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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촛불투쟁으로 열린 공간 활용해 특고노동자 조직력 키워야

전국대리운전노조 수석부위원장/서울지부장 박구용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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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노동자대투쟁 때 노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더라. 법적으로 허가하거나 지원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공간은 넓어졌으니까. 지금도 특고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겨울 칼바람 속에서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여의도 국회앞 농성장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대리운전노조 동지를 만났다.

 

 

노동부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노조인 택배노조 설립신고는 받아주고 대리운전노조의 설립내용 변경 신고는 안 받아줬다. 이유가 뭘까?

 

먼저 택배노조의 필증 쟁취 축하한다. 대리운전 같은 플랫폼 노동*이 앞으로 확대돼 나갈 거다. 요즘 일반 공장노동자들도 특수고용노동자 형태로 전환시키려는 추세를 보이더라. 우리 대리운전노조를 인정해 주면 이게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의 확대에 불씨가 될 거라고 자본이 단한 게 아닐까 싶다. 자본은 특수고용 형태를 통해 이익은 다 취하고 노동자들에 대해 책임은 전혀 안 지니 얼마나 좋은데 순순히 포기할까?

 

거기에다 최근 보험설계사노조, 건설노조 등이 다시 투쟁을 시작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등과 함께 특고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주요요구로 제기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이 타오르고 있는 상황에 제동을 걸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 플랫폼 노동

카카오드라이버앱, 배달대행앱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여러 사용자와 관계 맺는 호출노동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를 플랫폼 노동으로 표현한 것.

 

 

문재인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에 대해 ILO 권고에 따르겠다고 해놓고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공약 안 지키는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도 클 것 같다.

 

분노가 많은 한편 기대하기도 한다. 정부는 자기들 계획은 ILO 권고를 지금 당장이 아니고 3년 뒤에 받아들이겠다는 거란다. 정권 바뀌면서 노동부 고위직을 싹 바꿨는데도, 법제과장인가 하는 실세는 그대로다. 못 바꿨는지, 안 바꾼건지.

 

‘업무종속성’만을 중심으로 노동자성을 따지는 건 말이 안 된다. 대리운전 프로그램 설치해서 콜 오면 일하는 식이다. 하루 8~14시간 근무하는데 계속 가격은 내려가고 교통비, 밥값, 수수료, 프로그램비, 보험료 등 비용은 계속 오른다. 사장이냐 노동자냐 간단한 것 아닌가. 우리가 누굴 고용하거나 스스로 사업을 하는 그런 류의 자영업자 사장은 절대 아니지 않은가?

 

일단 노조 할 권리 인정해 주고 나머지 노동조건이나 임금 등은 노사가 알아서 하면 된다. 법/제도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대리노조와 같이 지금 노조설립을 신고한 경우는 바로 당장 필증을 내주고,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확실한 로드맵이라도 정부에서는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존중시대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려면 공통된 요구가 분명해야 하는데 가장 절실한 요구는?

 

사실 노조 할 권리가 선결되어야 하지만 일반 기사들은 현안을 더 크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리운전 역사가 20년인데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지금은 20년 전의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물가는 다 올랐다. 요즘 경제가 안 좋아 콜수는 줄었는데 대리기사수는 훨씬 많아졌다. 명퇴자, 해고자나 사업 망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다. 보험료나 프로그램 비용은 사측에서 제공해야 한다. 2년 전엔 갑자기 보험료가 하루아침에 70% 가까이나 올랐다. 말이 되는가? 얼마나 번다고. 어떤 기사는 두세 개의 보험에 연간 400만 원 정도씩이나 보험료를 내고 있기도 하다.

 

관련법도 없으니 대리운전비를 못 받거나 폭행당해도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대부분 운행약관도 없어서 계약서 안 쓰고 그냥 일하는 경우가 태반. 불공정행위, 요금, 보험 등 현안을 다 담은 것이 ‘대리법’ 제정 요구다.

 

지역 지부를 집안 아궁이라면 한 시간 불 때면 된다. 수도권은 절간에서 석 달 정도 때 가지고 몇 개월간 뜨끈뜨끈해지는 걸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려면 불이 세야 한다. 서울은 요즘 새롭게 조직하고 있다. 투쟁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안 밀리고 싸울 수 있는 조직력 갖춰야 한다. 활동가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현안 싸움에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힘을 업고 당선되어 좋든 싫든 압력에 밀려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에스케이 등 반쪽짜리 정규직화도 특고도 이런 식으로 미적지근하다.

 

우리가 강하게 밀어붙여야 자유한국당 등이 좀 물러설거다. 내놓고 그 전같이 탄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힘의 문제니까. 우린 필증은 안 나왔어도 이 싸움 통해 내부적으로는 전국적인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기본이 만들어지고 있다. 돈하나도 없었는데 십시일반으로 모아 위원장 생계비도 주고 석 달째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전에는 모이기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상경투쟁도 여러 차례 했다.

 

서비스연맹 특고도 처져 있었는데 퀵서비스도 새 지도부 건설되고, 투쟁 연대하면서 학습지노조도 다시 살아나고. 총연맹 특고 단위도 조만간에 뭔가 할 거 같다.

630 총파업 때 비정규직 힘 보여줬다. 학비가 대오 중앙 딱 차지하고 있는 광경 보고 감격했다. 실제로 노동자 수나 비중이 비정규직과 특고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노총 사업도 비정규직 힘이 있어서 그런 방향으로 갈 거다.

 

특고투쟁이 불붙으면서 건설 고공농성까지 왔다. 건설투쟁에 화물도 다시 서고 하면, 이 공간 활용해서 특고노동자들의 조직력이 갖춰져 가면 법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자본가들도 아직까진 건설, 화물은 무서워해도 서비스연맹은 안 무서워한다. 특고 여러 업종이 젤 많이 모인 노조가 서비스연맹이다. 서비스업종 특고노동자들이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특고 투쟁이 대리운전노조 투쟁을 도화선 삼아 새롭게 모아진다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해 보인다.

 

요새 기분이 좋다. 우리 노조도 결속되어가는 것 같고. 3~4일 만에 집에 한 번 가고 그래도 마음은 참 좋다.

87년 노동자대투쟁 때 노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더라. 법적으로 허가하거나 지원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공간은 넓어졌으니까. 지금도 특고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들이 어떻게 하든 우리가 확보한 공간이니까, 어쨌든 되지 않을까 싶다. 당연한 권리니까!

 

 

노조 할 권리가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가장 큰 화두였다. 공무원, 전교조 등 노조 할 권리 요구로 모일 수 있는 단위가 참 많은 것 같다.

 

특고가 230만 명이라는데 여기가 힘을 가져야 한다. 정규직들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전교조 내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반대하는 흐름 있다는 얘기 듣고 조합원들이 ‘그게 무슨 노동자야?’ 화를 확 내더라. 총연맹 앞에서얼마 전까지 자동차판매서비스 노동자들도 농성하는 걸 봤다. 노동자면 다 통틀어서 노조해야지 정규직 비정규직 따지고 그러면 안 된다. 전체 노동자에게 투쟁하는 특고노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것밖에 없다. “노동자는 하나다. 전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자, 승리하자!”

 

인터뷰 및 정리 홍희자 서울성모병원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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