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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면 물가인상 불가피하다는

자본주의 신줏단지를 깨야할 때

 

오연홍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노동자세상 172호 (2018년 1월 17일)

 

 

5면 최저임금과 물과인상.jpg

이제 우리의 최저시급은 ‘캬라멜마끼아또님’보다는 높아졌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불만이 많다 !

 

 

 


 

어느 대중소설의 문구를 빌리자면

“모든 정보에는 벡터가 걸려 있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포함한다.

그러니까 모든 정보에는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힘이 내포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저임금인상이 물가를 폭등시키고 있다는 ‘정보’에는…

 

 

여러 언론매체에서 서민의 처지를 걱정하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는 중이다. 기사제목만 보더라도 물가상승 태풍, 새해 물가폭등 조짐, 손 떨리는 서민물가, 외식물가 대란, 생활물가 껑충 같은 자극적인 표현들로 점철돼 있다.

 

이런 기사들이 저격 대상으로 삼은 건 최저임금인상이다. 생활물가가 오르는 것도, 고용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죄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란다.

인건비 때문에 못 살겠다고 외치는 일부 자영업자들, 소상공인 대표자들, 연구자들의 인터뷰와 수치 자료도 적절하게 배치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이들 언론이 쏟아내는 정보에는 어떤 벡터가 걸려 있을까.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거대한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거치며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지배계급 실세들은 박근혜 같은 어릿광대를 자신의 대표자로 세웠다는 사실에 한탄하며 정권교체 압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중의 광범한 불만이 변화의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어느 정도는 개혁적인 행세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장기 대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 따라 한국경제 역시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 자본가계급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들에게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같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놀이는 아무래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고삐를 죄며 속도를 조절하고 싶은 욕구가 자본가계급 내에서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개혁 이미지로 포장된 문재인 세력에게 권력을 위임했지만, 그 권력은 결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거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로 대중 길들이기

 

 

최저임금인상을 비난하는 기사들엔 예외 없이 공통의 전제가 깔려 있다. 임금을 올리면 자동으로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장서서 최저임금인상을 규탄하고 있는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불어난 비용을 업주가 가격에 전가하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1월 15일자,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도그마”)

 

저들의 논리는 아주 간결하다. “임금이 올라 사용주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게 요금을 올리는 이유”라는 것이다(같은 기사). 이와 동일한 멜로디를 여러 언론매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고 되풀이함으로써,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필연적으로 오른다는 생각을 사람들의 뇌리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새겨놓으려 한다.

 

여기에도 당연히 “벡터가 걸려 있다.”

첫째, 이런 주장은 일부 업체나 업종,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서 벌어지는 물가인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싸우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임금을 올리려는 노동자들의 ‘탐욕’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는 식이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동자가 도달하는 결론은 단 하나다. 자신의 마음속에 임금인상을 향한 ‘탐욕’이 자라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는” 노예 같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둘째, 이런 주장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진짜로 물가인상에 책임져야 할 범인을 은닉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1월 9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패스트푸드 업체 롯데리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최저임금이 올라서 가격인상을 검토한 것이 아니”며, “가격 인상에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임대료”라고 한다. 1월 11일자 한겨레 보도에서도 최근 가격을 올린 롯데리아, KFC, 놀부부대찌개 등 업체들에 대한 취재결과 “가격인상에 최저임금이 전혀 영향을주지 않았”으며, 임차료와 원재료 비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십중팔구 매장 인테리어와 원재료 공급권을 쥐고 있는 본사의 사슬에, 그다음엔 다달이 임대료를 뽑아가는 건물 소유주의 사슬에 얽혀 있다.

 

사실 개별 매장 입장에선 경쟁업체들과의 관계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데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자살폭탄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그들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윤 압박, 부동산 재벌의 지속적인 임대료 인상, 특히 최근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유가상승, 그에 따른 각종 부대비용 증가 등이 한데 어우러져, 다시 말해 자본주의 체제 전체의 압력 속에서 개별 업체나 매장들은 물가인상을 선택하게 된다. 진짜로 물가인상에 책임져야 할 범인은 자본주의 그 자체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자본주의 언론들의 비난 캠페인은 사람들의 시야를 엉뚱한 곳으로 돌림으로써, 바로 이 범인을 은닉하는 효과를 노린다.

 

 

우리의 선택은

 

앞에서 인용한 <중앙일보> 기사엔 이런 문구가 있다. 최저임금이 “왜 1만 원이돼야 하는지 근거를 알 수 없다.” 최저임금 1만 원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사는 자들은 당연히 그 근거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자들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발 딛고 선 계급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란 불가능하다. 사회적 합의로 포장된 한쪽의 승리, 한쪽의 패배가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힘이 사태를 해결한다.

 

지배계급 내 강경파는 최저임금인상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투쟁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거론하며 뒷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며 노동자의 무장해제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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