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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한국지엠

본격화된 구조조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노동자세상 172호 (2018년 1월 17일)

 

 

9면 지엠.jpg

 

 

 

양보뿐인 잠정합의안

 

한국지엠지부 2017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70%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작년 12월 중순에 노조는 7월 24일 사측이 제시했던 최종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가 양보할 뜻을 보이자 지엠은 더 세게 밀어붙여 7월 24일 최종안보다 더 후퇴한 안으로 합의를 강요했다. ‘양보는 더 큰 양보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계급투쟁의 냉혹한 진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이 인소싱으로 공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 지만 비정규직 관련 합의는 “권고한다”, “최선을 다한다”와 같은 추상적인 공문구뿐이다. 또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현재 한국지엠 직원에 대하여 부당한 인위적인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로 인한 정리해고까지도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이런 마당에 “근로기준법 준수”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특히 “2018년 임단협을 2018년 2월말까지 마무리하는 목표에 인식을 같이한다”는 합의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누가 보더라도 노조가 백지위임을 하지 않는다면 2월말까지 임단협 마무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합의가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신차 20만대라는 허상에 저당 잡힌 미래

 

한국지엠지부와 자본 모두 이번 합의는 글로벌지엠으로부터 20만대 분량의 신차를 배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지엠이 3월에 전 세계 공장에 물량을 배정한다고 한다. 한국지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지엠에 “수익성 있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와 글로벌 제조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 이후 지금까지 20만대 분량의 신차가 어떤 차종인지, 투입 시점은 언제인지, 어느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아무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개발 예정이라고 했다가 개발 중이라고 했다가 말이 바뀌고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20만대 신차를 미끼로 노동조합에 양보를 강요한 것이다.

 

심지어 창원공장의 M2-2 차종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다. 지엠은 창원공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M2-2가 반드시 투입되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이 파업을 지속하면 장담할 수 없다며 정규직 노조를 압박해서 인소싱 합의를 밀어붙였다. 정규직의 불안감을 조장해 분열을 유도했고 비정규직 투쟁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M2-2는 언급조차 없다.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노동자의 단결을 버리고 물량을 좇았을 때 자본이 어떻게 이 분열과 환상을 이용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더 큰 소용돌이

 

베리 앵글 GMI 사장은 1월 11일 조인식 이후 노동조합 지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인원감축과 구조조정, 철수설 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군산공장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없다”고 얘기했다. 20만대 신차 배정을 위해 노동조합의 협조를 요청한다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깝다.

 

지엠은 이미 군산공장 대규모 전환배치를 언급했고, 사무직 희망퇴직도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리 앵글은 20만대 신차가 설령 들어온다 하더라도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작년 말 비정규직에 대한 인소싱과 업체폐업을 넘어 이제 정규직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엠의 전략은 끊임없는 협박

 

지엠은 한국 정부도 협박하고 있다. 베리앵글 사장은 취임인사를 핑계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청와대를 만났다. 20만대 신차 배정을 위해서 1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10억 달러(1조 6백억 원)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엠과 정부는 만나긴 했지만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고 발뺌했다. 그런데 누가 이 말을 믿겠는가? 6월 지자체 선거가 다가오면 군산공장폐쇄카드를 부각시켜 더 강하게 정부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

 

1월 5일부터 개시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도 미국 정부는 자동차 안전규제, 환경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그동안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제기되어왔던 내용이 미국 정부의 입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제시된 것이다.

 

신차 배정과 공장철수라는 카드 두 개를쥔 채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해왔던 지엠의 전통적인 협박 전략이 다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분명해진 투쟁 방향

 

지엠의 협박이 구체화되면서 오히려 투쟁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은 신차 배정을 미끼로 2월 말까지 수많은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대규모 정리해고는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군산공장 대규모 전환배치, 사무직 희망퇴직은 머지않아 분명한 쟁점이 될 것이다.

 

특히 군산공장의 대규모 전환배치는 창원, 부평 정규직과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고, 비정규직에 대한 대규모 인소싱(비정규직 우선해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전환배치와 함께 희망퇴직, 순환휴직 공격이 함께 퍼부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산공장 대규모 전환배치 반대, 사무직 희망퇴직 반대, 비정규직 우선해고 반대, 비정규직 포함 전체 노동자 총고용 보장의 깃발을 부여 잡아야 한다.

 

교섭과 투쟁의 상대도 명확해졌다.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수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얘기해왔다. 베리 앵글 GMI 사장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교섭은 급물살을 탔다. 카허카젬은 글로벌지엠의 바지사장일 뿐이며, 이제 글로벌지엠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어떻게 글로벌지엠을 상대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고 엄두가 안 났던 노동자들에게 글로벌지엠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지엠과의 전선은 더욱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지엠이 그동안 뽑아간 이윤으로 전체 지엠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더 단호하고 힘차게 제기해야 한다.

 

또한 대정부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지엠 30만 노동자 생존권 위기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가 직접 지엠을 만나고 있고, 산업은행이 지엠의 구조조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지엠 관련 사안들이 다뤄지고 있는데 노동자는 왜 문재인 정부를 만날 수 없고, 문재인 정부에 요구할 수 없단 말인가? 노조도 모든 면담과 교섭에 참여해 노동자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투사들의 역할

 

지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이미 많은 걸 양보하고 있고, 자본은 앞으로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걸 몰라서 잠장합의안에 찬성표를 찍지는 않았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듭 양보만 한 노동조합 지도부가 제대로 된 투쟁을 이끌 수 있다고 믿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 노동자들의 힘은 가라앉아 있지만 공격이 거세지고 투쟁을 이끌 수 있는 대안이 보이면 가라앉아 있던 힘은 언젠가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를 것이다. 더 이상 기존 지도부가 대안이 되어 주길 기다리지 말자.

 

이제야말로 스스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사들이 힘을 모을 때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고, 분열하지 않고 투쟁할 수 있는 지도력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도 다가올 소용돌이를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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