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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권율 철도차량엔지니어링 고양지부장 인터뷰

 

 

 

11면 로테코 인터뷰.jpg

 

 

 

 

 

{행신역 뒤 고양고속차량기지에서 KTX 정비 업무 등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도노조 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 고양지부를 건설해 투쟁해 오고 있다. 권율 고양지부장 동지를 만나 그동안 어떻게 실천해왔는지, 철도공사의 기만적 정규직화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성실히 응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Q.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었는가?

 

A.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하니 기대가 컸고,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나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규직 지부[철도노조 고양차량지부]가 손을 내밀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해서 노조 건설에 앞장섰다.

 

 

Q. 노동조건은 어떤가?

 

A. KTX 중정비, 경정비, 검수설비 일을 하는데 일근은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야간교대조는 5조 2교대로 야간에도 근무한다. 월급은 일반적으로 세전 160만원을 받고, 야간조는 야간수당으로 38만 5천원을 더 받는다.

 

철도공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1인당 연봉으로 2,824만원(월 235만원)을 로테코에 준다. 따라서 우리 월급 160만원에 추석명절 상여금 등등을 포함한다고 해도, 회사가 중간에서 가져가는 게 많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측은 그건 영업비밀이라고 하면서 안 밝힌다.

 

소장이 6년 전쯤 부임한 이후, 여러 차례 회사 장비와 직원들을 동원해 자기 교회의 인테리어도 하고, 용접도 하고, 화단 난간도 고치고, 교회 밖 제작물도 설치했다. 사진을 다 찍어서 소장한테 찾아가 항의했더니 소장이 ‘관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잘못했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그 뒤에 나 몰래 직원을 또 투입했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것이다. 용역회사는 양심은 하나도 없고, 우리한테 빨대나 대고 빨아먹는 존재다.

 

 

Q. 노조를 만들고 나서 바뀐 것이 있다면?

 

A. 어떤 여성노동자가 아침에 배드민턴을 치다가 허리가 골절됐다. 소장이 처음엔 한 달간 푹 쉬라고 했다가 며칠 뒤엔 사표를 쓰라고 강요했다. 그동안 이런 ‘관례’로 부상당하면 다 나가게 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직을 막아냈다. 이게 노조의 첫 번째 성과다.

 

취업규칙엔 만 60세 수연(환갑 생신)에 3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부모 수연 시 20만원). 그런데 광주, 대전 등 다른 곳은 다 줬는데 고양사업소만 안 줬다. 소장은 안 주는 게 ‘관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지급 사유가 ‘미신청’이라고 했다. 즉 노동자가 신청하지 않아서 안 준 것처럼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사측이 취업규칙을 공개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신청하지 못했던 것인데 말이다. 10월 18일에 총 84명이 빼앗긴 돈을 되찾아(본인 수연 73명 30만원씩, 부모 수연 11명 20만원씩) 다들 매우 기뻐했다. 이게 노조의 두 번째 성과다.

 

법에 따라 1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 창립 10여 년 동안 산보위가 안 열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자 대표 없이 사측 대표만으로 산보위를 열었다. 노조를 만든 다음, 고양 근로감독관이 사측한테 노동자 대표와 함께 산보위를 열고, 현장에 산업안전 필수용품을 충분히 지급하라고 경고했다. 이게 노조의 세 번째 성과다.

 

 

Q. 노동자들의 의식도 바뀌고, 단결력도 커졌는가?

 

A. 현장에 “적폐 소장 물러나라”고 현수막을 걸었다. 노조 건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노조 건설 후 자신감을 갖고 현수막을 붙일 수 있었다. 노조에 가입하니 노동자에게 힘이 생기는구나, 피켓 시위를 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구나, 빼앗긴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다.

 

이번에 월례 조회가 있었다. 현수막을 안쪽에 붙이고, “산안[산업안전] 도구도 안 준 적폐 소장 물러가라!” 이런 구호를 외치겠다고 단톡방에 올리니 소장이 조회를 취소해 버렸다. 이건 소장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이고 우리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Q. 철도공사가 9,200명 중 1,337명만 직접고용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바나나 10개를 허리 뒤에 감춰 두고 있다가 1개만 내놓은 뒤 받을래 말래 하며 놀리는 것 같다. 일단 택도 없는 숫자다. 기술분과 총원 2,637명 중 차량 정비 554명, 선로보수 356명, 전기보수 233명, 스크린도어 118명, 소방설비 76명 이렇게 1,337명만 직접고용하겠다고 했다. 기술분과에서만 해도 1,300명이나 빠졌는데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것인가?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콜센터 등을 포함한 운수분과와 청소분과는 한 명도 안 들어갔다. 황당하다. 운수분과는 자회사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아니라는데, 말이 자회사이지 용역회사보다 대우가 못하다. 반드시 직접고용해야 한다. 적자 타령을 해서는 안 된다. 이익이 안 남으니 직접고용 못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철도는 사유재가 아니라 공공재 아닌가?

 

임금문제도 다 어설프다. 직접고용을 한다고 하지만 별도 직군으로 다루는 건 또 다른 차별이다. 수년간 우리도 일해서 철도가 굴러갔는데, 우릴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 아니냐. 그동안 저임금으로 일해왔으니 앞으로 제대로 받게 해야 하는데, 앞으로도 차별하겠다는 것이다. 차별 둬서 뽑고 차별 둬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것인 듯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Q. 청소분과에서는 정규직화를 원치 않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

 

A. 철도 정규직 정년이 60세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년에 걸릴까봐 우려한 듯하다. 운수분과에서도 역 내에서 열차를 움직이는 사람들로 이뤄진 운전기술협회가 비슷한 이유로 정규직화를 원치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술 쪽에서도 사측이 어용노조를 늘리는 것은 직접고용 반대 흐름을 형성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로테코에 있으면 65세 정년이 보장되는데, 직접고용이라 해도 1,2년 기간제로 전환하면 65세 정년 보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한시적으로라도 65세 정년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과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에 대해 얘기해 달라.

 

A. 먼저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다 간다는 것이 노측 안이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부터 우리끼리 갈라져서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가고 하면 너무 위험하다. 운수든 청소든 같이 연대해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게 우리 작전이어야 한다. 우리는 몇 명 포함됐으니 우리만 해보겠다고 하면 안 된다.

그동안 코레일관광개발 파업을 응원했고, KTX 해고 승무원들의 서울역 농성에도 연대했으며,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과 함께 선전전도 했다.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 서울역 농성장도 방문했다.

 

비정규직은 정부나 정규직 노조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투쟁해야 한다. 우리가 현장에 현수막도 달고, 행신역에서 아침마다 선전전도 하는 건 스스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원장 간담회 때 제가 물어봤다. 어쨌든 외주화 업무를 되찾아오는 차원에서 정규직화하는데, 이번에 나온 공사 안에 어떻게 적극 대응할 것인가? 대응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어느 정규직 동지가 말했듯이, 정규직 임금을 삭감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는 없으니, 인건비 확보투쟁을 제대로 벌여야 하지 않는가?

 

 

Q. 전국의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노동자는 다 같은 마음이다. 노동자는 자기 권리를 찾으려 해야 한다. 정부나 사측이 권리를 찾아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찾고, 공부도 하고, 투쟁도 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갖다 주지 않는다.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인터뷰 및 정리 박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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