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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계급적 단결을 위한 비정규직 운동의 과제

 노동자세상 171호 (2018년 1월 3일)

 

 

6면 비정규직_참소리.jpg

2010년 현대차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의 분열을 초래하는 신규채용 안을 쓰레기안으로 규정하고 찢어버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던 선진부위가 계급적 대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을 때 비정규직 투쟁은 사회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었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당당하게 계급적 단결을 호소할 수 있었지만 그 헌신이 멈추었을 때 비정규직의 역동성은 사그라들었다.(사진_참소리)

 

 

 

2017년은 문재인 정부가 던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만적인 사기 앞에서 한국 노동자계급운동이 가진 약점이 대낮처럼 훤히 드러난 해였다.

조직노동자운동이 미조직·비정규직노동자와 가난한 청년들의 절실한 요구인 비정규직 철폐, 청년 실업 해결,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를 내걸고 투쟁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미끼’가 던져졌다.

 

 

노동자들은 단결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허울뿐인 정규직화에 만족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인천공항, 전교조, 서울지하철 등 여러 곳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과 규모, 방식, 비용을 둘러싼 분열이 발생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취업준비생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조직노동자운동은 훨씬 더 수세적인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비정규직 투쟁의 권위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비정규직 투쟁은 엄청난 권위를 가졌다. IMF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과 살인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 위험하고 더러운 환경, 비인간적 대우 등을 견디다 못해 투쟁에 나섰다. 비정규직 확대와 비정규직에 대한 가혹한 착취로 위기를 탈출하려던 정부와 자본가들은 공포를 느꼈고, 가공할만한 탄압을 퍼부었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탄압을 극복하며 비정규직 운동이 전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정규직 운동의 핵심 대오들이 계급적 단결 정신으로 과감한 투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의 목동 전화국 점거 농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기아차 비정규직노동자들도 라인을 점거하는 전투적 투쟁을 불사했고, 이랜드, 건설기계, 화물연대, 플랜트 노동자들도 현장점거와 강력한 가두투쟁을 전개했다.

 

 

후퇴를 상징하는 결정적 사건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대법원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수년간 지속되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수많은 노동자에게 계급적 대의에 대한 확신을 불어넣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정규직과의 연대도 끌어냈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 만들기’,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는 그 누구도 감히 비판할 수 없는 정당한 요구였다.

 

하지만 2014년 다수 조합원이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포기하는 신규채용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꺾여 버렸다. 수백억에 이르는 손해배상, 수백 명의 징계와 해고가 떨어지더라도 계급적 대의를 지키려 했던 투쟁이 가라앉은 것이었다. 일부 조합원의 정규직화에 갇히는 조합주의가 우세해졌다. 비록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신규채용을 거부하며 투쟁 지속을 결정했지만 한 번 꺾인 기세를 쉽게 만회할 수는 없었다.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던 선진부위가 계급적 대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을 때 비정규직 투쟁은 사회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었고,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당당하게 계급적 단결을 호소할 수 있었지만 그 헌신이 멈추었을 때 비정규직의 역동성은 사그라들었다.

 

 

계급의 분열

 

물론 비정규직 노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계급적 단결의 기풍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을 노조에서 내쫓는 규약변경 총회를 가결시켰다. 한국지엠에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빼앗는 인소싱을 합의했다. 자동차판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은 몇 년째 막혀있다. 연대는 말잔치뿐이다. 기만적일 뿐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조차도 일부 정규직노조에서는 반대한다.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마주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제 계급적 단결은 포기해야 하는가? 계급적 단결이란 더 이상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무기가 될 수 없는가? 누구도 쉽게 ‘그렇다’고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 역사 자체가 보여주듯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노력했을 때 비정규직 투쟁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비정규직의 조직화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는 일부터 돌아봐야 한다. 비조합원의 해고를 용인하는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에게 ‘단결’을 호소한다면,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촉탁직(직접 계약 단기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조합 가입을 배제하려고 규약 개정을 시도했던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비정규직과의 분리총회를 가결시킨 기아차에 비해 계급적 정당성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블라인드 교섭에서 볼 수 있듯 비정규직 노조에서도 중재교섭, 밀실교섭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스스로 계급적 단결과 민주노조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때, 스스로를 단결의 구심으로 세워 낼 때 비정규직 운동의 권위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 한국지엠 자본과 정규직 노조는 장기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단기직 자리를 치고 들어가는 전환배치를 받아들이면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창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계급적 단결의 정신을 사수하며 투쟁하고 있다.

 

“단기직을 내쫓고 고용을 보장받으라는 비열한 술책을 중단하라. 나 살자고 동료를 쫓아낼 수는 없다.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최소한 이런 계급적 단결 정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고,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당당히 함께 단결해 싸우자는 호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진정성이 정규직노동자들 속에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활동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결단을 촉구함으로써 아직은 작지만 소중한 연대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단결을 만들기 위해 결집하자!

 

지난 12월 16일에는 50여 명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과 과제 비정규직 대토론회>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선언과 정규직 전환 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 각 사업장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정규직 노조들의 배신적 행동에 대한 성토가 이뤄지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자주적, 조직적 단결과 투쟁을 위한 전국단위의 조직적 전망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수년 동안 산별과 지역을 넘어서는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의 소통과 연대가 부족했다. 결집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모이는 것만으로 운동의 전진이 자동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정규직 노조의 약점뿐 아니라 비정규직 운동에도 파고든 조합주의, 타협주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정규직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장서 투쟁을 조직하고 맹렬하게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결집해야 한다.

 

정부의 시혜에 기대어 교섭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조직화와 공동투쟁을 조직함으로써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운동까지 계급적 단결로 이끄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나아갈 때 비정규직 운동 주체들의 결집은 정당한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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