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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전면 총파업을 열어가자!

 

 

  반전의 기회는 다가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본의 일방독주다. 조선산업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현대중공업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승패가 조선산업 전체 노동자에게, 나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다른 산업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자들은 계속 밀리고 있다.

 

  노조는 교섭에 매달렸지만 회사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로봇사업부 분사 방침까지 발표했다. 그동안 회사는 전적동의서를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용접·도장 자격시험을 요구했는데, 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격을 취득한 노동자들까지 자택 대기 지침을 내렸다. 하청노동자는 이미 만 4천명이 잘려나갔다. 업체 폐업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의 힘은 강한가?

 

  1989~1990년 현대중공업노조는 골리앗 투쟁으로 상징되는 위력적인 파업으로 전체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었다.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인 현대중공업노조를 깨기 위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1994년 LNG선 점거파업 이후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 동안 어용노조가 집권했다.

 

   누구도 어용노조가 깨지리라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자본은 비정규직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단결을 가로막았고 저항하는 노동자에게는 숨 쉴 곳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다시 일어섰다.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감하면서 민주노조를 선택했다. 자본은 어떤 방법으로도 민주노조의 재등장을 막을 수 없었다. 빈틈없어 보였던 자본의 통제력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자본은 민주노조를 상대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여야 한다. 저들에게는 훨씬 어려운 싸움이다. 민주노조는 이제 현실이다. 또한 예전이라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떡고물이라도 쥐어줄 수 있었겠지만 이젠 상상할 수 없는 얘기다.

 

  따라서 저들은 힘으로 민주노조를 깨야만 어용노조를 다시 세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무기력한 민주노조, 임금 동결을 선언하고 단협 후퇴를 받아들이는 민주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에 매달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저들에게도 노동자의 단결을 막을 묘수는 없다. 저들이 민주노조의 재등장을 막을 수 있었던가? 노동자들이 강력한 전면 파업을 결심한다면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 집행부를 겁줄 수는 있을 것이다. 투쟁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발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로봇 분사화를 발표한 후 곧바로 9일 대상자 설명회를 열고 13일 개인별 동의서를 접수받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 정규직과 비정규직, 희망퇴직 대상자와 비대상자, 분사 부분과 비분사 부문을 갈라 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락호락 당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노동자들에게 쉽게 먹힐 리 없다. 사측은 관리체계를 다시 조이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통제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악랄한 구조조정 때문에 마음속으론 등을 돌린 관리직·사무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승리의 전망이 보이면 노조로 빠르게 다가올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조금씩 일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명확하지 않은가? 승리의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우리 자신의 힘을 믿는 것에 있다는 것이.

 

87년 민주노조2.jpg

<87년 민주노조 결성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대규모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전면 총파업을 열어가자

 

  전적 동의서를 거부하고 자격시험을 거부한 조합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자택 대기 방침이 떨어졌고 회사는 출입을 통제하려 한다. 현장 바깥으로 내 몰기 위해서다. 분사 거부하면, 헌신적으로 싸우면 어떤 꼴이 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로봇 부분 분사를 비롯한 제3, 제4, 제5의 분사와 또 다른 희망퇴직을 마음대로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결정적인 국면에서도 결정적인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추석 이후다. 전적 동의서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자택 대기 지침 같은 탄압 때문에 흩어지는 게 아니라 현장 안에 일상적인 거점을 잡고 더 굳게 싸운다면 노동자들은 큰 용기를 얻을 것이다.


  대규모 천막농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선도적 흐름을 확산시켜야 한다. 다른 부분의 노동자들도 대규모 천막을 치고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을 장악하기 위한 행동을 토론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집단적 결의를 조직해 단호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사측을 무릎 꿇릴 방법은 없다.

 

  전면 총파업 같은 노동자의 강력한 힘이 있어야 여론도 바꿀 수 있다. 노동자의 강력한 힘이 동반된 여론전과 노동자의 강력한 힘이 빠진 여론전은 확성기의 용량에서 비교할 수조차 없다. 물론 전면 총파업 없이도 여론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얘기해준단 말인가? 노동자의 힘이 가장 강력해지는 조건에서의 여론전이 훨씬 힘이 있다.

 

 

노동자를 살려야 한다

 

  경제위기, 조선산업 위기의 대가를 누가 치러야 하는가? 이 위기는 결코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피와 땀과 목숨을 헌납할 의사가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분사 완전 철회, 희망퇴직·업체폐업 완전 중단 요구가 왜 부당한가? 원·하청 총고용보장 쟁취에 따르는 모든 비용은 그동안 노동자의 피땀으로 배를 채워 온 자본가들과 정부가 지불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한가? 오직 해고와 임금삭감과 분사만이 가능하단 말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저들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고려하게 만들면 된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이윤을 포기하게 만들면 된다. 그것은 오직 단호한 투쟁과 연대에 달려 있다.

 

  파업 과정에서 희생을 최소화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 이길 방법은 없다. 나아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싸울 때만 사측과 정부를 한발이라도 물러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전면 총파업은 결코 쉬운 투쟁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생산을 멈출 힘이 있고 연대를 조직할 힘이 있다. 노동자 살리기를 위한 현중 노동자의 전면 총파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장기전을 각오하고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는 문제를 시급히 토론해야 한다.

 

  우리 노동자의 힘을 믿고 가야 한다. 27일 공공부문 노동자 총파업이 시작된다. 현중 만의 고립된 투쟁을 넘어설 가능성이 솟아오르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비정규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고 그들을 더 폭넓게 조직하자. 조합주의를 넘어 전체 노동자의 총단결·총파업을 향해 전진하자.

 

 

사진-현중노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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