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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테러
테러를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해야 하는가?

 

 

 

12월 19일, 트럭이 베를린의 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연인들은 따뜻한 포도주를 마시며, 많은 사람이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끔찍한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죽고 48명이나 다쳤다. 12월 23일, 이슬람국가(IS)의 관영매체인 아마크 통신이 베를린 테러범 아니스 암리의 셀카 동영상을 공개했다.


2016년 7월 14일,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 니스 해변가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던 84명을 죽인 트럭 테러와 마찬가지로, 이런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큰 그림의 한 조각


하지만 이런 테러는 더 큰 그림의 한 조각일 뿐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을 침략하고 지배해온 역사 때문에 이런 테러가 발생해왔다.


그런데 테러범이 누구인지 밝혀지기 전부터 유럽의 우파 세력은 이민자들이 모두 테러리스트인 양 이민자들을 비난했다. 폭격, 공포, 굶주림을 피해 이민에 나선 수백만 가족이야말로 서방 강대국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가장 먼저 희생당한 이들인데도 말이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베를린 테러를 이슬람교가 기독교를 위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베를린 테러의 본질은 종교분쟁이 결코 아니다. 미국에서든 유럽에서든 중동에서든 이슬람교인과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숱하게 볼 수 있다. 중동을 침략해온 제국주의 강대국이든, 그 침략을 핑계로 ‘성전’을 외치며 중동의 일부 지역을 야만적으로 지배하려 하는 이슬람국가 같은 무장단체든 ‘종교분쟁’이란 말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장하는 것은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국경 이동의 자유가 문제인가


테러범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며칠 만에 독일에서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이동했다는 이유로, 유럽 지배자들이 솅겐 조약(유럽 내 국경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조약)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도 “(자신이 대선 때 내걸었던)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이 전적으로 옳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경 통제 강화로는 테러를 막을 수 없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제국주의 강대국의 부당한 침략,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정부의 부패와 자본의 탐욕 등에 분노하며 자생적 테러범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테러의 뿌리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다. 이 뿌리를 그대로 둔 채, 테러를 막겠다며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건 시궁창 위에서 냄새난다고 향수를 뿌리는 것처럼 어리석을 뿐이다.


그런데 국경 통제 강화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 각국 자본가정부는 자본가들이나 정부 관료들의 국경 이동은 통제하지 않는다. 오직 이주노동자, 가난한 이민자 등에 대해서만 통제를 강화한다. 이는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사회불안의 책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려는 사악한 술책이며, 노동자들을 국적, 인종, 종교에 따라 분열시켜 효과적으로 통치하려는 계략이다.


노동자에게 ‘위험한 이방인’은 자본가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치관료들일 뿐이다. 따라서 테러를 막으려면 이민자를 통제할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과 그 정치관료들을 노동자들이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자본가세상을 바꿔야 한다.
 

박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