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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동자가 왜 투쟁하는지 제대로 보도하고 싶다”

 

KBS 새 노조 정연욱 조합원

 

 


KBS 파업노동자가 서울대병원 파업집회에 와서 “KBS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기자들이 이런 파업현장에 와서 노동자가 왜 파업하는지를 취재해서 보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까 어느 분이 비정규직 얘기도 절절하게 했는데, 이런 파업이 꼭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얘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며칠 뒤에 만나 인터뷰했다.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 주신 정연욱 조합원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12면 kbs파업_매일노동뉴스.jpg

9월 4일 총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KBS 노동자들. (사진_매일노동뉴스)

 

 

 

Q. 지금 KBS 새 노조 파업 상황은 어떤가?

A. 오늘(12월 18일)이 총파업 106일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강규형 KBS 이사(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강규형이 해임되고 이사회가 재편되면 고대영 KBS 사장도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 사장 해임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최종 해임까지는 최소 한 달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 사이에선 파업이 길어져 월급을 못 받고,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 복귀해도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토론해 보니, 고대영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파업을 지속할 것이다.

  

 

Q. KBS에 다른 노조도 있는데, 그 노조는 어떤 상황인가?

A. KBS노조(구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가 함께 파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구 노조가 지난달에 갑자기 파업을 중단했다.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었는데, 구 노조에서 갑자기 파업을 풀고 고대영 사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파업 중단과 단협 체결은 KBS노조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구 노조 조합원 상당수가 새 노조에 들어왔다. 그 결과 새 노조가 다수노조가 돼 내년부터는 단체협약권이 새 노조로 넘어올 것이다.

 

 

Q. 사장이 바뀌면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 수 있는가?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방송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A. 박근혜 정부가 보도국을 통제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고대영을 KBS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래서 KBS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여러 파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소홀하게 보도했다. KBS는 광고로 운영되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는 자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KBS는 방송국을 총괄하는 사장이 보도국에 개입해 좌우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사장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이 중요하다.

 

노조가 보도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이미 있다. 편성 규약, 공정방송위원회, 보도위원회 등등. 하지만 이것들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다. 가령 보도위원회가 열려 해당 사안에 대해 “시정하겠다, 일리가 있다”고 얘기해도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노동과 자본의 힘 관계다.

 

 

Q. 이번 파업에서 KBS 노동자들이 얻은 것이 있다면?

A. 자신감을 얻었다. 그동안 MBC만큼은 아닐지라도 KBS에서도 탄압과 억압이 많았다. 2016년 6월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한테 전화로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육성 녹취가 공개됐다. 이때 KBS가 침묵으로 일관해 내가 비판하자, 3일 뒤부터 제주도로 출근하라고 보복 발령을 냈다.

 

후배 기자가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 ‘물대포’란 말을 썼다. 그런데 위에서 물대포란 말을 절대 쓰지 말라고 하면서 대신 ‘물줄기’라고 쓰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왜 싸우는지를 기자들이 밝히려 하면 위에서 억누른다. 그래서 KBS 9시 뉴스에서는 노동자투쟁 관련 뉴스가 매우 적다. 철도파업이나 쌍용차파업 같은 노동자투쟁을 다루더라도, 파업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현상이나 공장 지붕에서 쌍용차 파업노동자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을 부각시킨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기 생업을 중단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왜 파업하는지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이렇게 현상보도만 할수록 기자들은 기사 방식을 내면화해 간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스스로 기사를 검열한다. 그럴수록 노동자들과는 점점 멀어진다.

 

이번 파업을 통해 우선,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건 철저히 잘못이라는 점을 자각했다.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상황에서 5:5로 이야기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인가?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측 얘기를 절반, 노측 얘기를 절반 보도하는 건 노동자의 권익을 외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두려움을 떨쳐내고, 경영진에 억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보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Q.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들 하는데, 이번 KBS 파업도 그렇다고 할 수 있는가?

A. 그렇다. 파업은 노동과 자본의 첨예한 싸움이다. 매일매일 집회를 통해 왜 우리가 파업하는지, 왜 내가 노조와 함께 싸우는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나눴고, 파업에 대한 생각을 SNS에서 공유했다.

 

KBS 안에 매우 많은 직종이 있고, 그 직종 간 갈등은 심각했다. 그러나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은 여러 직종의 노동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 서로의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또한 조합원들은 왜 노동자, 서민을 위한 방송을 해야 하고, 노동자대중에게 받은 성원을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충분히 인식했다.

 

 

Q. KBS 파업노동자의 열망을 문재인 정부가 받아안고 있다고 보는가?

A.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KBS는 100일 넘는 최장기 파업을 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강규형 이사의 해임을 건의한 뒤 방통위가 해임하기까지 3주가 걸렸다. 3주란 생계가 걸려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겐 매우 긴 시간이다.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하니, 문재인 정부의 방통위가 망설이며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고 답답했고 화가 났다.

 

 

Q. KBS 비정규직은 이번 파업과 관련해 어떤 상태에 있는가? 그들에 대한 노조의 태도는?

A. 방송사에는 비정규직이 정말 많다. 정규직들은 노조를 통해 집단으로 움직이지만, 비정규직은 노조에서조차 소외된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만 비정규직은 노조에 가입해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파업하지 않은 관리자들의 통제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차량운행업체 노동자 한 분이 파업에 매일 함께하고 계신다. 그분이 우리 파업에 100% 참여해, 집회 때마다 가장 크게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른다. 그 함성을 들을 때마다 파업으로 우리보다 더 경제적 피해를 입는 비정규직 식구들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자각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한국에 수많은 파업이 있지만 몇 달이 지나도 기사 한 줄 안 나가는 파업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내가 하는 파업은 언론과 외부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행복한 파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취재에 나선다면, 투쟁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알려지지 않은 투쟁현장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전달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싶다.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밝히고 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노동자들은 투쟁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싶다.

 

인터뷰 및 정리 지유,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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