까지 계속하기로 했지만, 4년간 개최하면서 누적적자가 6,000억 원을 넘겨 결국 행사를 중단한 뒤 지금은 개최 중단에 따른 위약금 협상을 벌이는 처지다.

 

▲ 2010년 동계올림픽을 벌인 캐나다의 밴쿠버 역시 적자 규모가 무려 53조 원에 이른다.

 

▲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은 1조3,336억 원의 적자를 냈고, 이 적자는 해마다 차곡차곡 늘어가는 중이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 회원은 MBC 시사매거진 2580 인터뷰에서 “인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달라”고 평창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 2014년 러시아의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는 사상최대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역시 적자로 끝났고, 실패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올림픽 기간에 북적거렸던 도로, 열차, 항공편 등은 크게 줄거나 폐지되고, 폐업하는 매장이나 숙박업소도 늘어나면서 황량해지고 있다.

 

 

자본의 논리

 

이런 수많은 경험들은 ‘평창 이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평창올림픽 개최 확정 전후로 많은 우려와 비판, 항의가 있었다. 그러나 냉혹한 자본의 논리는 불도저처럼 올림픽을 밀어붙였다.

 

‘그린 올림픽’, ‘지속 가능한 올림픽’ 따위의 구호와는 달리, 단 2주간의 동계올림픽, 3일간의 스키경기를 위해 그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에서 58,000그루의 나무를 베어냈다. 생태계를 존중하지 않는 자본이 올림픽 사업에 동원된 노동자를 존중할 리 없다. 지난해 9월엔 중앙선 KTX 개통시기를 평창올림픽에 맞추기 위해 무모하게 시운전을 강행하다 한 명의 철도노동자가 사망하고 여섯 명이 크게 다친 사고까지 일어났다.

 

행사가 끝나고 적자가 가시화되면 ‘손실의 사회화’ 조치들도 가시화될 것이다. 노동자가 자본가체제를 위해 벌어다준 돈(세금)으로 기업들의 배를 채워주고, 이 때문에 뻥 뚫린 예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복지, 교육, 보건, 재난대비 등을 위한 예산을 졸라맬 것이다. 손실의 사회화란 정확히 말해 손실을 노동자대중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투쟁의 논리

 

평창올림픽의 ‘공식 파트너’들과 정부는 우리가 그저 올림픽 분위기에 도취돼 ‘하나로 화합’하기만을 바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언제 일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노동자들과, 언제 일자리를 가져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취준생들에게, 150만 원의 개회식 A석 입장권은 천국으로 가는 입장권보다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동계올림픽 입장권이 아니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일하며 살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밥 한 끼 먹을 때마다 지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생활임금이 필요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필요하다.

 

자본가들의 체제는 이런 것들 중 어떤 것도 거저 내주지 않는다. 그들의 이윤에 ‘손실’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오직 힘으로 밀어붙일 때에만 저들은 조금씩 토해낸다. 그래서 우리는 자본의 논리에 맞설 노동자들의 ‘투쟁의 논리’를 움켜쥘 수밖에 없다.

 

예컨대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린 2014년, 올림픽이 열린 2016년에 브라질 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예산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대중교통요금을 올리고, 의료, 교육, 치안 등 기본적인 삶을 엉망으로 방치해온 정부가 스포츠행사에 예산을 쏟아붓는 걸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우리에겐 월드컵 따위는 필요 없다”고 외치며 파업을 하고, 시위를 벌였다.

 

우리가 내일 당장 브라질 노동자들처럼 수백만의 투쟁을 조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지 말자. 그것이 저들에게 우리의 삶을 저당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첫 단추다.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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