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자본가가 사느냐 노동자가 사느냐, 이것이 문제다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전조합원 총파업을 하고 1월 24일 산업은행 앞 상경투쟁에 나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 (사진_금호타이어지회 홈페이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단기차입금 1조 3,000억 원의 상환을 1년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2월 말까지 금호타이어(이하 금타) 자본의 자구안에 노조가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자구안은 ‘희망퇴직 방식으로 생산직 191명과 일반직 80명의 해고, 총액기준 임금 30% 삭감, 복지축소, 인력감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중국의 더불스타, 한국의 SK그룹’ 등과 수의계약 형태의 매각(경영권 이전)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그런데 매각금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협상이 결렬됐다. 자구안은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할 만큼을 지불하고 금타를 사들일 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켜 금타의 매각가격을 높이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자구안 강요
당장 채권단이 큰 손실을 보고서라도 부도처리해야 할 만큼 금타의 경영이 심각한 위기 상황은 아닌 듯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자동차판매시장이 축소되면서 타이어판매량이 줄어 타이어업계의 영업이익이 25% 정도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금호타이어도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회계장부를 조작해 적자규모를 부풀리는 건 자본가들의 상습 범죄다. 따라서 (200억일지 300억일지도 전혀 정확하지 않은) ‘수백억 원의 적자’라는 말을 순진하게 믿을 순 없다.
그런데 채권단은 매년 금타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챙겨갔다. 이 말은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지라도 채권단은 이를 상쇄하고도 여전히 수백억 원의 이자를 챙겨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채권단의 자구안 강요는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켜 매수자들의 구미에 맞는 매력적인 조건을 만들려고 할 뿐 아니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라도 자신들의 이자를 확실히 챙겨가겠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금타자본은 12월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는 자구안을 받아들이라고 금타자본이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다. 그러나 금타지회 조합원들은 임금체불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또다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며 시위와 파업에 나섰다.
2009년 금타자본이 정리해고로 위협하며 임금삭감을 강요했을 때, 금타지회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40%의 임금삭감을 받아들였다. 조합원들은 이미 임금과 노동조건이 형편없이 추락한 가운데, 다시 30%의 임금을 더 삭감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를 ‘살해’하는 것이라고 보고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의 높은 투쟁열의를 올곧게 반영하지 못하는 지도부
금타는 4조 3교대로 운영된다. 한 개조는 대략 800~1,000명 정도다. 그런데 쉬는 조를 대상으로 하는 집회에 600~800명 이상 참여할 만큼 조합원들의 투쟁 열의가 높다. 지난 24일에는 광주, 곡성, 평택 공장 조합원 3,000여 명이 전면파업을 하고 상경해 최고채권단인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그런데 금타지회 투쟁전술은 조합원들의 투쟁열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고, 그 방향도 정확히 자본가들을 향해 있지는 않은 듯하다. 24일 파업은 ‘하루파업’이었을 뿐이고, 집행부는 ‘지역 여론 등을 감안’해 투쟁전술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금타지회 집행부는 ‘중국공장의 우선 처리, 해외매각 반대’ 등 중국 노동자들에 대해 배타적인 민족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는 자본가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것이 뻔하다. 물론 이것은 오직 생존 자체를 위해 투쟁에 나선 평범한 조합원들의 요구는 아니다.
모든 책임은 그동안 이자형태로 노동자를 착취해 배를 불렸던 자들, 수조 원의 빚을 내 모험주의적으로 투기해 위기를 자초한 자들이 져야 한다. 이런 방향에서 자구안에 대해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조합원들을 결집하고 투쟁을 고무해야 한다.
김정모 기아차 광주공장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