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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선거- 우리 운동의 진정한 원동력을 질문한다

 

 

 

8면 민주노총 선거.jpg

창원 현대모비스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선거를 하고 있다. 사진_경남도민일보

 

 

 

민주노총은 숫자로 보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의 선거권자는 79만6,882명으로, 직전 선거였던 2014년 선거권자보다 12만5,000명이 늘었다. 게다가 2014년부터 직선제 형식이 도입됐다. 한마디로 민주노총 선거는 엄청난 대중적 민주주의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활화산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외관과 실제 모습은 대조적이다. “지난 19일 오후 6시 치러진 국민TV 주관 (민주노총 선거 후보자) 생방송 토론회 동시접속자는 최대 260여 명에 그쳤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1차 투표에서 63% 투표율을 보인 2014년 선거와는 달리,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선 과반수 투표가 가능할지 우려마저 높아졌다.

 

우리의 신문 <노동자세상>이 독자의 손에 쥐어질 시점에는 투표율과 당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 구체적 모습을 우리가 완벽하게 예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 결론은 결코 성급한 결론은 아니리라 확신한다.

 

 

진정한 측정기

 

현재의 상황은 민주노총이 대표하는 한국 노동자운동이 과연 전진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질문하고 있다. 조직의 힘은 단지 그것이 포괄하는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의 소속감, 책임의식, 신뢰라는 질적 요소가 중요하다.

 

특히 단결투쟁의 무대 위로 결집할 수 있는 숫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노동자운동의 힘은 오직 단결투쟁에서만 제대로 발휘되며, 비로소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민주노총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민주노총의 단결투쟁력은 어떤 상황인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결정적인 사례가 있다. 전교조, 지하철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다수 정규직의 반발에 부닥쳐 온전한 정규직화 투쟁에서 엄청난 좌절을 맛보았다. 기아차에서 1사1노조는 무너져 내렸다. 지금 창원GM에서 정규직 지회는 단기계약직 노동자 고용보장을 함께 내걸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지회에게 “인소싱 수용 및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고용안정”에 동의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회사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 총단결투쟁이라는 진정한 측정기의 바늘이 ‘전진이 아니라 퇴보’를 명확히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치명적인 퇴보가 80만의 직선투표라는 빛나는 외관 속에서 진행되는 민주노총 선거에도 자신을 선명하게 각인하고 있다.

 

 

묻히고 있는 쟁점들

 

이번 민주노총 선거가 수천만의 관심은커녕 조합원들의 관심마저 끌지 못하는 건 치열하고 중요한 쟁점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이번 선거의 쟁점들은 한국 노동자운동에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단적으로 노사정위 참여에 대한 태도 하나만 보더라도 그 무게감이 크다. 이를 둘러싼 후보 진영 간 차이도 결코 작지 않다. 정치세력화, 노조 할 권리, 사회연대, 민주노총 확대방안 등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쟁점들이다.

 

하지만 이 사활적인 쟁점들이 결코 대중적 토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 못하다. 찻잔 속의 폭풍처럼, 각 후보 진영에 속한 극소수만 치열하게 다툴 뿐 조합원 대중에게는 아무런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중을 주저앉히는 관료적 선거

 

단지 주장만으로 따지자면, 전투파와 타협파, 중간파로의 대립은 후보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선명하다. 물론 이 대립은 혁명파와 개량파로의 선명한 정치적 대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노동조합 강령이란 차원에서는 상당한 대치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 나아가 한국의 노동자대중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바로 그들 속에서 치열하게 타오르는 쟁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상, 그 대치선은 ‘찻잔 속의 대치선’을 넘어설 수 없다. 한마디로 ‘좌우파 상층 관료집단 사이의 대치선’을 넘어설 수 없다.

 

그 점에서 이번 2기 직선 선거는 1기 직선 선거보다 훨씬 후퇴했다. 1기 직선 선거에서 쌍용차 공장점거파업 지도자였던 한상균의 출마는 현장의 전투파 조합원들을 활성화해서 선거에 대중적 역동성을 어느 정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번 2기 직선 선거에서는 현장의 전투파 조합원들의 능동성을 일깨울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후보도 최근 10년 사이에 노동자 총단결투쟁의 상징으로 자신을 대중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이것이 현장의 전투파 조합원들을 수동화시켰고, 이번 선거를 후보자들의 주관적 의지와 무관하게 민주노총 상층의 관료적 선거로 추락시켜버렸다.

 

 

진실로 대중적인 아래로부터의 운동

 

상층 관료의 눈이 아닌 기층 조합원, 나아가서 노동자대중의 관점에서 관료적으로 질식해가는 우리 운동을 회생시킬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민주노총을 노동자 총단결투쟁의 전망으로 ‘아래로부터’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진실로 조합원대중이 주인이 돼 노동조합을 운영하고, 자본에 맞선 단호한 대중투쟁에서 조합원이 능동적인 주체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운동은 계속 관료적으로 질식당할 것이다. 노조관료층의 조직확대전략이 현상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그 저변에서 운동의 진정한 대중적 기반은 허물어져갈 것이다.

 

이런 비참한 토대 위에서는 아무리 선한 의도와 좋은 강령으로 무장한 지도자들일지라도, 대중과 동떨어져 있고 전혀 대중의 단결투쟁력을 동원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자신의 약속을 현실에서 전혀 지킬 수 없는 좌파 관료로 전락하고, 전투파 대중의 가슴에 깊은 환멸을 심어주게 된다.

 

심지어 쌍용차에서 대중투쟁의 지도자로서 단호한 면모를 증명했던 한상균 위원장도 민주노총의 거대한 무대 위에서는 사실 무기력했다. 전국적 무대 위에서의 약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중적 토대는 거대한 전국적 수준과 규모에서 건설돼야 했는데, 그것이 결코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상균 집행부가 보여준 그 뼈저린 교훈은 지금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 비록 허울뿐일지라도 광범위한 비정규직노동자와 미조직 대중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정치공세는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대중을 겨냥하는 더 거대한 노동자 총단결투쟁을 아래로부터 조직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단결투쟁을 조직해야

 

현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전체를 하나로 단결시키는 계급적 전투 속에서만 민주노총을 회생시키고,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강력한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위대한 출발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전투 속에서 진정으로 대중적인 노동자운동과 노동자조직을 도처에서 건설하고, 강력한 모범과 선진부대의 권위를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민주노총의 총단결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것만이 관료층에 질식당한 노동자운동 대신 진실로 대중적인 노동자운동을 건설하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바로 그 실천에서 검증된 지도자들이 그러한 전진이 창출한 대중적 선진부위의 아래로부터의 열렬한 지지와 결합해 전개하는 위로부터의 지도력 재편, 그리고 그 일환으로 진행하는 민주노총 선거만이 진정한 대중적 쟁점을 창조하고, 열렬한 노동자 민주주의의 숨결을 되살릴 수 있다. 우리 운동의 원동력은 바로 그렇게만 탄생할 수 있다.

 

그 점을 직시하고 결의할 때, 이 비참한 2기 민주노총 선거는 전진의 방향을 안내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금 떠오르는 근로기준법 개악 분쇄투쟁, 건설투쟁, GM투쟁 등에서 노동자 단결투쟁을 헌신적으로 조직하는 것, 지하철, 전교조 등에서 노동자계급 분열에 맞서 투쟁하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출발점이다.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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