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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

 

박인국

 

 

 

7면 러시아혁명 계승.jpg

 

 

 

‘촛불혁명’을 넘어서는 진짜 혁명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노동자의 삶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정규직화 제로 정책일 뿐이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곳곳에서 물거품이 되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도 중복할증 반대와 단계별 시행으로 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모든 한계는 문재인 정부가 또 하나의 자본가정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 ‘촛불혁명’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1주일에 한 번 거리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목이 터져라 계속 외치고, 최저임금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끔 외치는 온건한 저항으로는 자본가정부의 얼굴마담만 바꿀 수 있을 뿐 노동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노동자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노동자혁명으로 뒤엎어야 한다.

 

 

개량이 아닌 혁명

 

지금의 수많은 민주노조는 87년 6월항쟁에 뒤이은 7, 8, 9 노동자대투쟁 덕분에 노조도 만들고, 임금도 올리며, 노동조건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97~98년 IMF위기와 2008년 이후 세계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자본가계급의 공세가 강해져 노동조건 후퇴, 임금복지 동결 및 삭감, 외주화·비정규직 확대, 노조 무력화 과정을 겪어 왔다. 특히 회사나 국가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조선산업 대량감원 등이 잘 보여주듯 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려야 했다.

 

이런 경험은 노동자계급이 임금인상, 노동강도 완화, 정규직화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싸워야 하지만, 그런 개량만 추구해서는 안 되며 선배 러시아 노동자계급처럼 노동자혁명을 통한 노동자해방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가르쳐준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혁명은 중국, 쿠바, 베트남 등에서 벌어졌던 소부르주아 지식인, 농민 중심의 민족해방혁명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이 역사의 무대 전면에 뛰어올라 자기 운명을 바꾸는 노동자혁명이 필요하다.

 

이런 노동자혁명은 러시아에서만 유일하게 성공했기에, 우리는 러시아 10월혁명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또한 우리는 1917년 10월혁명으로 건설한 노동자권력과 스탈린 반동권력 사이에는 ‘피의 강’이 흐른다는 점을 거듭해서 분명하게 제기해야 한다.

 

 

노동자혁명의 사활적 무기 - 혁명정당

 

독일, 이탈리아, 중국,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노동자혁명이 실패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만 혁명정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 10월혁명을 통해 혁명정당 사상을 사활적으로 계승해야 한다. 혁명정당은 무엇보다 노동자혁명 강령으로 무장해야 한다.

 

개량주의, 의회주의, 조합주의, 민족주의 등 온갖 기회주의와 확실하게 단절하고 세계노동자혁명 강령으로 무장할 때만 명실상부한 혁명정당 건설을 향해 첫걸음을 뗄 수 있다.

 

혁명정당은 노동자계급의 의식적이고 계급적인 전위다. 광범위한 노동자들을 하나로 결속시켜, 주로 노동자의 당면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조합이나 그 연장선에 있는 이러저러한 현장활동가조직은 혁명조직과 긴밀히 결합하지 않으면 자본가계급의 거대한 압력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없다. 그렇기에 혁명조직은 노조나 현장조직 뒤로 숨어서는 안 되며, 사상적, 정치적, 조직적 독자성을 갖고 노동자계급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올바른 정책, 헌신적 실천으로 그들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얻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전술을 구사하려면 먼저 그럴 만한 힘을 갖춰야 한다. 혁명조직이 현장에서 실체를 갖지 못하면, 혁명조직의 전술이란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혁명조직이 현장에 아주 작더라도 기반을 갖고 있다면, 상황 변화를 고려해 전술을 탄력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1917년 4월, 7월 시위 때 레닌은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라’며 성급하게 봉기하려는 경향에 맞서기도 했다.

 

반면 1917년 9~10월에는 페체르부르크, 모스크바 등 여러 도시에서 노동자계급이 볼셰비키를 지지하며 노동자혁명을 원하고 있었고, 농민 반란, 민족해방투쟁의 불길도 타오르고 있었기에 ‘대담하라, 대담하라 또 대담하라’며 강하게 봉기를 밀어붙였다.

 

이처럼 러시아혁명은 혁명가들이 상황 변화에 맞춰 빠르게 전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풍부하고 생생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는 광대한 보물창고다. 따라서 전술 영역에서도 러시아혁명의 광산을 캐고 또 캐면서 현실 운동을 밀어나가야 한다.

 

 

노조 관료제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자

 

러시아 노동자혁명은 다른 나라 노동자계급이 따르고 배워야 할 수많은 ‘보편적 모범’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는 ‘특수한 차이’도 있다. 100년 전 러시아와 달리 지금 한국에서는 노동자운동을 가로막는 노조 관료, 개량정당 등 노동자운동에 대한 통제장치가 거대하게 발전해 있다.

 

따라서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노동자혁명으로 전진하기 위해 관료주의, 의회주의 등에 맞선 지난한 투쟁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점에서 보자면 러시아혁명의 방식을 기계적으로 따를 수는 없다.

 

하지만 관료제에 맞선 투쟁에서도 러시아혁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10월 혁명이 성공한 다음 노동자권력과 혁명정당 안에서 등장한 관료제에 맞서 레닌은 죽을 때까지 필사적으로 싸웠다. 이런 투쟁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고귀한 무기고다.

 

한편, 지금의 한국처럼 부르주아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서유럽 사회에서 로자 룩셈부르크, 그람시 등의 혁명가들이 노조관료, 개량정당 관료들에 맞서 펼쳤던 투쟁에서도 철저히 배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우리 스스로 능동적으로 실천하면서 관료주의에 맞선 노동자계급 투쟁의 정신과 방법을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국제주의

 

레닌과 트로츠키는 기회 있을 때마다 “러시아 혁명의 운명은 세계혁명의 발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국제주의는 노동자혁명의 생명이었다. 1918~1923 독일혁명의 패배는 특히 러시아 노동자권력에 치명타를 입혔다. 볼셰비키는 러시아혁명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실패했다. 선배혁명가들이 실패한 지점에서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100년 전에 비해 세계노동자계급의 수는 몇십 배 증가했다. 잠재력의 증가는 숫자의 증가를 능가할 수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잠재력이 꽤 잠들어 있지만) 세계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은 몇백 배 더 증가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이런 잠재력이 거침없이 터져 나올 수 있도록 도울 노동자계급 혁명세력의 숫자와 역량이다.

 

트로츠키는 “인류의 위기는 노동자계급 지도력의 위기로 귀결된다”고 했다. 그렇다. 1917년 10월 러시아혁명이 열어젖힌 위대한 세계혁명의 가능성이 사라지고, 1930년대 세계대공황, 히틀러의 600만 유대인 대학살, 5,000만 명 이상을 희생시킨 2차 세계대전이 인류를 습격한 것은 세계 혁명정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극의 되풀이를 막고,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불러오는 야만을 끝장내고 새로운 인류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노동자계급 세계혁명정당 건설의 길에 힘차게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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