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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7년 러시아혁명의 패배를 넘어서 더 멀리

 

최영익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9면 스탈린.jpg

국가관리의 지위를 경찰과 군대, 공장, 작업장에 대한 지배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들을 전체적으로 대표했던 인물이 바로 스탈린이었다.

 

 

 

“10월 혁명은 노동자혁명이었지만 결국 노동자계급을 억압하는 스탈린 반동체제를 낳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사회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이것이 1990년대 초, 러시아에서 이른바 노동자국가라고 자칭했던 국가가 붕괴되자 혁명적 노동자들 속에서 떠올랐던 의문이었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 노동자혁명의 깃발은 여전히 유효하다. 스탈린 관료권력은 10월 노동자권력의 계승자가 아니라 파괴자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트로츠키의 말처럼 ‘혁명은 대중이 사회의 운명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러시아혁명의 진정한 실체였고, 이 혁명이 사회주의로 진군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토대였다. 사회주의로 전진하는 길은 다양하지만, 사회주의 혁명의 본질은 단 하나다. 그것은 사회권력이 진정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계급 수중에 있는 것이다.

 

러시아혁명은 승리하도록 미리 예정돼 있지는 않았다. 다음과 같은 위대한,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임무가 부여됐다. “혁명으로 고양된 노동대중의 혁명적 능동성과 창조력을 어떻게 새 사회를 건설하는 힘으로까지 발전시킬 것인가?”

 

 

내전과 세계혁명의 실패 : 러시아혁명을 위협하는 괴물을 성장시키다

 

생산현장을 바탕으로 구성된 ‘노동자 소비에트(노동자 평의회)’는 직접 관리들을 선출했고, 언제든 소환했으며, 이들에게 노동자의 평균임금만을 지급했다. 국가관리는 노동자계급을 대변하고 대중의 통제에 복종하는 헌신적인 존재였다. 만일 이 관리들이 아래로부터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지고 변질하면서 국가기구와 국유화된 생산수단을 국가관료집단의 이익을 위해 전용한다면, 그것은 기존에 자본가계급이 했던 기능을 그들이 떠맡는 것을 뜻했다.

 

불행하게도 실제로 일어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두 가지 요인이 작동했다.

하나는 노동자 소비에트의 통제력이 약화된 것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러시아와 유럽 자본가계급의 반혁명이었다. 1918년에서 20년에 이르는 내전 과정에서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동되면서 대부분의 공장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이것은 공장단위로 조직되어 있었던 노동자 소비에트의 아래로부터의 통제력을 허물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혁명적 노동자당의 타락이었다. 과거에 당원이란 명칭은 ‘목숨을 걸고 노동자계급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이 당이 국가권력의 중심부에 서자, 말로는 사회주의에 충성하지만 사실은 집권당의 힘과 지위 그리고 이 당이 노동대중 속에서 누리는 권위를 이용하려는 출세분자들이 당에 스며들었다. 게다가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노동자혁명이 실패하면서 러시아 노동자국가가 고립되자 강철 같은 투사들 속에서도 동요와 회의, 피로감이 몰려들었고, 사기 저하가 나타났다.

 

일부 지도자들은 노동대중과 가난한 농민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끈질긴 작업, 그리고 자신을 자본가를 능가하는 사회와 경제 운영자로 키워나가는 훈련 대신 총과 칼, 단순한 결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을 레닌은 ‘공산주의적 자만심’이라 불렀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런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고 확대되면서, 가장 성실하고 투철한 당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노동대중 위에 군림하는 관료로 변질해갔다.

 

이 모든 요인들이 1917년 노동자혁명의 사회주의로 전진하는 것을 위협했다. 그 속에서 스탈린 관료집단의 반혁명이 준비됐다.

 

 

피의 강물 : 스탈린 관료집단의 반혁명

 

시간이 흐르면서 당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소비에트를 통한 노동자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통제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출세분자들이 미치는 영향력과 함께 올바른 전망을 갖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지고 공산주의적 자만심에 휩쓸린 많은 당원들의 미성숙성이 함께 겹치면서 국가기구에서 노동대중 위에 군림하고 특권에 익숙해진 관료층이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국가관리의 지위를 경찰, 군대, 공장, 작업장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전체적으로 대표했던 인물이 바로 스탈린이었다.

 

관료화의 흐름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다. 이들은 구 부르주아 관리들을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대거 등용해 중요한 자리에 배정했고, 심지어 당원으로까지 받아들였다. 병환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깨어난 레닌은 관료주의의 확대라는 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눈치 챘다. 그는 이 괴물을 타도하지 못하면 당이 노동자계급의 당에서 타락한 관료집단의 당으로 변질하고, 혁명도 끝장날 것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에게 부여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다가오는 당 대회에서 스탈린 관료집단을 쓸어버리려고 작심했던 레닌은 거사를 얼마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레닌의 뒤를 이어 관료집단에 맞서 투쟁했던 트로츠키 또한 레닌이 죽자마자 권력투쟁에서 패배하면서 해외로 추방됐다.

 

이런 식으로 세력관계가 관료층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자, 이들은 마지막으로 러시아 노동자당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고참 지도자들을 죽임으로써 반혁명을 완성했다. 1917년 노동자혁명을 주도했던 지도자들 중 대부분이 스탈린 관료집단에 의해 ‘노동자계급의 적, 제국주의의 스파이’라는 죄명으로 사형당했다. 노동자 소비에트는 관료집단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노동자 민주주의는 파괴됐다.

 

결국 노동자국가는 1930년대 후반에 이르면 사실상 붕괴하고 말았다.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국가를 잃어버리고, 관료집단의 착취와 억압에 전면적으로 노출됐다. 반동관료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자본가계급의 속성을 완벽하게 구비해 나갔다. 자본주의가 부활한 것이다! 그 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러시아 국가가 노동자의 권력이 아니라 노동자를 억압하는 권력임을 치 떨리게 경험해왔다.

 

 

과연 1990년대 초에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1930년대 말에 러시아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관료자본가사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저항, 그리고 관료집단 내부의 파벌투쟁에 의해 1990년대 초에 무너졌다. 이에 대해 우리 노동자계급이 비통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통한 것은 대중의 분노가 제2의 1917년 노동자혁명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니라 관료자본가체제를 통상적인 자본주의체제로 변화시킨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권력과 생산수단을 장악한 자들은 사실 스탈린 관료집단의 일부다. 노동자들을 억누르던 바로 그 경찰, 공안기구, 군대의 책임자들이 그대로 지배하고 있다.

 

그와 함께 우리는 러시아 10월 노동자혁명이 만들어낸 노동자권력과 중국과 북한 등에서 수립된 정권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전혀 다른 계급적 기초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계승하고 약점을 극복해 완성시켜야 할 권력은 러시아 10월 혁명이 탄생시킨 노동자권력이지 중국과 북한의 반노동자계급 권력이 아니다. 애당초 중국, 북한에선 노동자계급이 주인이 돼 성공시킨 노동자혁명이 없었고, 따라서 노동자권력 자체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패배 속의 희망

 

1917년 러시아혁명 경험을 자양분으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는 과제는 후대의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남겨졌다. 노동자계급의 세계적 단결이 왜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권력 장악 이후 사회주의로의 길에서 노동자계급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개량주의, 관료주의를 비롯해 노동자운동 내부로 스며든 부르주아적 영향력에 맞선 투쟁이 왜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러시아혁명에서 시작한 세계 노동자혁명의 역사적 경험 덕분이다. 이것들은 다음번 물결에서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승리를 준비하는 가장 결정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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