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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중앙선 시운전 열차 추돌 사고

두 번 드러난 자본주의의 민낯

 

 

 

10면 철도 사고_연합뉴스.jpg

사진_연합뉴스

 

 

먼저 드러난 민낯 : 노동자의 목숨보다 중요했던 시운전

 

지난 13일 원덕-양평간 시운전 사망사고의 정황은 대략 이렇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중앙선 KTX 시운전을 하고 운행 준비를 해야 했던 정부와 시설공단, 철도공사는 잦은 오류로 문제가 많았던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진짜 사람을 투입해 두 열차를 나란히 운행시켰다. 앞의 열차가 정지한 상태였지만, 시스템 오류로 뒤의 열차에 정지 신호를 보내지 못했고, 뒤 열차 기관사는 지시에 따라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냈다. 게다가 안개까지 낀 어두운 새벽이었고, 곡선 구간이어서 시야는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엉터리 시스템을 믿고 달렸던 뒤 열차는 비상제동을 썼는데도 시속 80km로 충돌하고 말았다.

 

시스템 보완 시운전인가, 아니면 열차 충돌 시험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시운전 방식에 대해 기관사와 사전 협의도 없었고, …위험천만한 시운전을 하면서도 안전대책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현장에서는 알 수 없었고, 사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철도노조 성명서)

 

만약 관련된 현장 노동자들의 합의를 통해 안전문제를 점검하고 이뤄진 시운전이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전부 열차와 후부 열차 기관사가 서로 끊임없이 무전하고 이런 무전을 역과 신호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듣고 이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의 책임자가 총괄할 수 있었다면, 이 불안전한 ATP 시스템에서 그런 시운전은 살인이며, 기관사를 투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루타 실험”에 투입되어 고인이 된 기관사는 이런 위험한 정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직 최고속도를 내도 시스템이 받쳐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고속도를 내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이다!

 

 

가증스럽게 가려진 두 번째 민낯 :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철도공사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나중에 날 대형사고가 미리 났다”는 식으로 지껄이고, “갑자기 전부 열차가 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공식적인 사고원인은 계속 쉬쉬하고 있다. 게다가 신호 시스템 오류는 사고의 본질적 원인이 아니다. 신호 시스템은 죄가 없다. 그것을 작동시키는 사람이 문제다. 바로 국토부와 철도공사 경영진이 주범이다.

 

사고 소식을 들은 철도노동자들은 분노하고 경악했다. 전국의 운전지부들은 조합원 총회를 통해 투쟁을 결의했다. 시운전 지시 책임자 처벌, 기관사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했던 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방책들을 요구했다. 그리고 25일, 준 파업에 달하는 강도 높은 안전운행투쟁(KTX : 시속 300km→200km, 일반여객열차 : 시속 약 130km→80km, 전동열차 : 시속 약 90km→60km)을 차곡차곡 준비해갔다.

 

그런데, 22일 갑자기 합의서가 나왔다. 철도공사의 사과 표명과 원인 규명을 통한 책임자에 대한 조치(처벌이 아니다!)와 노동조합이 철도항공사고조사위원회 등 각종 조사 위원회에 포함되도록 철도공사가 건의(포함시키겠다는 약속도 아니다!)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관련한 모든 투쟁지침 철회!” 강도 높은 안전운행투쟁을 막기 위한 국토부와 사측의 노력이 관철된 합의서였다.

 

국토부에서는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누굴 처벌하겠냐”고 하면서 합의를 강요했다. 하지만 ‘불안전한 시스템에 시운전을 강행’해 노동자 한 명을 죽이고, 6명의 중경상자를 만들고, ‘올림픽 전까지 KTX를 운행할 수 있도록 독촉’한 것 등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원인 규명은 차고도 넘친다.

 

노동자가 사고를 내면, 이제껏 철도공사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었냐와 무관하게 일단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을 즉각 직위해제해왔다. 그러나 무모한 시운전을 강행해 “철도노동자 7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책임 있는 윗분(?)들은 직위해제가 한 사람도 없다!” 현장 조합원의 분노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 책임 당사자들인 국토부,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의 사장들과 관료들이 ‘원인규명’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 합의서의 골자다. 이것이 살인자가 자신의 책임을 따지는 조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기에 강도 높은 안전운행투쟁을 준비하던 기관사들의 가슴속에는 어떤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철도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운영할 자격이 전혀 없다!” 바로 이것이 기관사들의 마음속에 합의서 대신 자리 잡은 피어린 절규다.

 

김민성 철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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