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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힘들지만 밝고 씩씩하게 싸우고 있단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KEC지회 이종희 지회장

 노동자세상 173호(2018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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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파상파업 당시.

 

 

 

노조탄압의 대명사 vs 민주노조의 대명사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손해배상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KEC는 지난 2010년 KEC지회의 공장점거파업을 이유로 301억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길고 힘든 재판이 이어졌고, 2016년 9월 20일 KEC지회는 사측에 3년 동안 30억 원을 갚으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화해조정을 받아들였다. 지난 1년여 동안 손배를 받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받지 않은 조합원들도 고통을 나눠 10억 원을 갚았다.

 

회사는 2010년 6월 30일 새벽 1시 여성기숙사에 용역을 투입해 잠자는 여성조합원들을 끌어냈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2011년 파업이 끝난 후 복귀한 조합원에게 회사는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옷 색깔을 다르게 입히는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명심보감을 외우게 했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 이후에도 자본은 끈질기게 구조조정 공격을 퍼부었다. KEC는 노조탄압의 대명사다.

 

KEC지회는 법원의 화해조정을 받아들였지만, 그래서 조합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민주노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KEC지회는 민주노조의 대명사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연대투쟁을 만들며 민주노조운동의 모범이 되고 있는 KEC지회 지회장 이종희 동지에게 지회의 상황과 투쟁 결의를 들었다.

 

 

KEC지회는 지난 7년 동안 쉴 틈이 없었습니다. 정말 끊임없는 탄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회와 자본의 최근 상황을 얘기해 주십시오.

 

2010~2011년 투쟁에서의 쟁의권을 아직 유지하며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은 교섭을 해태하며 막말까지 늘어놓고 있다. “지회가 불법파업을 해서 회사가 엄청난 적자를 봤다”고 한다. 그러나 어용노조(2노조)에게는 노조활동을 전면 보장해주고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명백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KEC지회(1노조)에게는 시설보호라는 이름으로 지회 상근자의 현장순회까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최근 새로 생긴 3노조가 노조 사무실을 요구하자 지회에게 분할해 사용하라고 하는 등 민주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치열하게 투쟁했다. 우리가 주장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으면 사측은 임금마저 제대로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로 고소까지 할 정도다.

 

회사는 지금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 산자부가 주관한 국책사업 선정에서 1단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용소자 개발 사업이다. 작년 국정감사 때 제가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어떻게 부당노동행위 기업에 국책사업을 맡길 수 있냐”고 물었다. 산자부 장관이 “그런 기업인 줄 몰랐다, 기술만 보고 판단했는데 더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이 1단계 사업자 선정 발표일이었는데, 결국 KEC가 선정됐다. 다른 한 업체랑 같이 선정됐고 지금은 약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2018년 2단계 사업자 선정 발표에서는 한 업체만 선정되고, 그 업체에게 70억 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이 국책사업 선정을 이유로 외주화를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아직도 투자는커녕 현장직 사원들의 임금을 쥐어짜서 이익을 보려고 한다. 비용절감만 얘기하고 인원축소, 공장축소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어용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하며 “더 크고 강한 우리”가 되기 위해 그들을 조직하고 있다. 신바람 나는 민주노조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즐겁게 조합원을 이끌려고 한다.

 

 

김성훈 전 지회장도 법원의 30억 원 화해조정을 받아들였을 때의 쓰라린 심정을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심정이 어땠습니까?

 

30억 원 조정이라는 말이 나올 때 몇 차례 간담회를 했다. 2016년 간담회 때 쟁의부장이었고 2010년 파업 때는 노동조합을 전혀 모르는 조합원이었다. 그때 공장점거로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까지 대부분 2년 6개월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데 또 다시 손배조정까지 감수해야 했기에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조정을 받지 않을 경우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 모든 돈이 압류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생각해니 더욱더 암담했다. 그것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손배조정이 이뤄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의 모습도 보았다. 너무나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어졌다. 무엇보다 손배가압류를 없앨 수 있는 전망과 대안, 즉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힘 있는 투쟁이 있었더라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망과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결단을 해야만 했다.

 

판사는 조합원들까지 2년 6개월 집행유예라는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손배를 피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7차까지였나 조정이 이루어졌는데 3차까지는 우리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301억 → 156억 → 70억 이렇게 재판이 진행됐다. 마지막에 30억으로 조정된 것이다. 그런데 70억 원을 얻어맞으면 1년 이자만 해도 10억 가까이 된다. 3년에 30억을 내는 건 기한이 정해져 있고 이미 1년 동안 조합원들이 그 고통을 분담했기 때문에 이제 조합원들은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다.

 

KEC의 임금체계가 희한해서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은 30년 된 노동자들이나 1년 된 노동자들이나 거의 같다. 3교대 근무 189시간 기준, 주간조 209시간 기준으로 거의 최저임금이다. 고졸로 입사할 경우 J등급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남성노동자들은 J등급 → S등급 → M등급까지도 승격, 승급되지만 고졸로 입사한 여성노동자들은 J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심각한 여성차별인데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 113명 중 41명이 급여에서 손해배상 액수가 빠져나가고 있고, 손해배상을 받지 않은 조합원들도 자기 임금에서 적게는 15만 원, 많게는 40만 원을 내면서 함께 감당하고 있다. 150만 원도 못 받는 조합원들이 매달 이렇게 많은 돈을 내면서 민주노조를 지키고 있다.

 

지금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여전히 민주노조 이름으로 당당히 자본과 맞서 함께 싸우고 있으니 다행이고, 조정을 받아들인 것은 그때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만 해도 나도 나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걱정하고 우는 사람을 볼 때 맘이 찢어지게 아팠다. 간부들이 많이 울었다.

 

 

바깥에서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힘든 고비를 헤쳐나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깨달았다. 2010년 여성기숙사에 용역이 침탈해서 무참하게 끌려 나올 때, 그런 쓰레기들에게 몇 십억씩 줄 돈은 있지만 몇 십년간 회사에 몸 바친 노동자들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회사의 민낯을 보며 깨달았다. 노조파괴를 위해 어떠한 불법도 저지르는 사악한 회사의 만행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수많은 간담회와 토론을 하면서 소통했고 투쟁 방법을 찾았다.

 

예전처럼 형식적인 노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스스로 반성하고 계획하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왔다. 그러면서 이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자본을 분석하며 투쟁을 느슨하게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속에서 투쟁력, 신뢰와 믿음, 동지애, 희생정신이 저절로 생기고 서로서로 세세한 부분까지 가족처럼 챙기며 손배를 당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똘똘 뭉쳐 이 시간을 극복하고자 노력했고 힘듦 속에서도 웃으며 투쟁하자고 했다. 서로가 서로를 봐주고 끌어안은 것 같다.

 

자본에 대한 분노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바로 누구나 당당하고 밝게 생활하고자 하는 게 지회의 힘이고 자랑이다. 힘들지만 밝고 씩씩하게 싸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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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민주노조가 자기 조합원만의, 자기 사업장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 구석구석마다 조합주의, 관료주의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정말 피눈물 나는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동지에게 민주노조는 무엇입니까?

 

민주노조란 정당한 것을 정확하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너랑 나랑 친하니까, 같은 정파니까, 이 사람은 내 편이니까 이런 이유로 봐주고 그른 일을 눈감는 건 민주노조라 볼 수 없다. 최소한의 도덕심이라도 갖춰 행동해야 내가 민주노조 조합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했다. 민주노조를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왜 내가 민주노조를 하려고 했나? 이것을 기억하고 초심을 잃지 말자. 민주노조를 하려면 내가 참여해고 내가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대 또한 일시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주변이 바로 서야 나도 바로 설 수 있다. 전체 노동자의 행복을 위해 싸우는 것은 민주노조에겐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 지회는 자본에게 피해를 보고 핍박 받았으나 우리 노동자 모두의 행복을 위해 민주노조라는 이름으로 투쟁했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했다. 이것이 민주노조라 생각한다.

 

 

손해가압류 철폐는 노조 할 권리와도 연관될 텐데, 왜 손배가압류 철폐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지 얘기해 주십시오.

 

손배가압류는 회사가 노조파괴를 위해 노동자에게 휘두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수단이다. 투쟁으로 몇 십년간 지켜온 민주노조라 할지라도 가족에게까지 손배가압류가 닥치면 투쟁이 축소된다. 아무리 건강한 조합원이라도 죽고 싶은 정도의 문제이고, 실제로 손배가압류로 많은 노동자 열사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자본은 노동자의 목숨줄을 놓고 장난질치고 있다.

 

투쟁이 길어지면 노조도 손을 놔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는 모금까지는 생각 안 했고 힘들더라도 우리 스스로 감당하려 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기대는 달랐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동지들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많은 동지들이 지지 메시지를 보내주고 도움을 줘서 힘이 난다.

 

이렇게 물질적인 연대도 필요하고 소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손배가압류 철폐투쟁을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전망, 정치적 투쟁의 전망이 열리지 않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강력한 투쟁이 있어야만 이 악법을 철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손배가압류 철폐투쟁을 조직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라는 시민사회단체가 손배가압류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모금의 경우에도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각 노조의 집단적 모금결의가 필요하다. 좀 더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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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지회는 지회 투쟁뿐 아니라 아사히글라스지회를 비롯해 수많은 투쟁사업장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후 노동자의 현실을 어떻게 봅니까?

 

바뀌지 않은 현실을 체감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 할 권리를 얘기하지만,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측의 태도는 여전히 당당하다. 돈이 많은 자본이 저지른 일은 대부분 벌금 처리가 되거나 무혐의 처리가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쟁의행위를 했다고 몇 백억 원의 손배를 받고 있다. 신발 한 번 던졌다고 몇 억의 손해배상을 받고,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다고 징역을 살고, 물병 한 번 던졌다고 한 달 월급을 바쳐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아사히만 봐도 그렇다. 5천 페이지의 증거가 있는데도 무혐의 처리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생활고로 손배에 관한 기고 글을 올리면 노동자들을 탓하고 비난하는 댓글이 즐비하다. 그러기에 왜 공장점거를 했느냐, 빨갱이라고 매도한다. 문재인 정권이 잘하고 있는데 비판한다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이 수백 개나 달린다. 문재인 정부는 마치 노동자의 절박한 문제를 풀 것처럼 보여주기만 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를 고립시킨다. 더 심하게 상처를 입힌다.

 

이제 헛된 기대를 하지 말고 단결과 연대의 힘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노동자가 스스로 나설 때만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은 가능하다.

 

 

앞으로의 각오는 어떻습니까?

 

KEC지회는 지금 손배뿐만 아니라 복수노조를 이용한 탄압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스스로 민주노조의 중요성을 알기에 정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투쟁하고 있고, 연대의 중요성 또한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자랑스런 지회 조합원들을 위해, 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이때까지 힘들게 지켜온 민주노조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신임 지회장으로서 많이 부족하지만, 대중 앞에 말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자본에 맞서 당당하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게 저의 각오다. 되든 안 되든 굽힘없이 도전해 보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후회 없는 지회로 만드는 것이 제 각오이며 KEC지회 조합원들의 각오다. 언제나 그랬듯이 현실은 힘들지만 밝고 건강한 KEC지회가 되겠다.

 

정리 :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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