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의 뜨거운 분노를 보여주다
11월 28일 건설노조 파업과 마포대교 점거
사진_노동과 세계
9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은 퇴직금
11월 28일 건설노조 조합원 2만여 명이 하루파업을 결행하고 서울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집회 후에는 마포대교를 점거했다. 노동자들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 요구엔 △퇴직공제부금 인상 및 건설기계 전면 적용 △퇴직공제부금 전자카드제 시행 △체불근절을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퇴직공제부금은 건설노동자한테 퇴직금에 해당한다. 현재 퇴직공제금은 하루당 4,200원(200원은 공제회 운영기금)이다. 그런데 이 적립금은 2008년부터 9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굴삭기, 덤프트럭, 레미콘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로 분류돼 퇴직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퇴직공제부금 1,000원 인상과 퇴직공제부금의 건설기계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두 명의 노동자가 18일 동안 여의도 광고탑에 올라 건설근로자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했다.
노동자의 뜨거운 분노
노동자들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에서 통과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불씨가 돼 통과되지 않았다. 11월 23일 여야 간사단은 ‘휴일, 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을 뺀 개악안’에 합의했는데, 이날 더민주당 일부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반대하자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건설근로자법 논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퇴직공제부금 인상을 요구했고, 18년 동안 노동기본권을 외쳐왔는데 또 다시 기만당했다. 노동자들은 국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일부 노동자들은 밥 먹으러 왔느냐며 투쟁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거침없이 행진했고 경찰은 성난 노동자들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많은 언론이 ‘교통지옥’, ‘첫 불법시위’라는 딱지를 붙이며 투쟁을 비난했다. 경찰은 마포대교를 점거한 건설노조 지도부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특고노동자 노동3권 전면 쟁취로 나아가야
마포대교 점거시위 이후 그나마 건설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이 알려졌다.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안심할 수 없지만 앞으로 건설근로자법 개정 통과 가능성은 높다. 계속 쌓이는 노동자의 분노를 자본가 당들도 무조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획기적인 임금인상을 쟁취해야 한다. “건설노조 2030 청년조합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덤프, 굴삭기를 소유한 20~30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소득의 70%를 차량 캐피탈 할부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휴일수당은커녕 연장수당 개념도 없고, 근로기준법은 휴지조각이다. 이 현장을 바꿔야 한다. 한 해 700명이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을 바꿔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노조 할 권리부터 쟁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에 미온적이다. 문재인은 후보시절엔 “모든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3권을 보장받도록 올바른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민주당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아니라 단결권만을 우선 보장하려고 한다. 정부는 택배연대노조의 설립필증은 받아들였지만 대리운전노조의 설립필증은 거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 문재인 정부만 바라봐서 되겠는가? 다시 파업을 조직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연대투쟁을 조직해서 노동자의 뜨거운 분노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