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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을 보고 눈물 흘리는 지배자들의 위선

 노동자세상 172호 (201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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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이 숱한 화제를 뿌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 영화를 본 문재인은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경찰수뇌부도 영화를 보고 “고(故)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의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치적 계산

 

이런 지배자들의 눈물과 감동, 반성의 이면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박근혜가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자신의 정부를 홍보하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지배자들이 던지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를 가까이는 지난해 촛불투쟁, 멀리는 1987년 6월항쟁의 진정한 계승자로 포장하는 것.

 

하지만 군사독재에 가장 치열하고 비타협적으로 맞서고, 단지 지배자의 얼굴만 바꾸는 껍데기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가장 치열하게 투쟁했던 세력은 누구인가? 바로 노동자계급이었다. 6월항쟁은 직선제 쟁취에 머물렀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멈추지 않고 7·8·9 대투쟁으로 일어섰다. 3개월 만에 수천 개의 민주노조를 만들어 현장을 바꿨다. 지난 촛불투쟁에서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청년실업 해소,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 정권교체 프레임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드러냈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촛불투쟁에서도 “박근혜 하야 반대,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다 노동자민중의 힘이 밀물처럼 터져 나오자 나중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억압과 폭력은 그때만 있었는가?

 

영화 <1987>은 군사독재 시절 지배계급의 잔인한 억압과 폭력, 조작을 날카롭게 고발했고, 그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과연 지배계급의 잔인한 억압과 폭력은 단지 군사독재 시절에만 벌어졌는가? 문재인의 정치적 뿌리이자 그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을 떠올려보자.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노무현은 비정규직법을 개악해 수많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세원테크 이해남, 이현중, 한진중공업 김주익 등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던져 저항했다. 그런데 노무현은 “이제 죽음으로 싸우는 시대는 끝났다”며 냉소했을 뿐이다. 그뿐인가? 한미FTA에 맞서 싸우던 전용철 농민은 집회현장에서 경찰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문재인이 흘린 눈물이 구역질나는 위선에 불과한 이유다.

 

저들은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추모하지만 대우조선 이석규 열사 등 7·8·9 대투쟁 때 죽은 수많은 노동자는 얘기하지 않는다. 1987년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바쳐 저항했는가? 산업재해, 가난, 실업, 불평등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갔던가? 그러나 저들은 결코 얘기할 수 없다. 바로 저들이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항은 계속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뿌리 깊은 보수 이데올로기도 결국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막을 수 없었다. <1987>은 진실과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진실과 정의는 무엇이 돼야 하는가?

 

직선제로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진척됐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가난, 실업, 비정규직, 불평등에 신음하고 있다. 이게 진실이다. 지배자들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자본주의는 수천만 노동자의 고통을 먹고 그대로 살아 있다. 자본주의를 변혁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없애는 것이 오늘 우리가 쟁취해야 할 정의이지 않은가?

 

오지환 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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