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분석] 현대·기아차 주간연속2교대 합의의 파장

노건투 2012.09.22 12:54 조회 수 : 2138

[분석] 현대.기아차 주간연속2교대 합의의 파장

 

4-cham.jpg 

자본가들이 원하는 방식의 주간연속2교대 도입이 합의됨에 따라,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모든 곳에서 어마어마한 노동강도 강화가 야기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합의로 ‘계급의 단결’이라는 최고의 요구를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사진_참세상)

 

 

 

9월 3일 현대차, 9월 14일 기아차 총회에서 임단협 잠정합의가 가결됨에 따라, 내년 3월부터 현대·기아차 모두에서 주간연속2교대가 실시될 예정이다. 심야노동이 철폐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이번 합의를 환영할 수는 없다. 야간노동이 없어지는 대가로 노동자들이 빼앗긴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노동강도 대폭 강화를 받아들이다

 

무엇보다 뺑이치는 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수용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각각 시간당 30대의 자동차를 더 만들어주도록 합의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단협으로 보장받던 휴게시간과 공휴일도 내주고, 명절 전날 야간노동까지 덤으로 더해주기로 합의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잔업·특근 동안 만들던 생산량을 똑같이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유지되지 않으면 사측은 임금보전을 해주지 못한다고 버텼고, 현대·기아차지부는 결국 임금보전을 위해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를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시간당 30대를 더 만든다고 할 경우, 현대차는 각 생산라인별로 시간당 2.7대, 기아차는 3.75대를 더 만들어야 한다. 평균적으로 각 라인에서 시간당 40대 가량을 생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9%씩 노동강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자본으로서는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그동안 만들던 생산량을 유지해 준다는데 임금보전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이 노동강도 강화를 한 번 수용했다는 것은, 앞으로 또 다시 현장통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자본이 가져갔음을 의미한다.

 

일자리를 전혀 늘리지 못한 노동시간 단축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자리도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내년 시행 후 한 달간 검증기간을 거쳐 추가인원 필요 여부를 산정한다고 하지만, 이건 생일날 잘 먹자는 약속보다 미덥지 못하다. 이미 노동강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인원 협상이 무슨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노동자계급의 노동시간 단축요구는 장시간노동을 근절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을 해소하자는 더 넓은 계급적 요구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합의는 장시간·심야노동을 근절하는 대신, 일자리 하나 늘리지 못한데다 골병드는 노동강도 강화까지 내준 꼴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뼈를 주고 살 한 점 못 얻은 것이다.

 

진정으로 빼앗긴 것

 

“임금은 다시 단결된 투쟁으로 올리면 된다. 하지만 한 번 높아진 노동강도는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일부 현장 활동가들이 부결을 외치며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다! 노동강도도, 일자리도 다 빼앗긴 채, 더 뼈 빠지게 일한 대가로 임금손실 조금 덜었을 뿐이다.

 

그러나 과연 잃은 것이 그것만일까? 현대·기아차의 노동강도가 높아진 만큼, 부품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그보다 더 극악하게 높아질 것이다. 그나마 노조가 있다면 모를까, 미조직 사업장은 임금보전도 안 될 것이 확실하다.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수많은 부품사들이 광적으로 외주화를 단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부품사 민주노조가 깨져나갈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지부의 이번 주간연속2교대 합의는, 심야노동 근절이라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계급의 단결’이라는 항목을 잃어버렸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함께 쟁취함으로써 민주노조의 힘을 더욱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노동강도 완화투쟁을 더 힘차게 벌일 기회를 잃어버렸고, 부품사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간연속2교대가 함께 가지 못하면서 완성차·부품사의 단결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줄어든 노동시간과 생산량만큼 수천 명, 수만 명을 신규 고용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요구를 밀어붙이지 못함으로써, 취업 노동자와 실업 노동자의 단결도 공문구가 돼버렸다.

 

현대·기아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 1인당 연간 2,728만 원이라는 돈을 뿌리며 이 합의를 밀어붙였다.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만 생각해봐도 무려 2조 원 안팎의 돈이 소요되는 수준이다.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자본가들 아닌가! 억만금을 주고도 못사는 ‘계급의 단결’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면, 2조 원 정도는 아낌없이 퍼줘도 된다는 판단 아니겠는가!

 

김유석

 

 

주간연속2교대 합의에서 빠진 비정규직, 그러나 또 다시 투쟁의 계기가 열린다

 

 

 

내년 3월 주간연속2교대가 시행되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우선 정규직과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기 때문에, 라인속도와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사내하청 비정규직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아니, 정규직 중심의 라인·인원협상 구조를 생각할 때 오히려 사내하청의 노동강도는 정규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휴게시간, 공휴일, 명절 전날 야간노동이 늘어나는 것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임금보전은? 현대·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 합의에 비정규직 임금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심지어 주간 2조의 근무가 끝나면 새벽 1시가 넘는데, 퇴근 후 통근버스 운행 관련해 비정규직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조차 없다.

 

물론 정규직만이 아니라 사내하청도 함께 부려먹으면서 자동차를 죽어라 생산해야 하는 자본의 입장에서, 사내하청의 임금과 출·퇴근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런 내용조차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부문에서도 차별과 착취가 더 벌어질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과거 주 40시간제가 시행되던 2003년 당시에도, 정규직은 단협에 의해 토요 유급이 보장됐지만, ·하청 자본은 사내하청 부문에 토요 무급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 부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성공적으로 토요 무급화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주간연속2교대 합의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대목은, 거꾸로 투쟁의 계기 또한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또는 3월 시행 직후에, 현장에서 수많은 문제점과 투쟁의 근거들이 발견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부품사의 미조직 사업장들이 있다. 노동시간은 완성차 근무에 맞춰 줄어들되, 임금 역시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삭감되고 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사업장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생활 역시 최저로 강요될 가능성이 높다. 균열과 투쟁의 계기는 곳곳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