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서울대 당국은 왜 한 발 물러섰을까?

서울대 생협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8_9면 서울대생협_파이낸셜뉴스.jpg

학생들을 위한다며 아침과 저녁 식사 가격을 1,000원으로 낮춰 이용자가 1.5배 늘었지만, 급식인력은 그대로였다.

(사진_파이낸셜뉴스)

 

 

 

언론보도만 보고 있으면, 서울대가 노동자 권리 개선에 앞장서는 듯한 착각이 든다. 비학생조교들을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59명의 생협(생활협동조합)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가언론은 눈곱만큼도 믿으면 안 된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열악한 노동조건

 

서울대 당국이 생협 노동자와 관련해 한 발 물러선 것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 아니라 “생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서울대는 학생들을 위한다며 2015년 6월부터 아침식사를 1,000원에 줬다. 호응이 좋자 2016년 3월부터는 저녁식사 가격도 1,000원으로 낮췄다. 식당 이용자가 아침식사만 해도 2015년 3월에 8,982명이었다가 2017년 3월에 1만 3,746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급증했지만, 급식인력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었다.

 

2016년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전만 해도 휴식시간 30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변형근로를 하고 업무 강도가 강해지다 보니 5년 이상 일한 사람은 관절에 무리가 가 주사를 맞고 와야 했다. 그래서 신입직원들조차 일이 힘들다며 금세 나가기도 했다(2017년 5월 16일자 <파이낸셜 뉴스>).

 

인간적 수모도 많이 겪었다. 사측은 식당에서 식자재를 다듬는 노동자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관리자가 식당에서 물장화를 신고 왔다 갔다 하면서 물장화를 깨끗이 닦으라고 한 적도 있었고, 영양사 자격증을 딴 젊은 관리자가 부모뻘 되는 노동자한테 반말하고 윽박지르며 지휘하려 하기도 했다.

 

임금도 매우 낮았고, 거의 오르지 않았다. 생협 정규직도 호봉이 1년에 5,000원 정도밖에 오르지 않아, 10년, 20년 일해도 150만 원대에서 임금이 묶여 있는 구조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터무니없는 노동조건이었던 것이다.


 

파업 결의가 높았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노동조건도 노동자들이 침묵하면 세상에 알려지기 어렵고, 사측이 먼저 나서서 해결할 리 없다.

 

서울대 생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은 교섭 결렬에 대비해 파업을 준비했다. 생협 이사회에서는 설마 파업하겠냐며 노동자들을 얕잡아 봤지만, 파업을 앞둔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고, 결의는 아주 높았다. 처우가 너무 열악했기에, 여차하면 파업해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열망이 매우 컸다.

 

만약 서울대 당국이 완고하게 버텨서 생협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면, 서울대는 비학생조교 파업 때에 이어 다시 한 번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을 것이며, 생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했던 만큼 다른 노동자나 학생들의 지지연대도 꽤 확산됐을 수 있다. 결국, 서울대 당국은 노동자들이 잇달아 파업에 나서도록 방치하는 것보다는 작은 양보를 통해 잇따른 투쟁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여전히 심각한 차별

 

이번 합의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일반직 7~9급 통합 직급의 호봉제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서울대의 일반 행정 정규직은 6~7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급되지만, 생협 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최근 3년 동안 생협 정규직에서 승진은 없었다.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걸 보면 승진기준은 없었을 것이다. 있더라도 관리자 마음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결국, 서울대 생협 사례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투쟁 없이는 조금도 쟁취할 수 없고, 지배자들의 기만을 뚫고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는 만큼만 쟁취할 수 있다는 소중한 진실을 뚜렷하게 알려준다.

 

박인국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9 죽음의 우체국을 멈추자 file 노건투 2017.07.21 64
» 서울대 당국은 왜 한 발 물러섰을까? file 노건투 2017.07.12 123
937 [인터뷰] 하청노동자들이 떳떳하게 노조 할 수 있는 그날 위해 투쟁 ! file 노건투 2017.07.11 104
936 동진지회 발판으로 서열업체 노동자 함께 일어서는 게 모두 사는 길 file 노건투 2017.07.07 261
935 [인터뷰] 소용돌이 뚫고 전진하는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 file 노건투 2017.07.07 295
934 [인터뷰] 14년 만에 복직한 현대차 아산공장 오지환 동지 “진정한 계급단결투쟁 조직하기 위해 최선 다할 것” file 노건투 2017.06.27 132
933 죽음의 우체국을 멈춰라 file 노건투 2017.06.23 77
932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정신이 사라진 자리에 발생한 민주노조의 타락 file 노건투 2017.06.14 345
931 다스지회 10년 초유의 대의원 중징계. 비상한 각오로 민주노조 깃발 다시 들어야 file 노건투 2017.06.14 327
930 [투고] 철도 조영량 조합원이 목숨을 잃었다! 즉각 현장인력 충원투쟁에 나서자 file 노건투 2017.06.10 88
929 “너무 절실하고 정당한 투쟁이다. 많이 지지응원해 달라.” 총파업 중인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혜련 교육부장 인터뷰 file 노건투 2017.05.21 134
928 살인자는 살인을 멈출 생각이 없다 노동자가 살인자를 때려잡아야 한다 file 노건투 2017.05.17 86
927 기아차 1사 1조직 분리 총회 교훈 '회사 살리기 전망과 조합주의 극복 못하면 더 거대한 비극 온다' file 노건투 2017.05.16 630
926 현대차그룹의 민주노조 파괴에 맞서 싸우는 동진지회 file 노건투 2017.05.15 614
925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스스로 투쟁의 깃발이 된 하청노동자 file 노건투 2017.04.29 100
924 폐업과 대량해고에 맞서 당당한 투쟁을 선택하다 현대글로비스·현대차와 맞짱 뜰 수밖에 없는 동진오토텍지회 file 노건투 2017.04.27 229
923 기아차 쪼그라드는 이윤, 난폭해지는 공격 ! file 노건투 2017.04.19 178
922 만도헬라 비정규직 단결로 폐업 공격 막아내다 file 노건투 2017.04.19 153
921 GM의 구조조정과 한국GM 노동자들의 미래 file 노건투 2017.04.18 1200
920 4월 13일 건설기계 노동자 파업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의 절박함과 가능성을 알리다 file 노건투 2017.04.14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