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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정신이 사라진 자리에 발생한 민주노조의 타락

 

 

 

12면 현대제철비지회_미디어충청.jpg

2013년 투쟁 당시. 사진_미디어충청

 

 

 

당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작년 중국 산업시찰에서 사측에게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최근 폭로됐다.

 

지회장과 원청 협력지원팀 팀장의 수차례 만남, 비정규직지회 임원과 원청의 핫라인 등 여러 의혹도 제기됐다. 그리고 부지회장 한 명은 자신이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집행부에게 얘기했는데 조합원들에게 비공개하기로 해서 묻힌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회 집행부는 총사퇴 없이 진상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성접대 사건에 관련된 7명의 제명을 의결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과 의혹만으로도 민주노조의 도덕성과 자주성은 땅에 떨어졌다.

 

 

타락의 본질 : 노사협조주의

 

노사공동 산업시찰이 왜 필요한가? 자본이 해외에 있는 열악한 공장을 보여주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열악한 공장의 노동자도 참고 일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번처럼 성접대를 비롯한 향응을 베풀어 간부들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지난 5년 동안 현대제철비정규직회 조합원은 엄청 늘어 2,700여 명이나 된다. 조직력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쪽수가 늘어난다고 커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그동안 외형적 성장을 더 중시했다. 4조 3교대 전환투쟁, 임금인상투쟁, 숱한 업체별 현안투쟁 때 투쟁 대신 교섭을 앞세웠다.

 

심지어 해고자 선전전 때는 노조 방송차를 사용한 선전이 기준위반이란 논란이 벌어졌는데, 노조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가 얼마나 웃긴 일인가?

 

만약 집행부가 강력한 투쟁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회장과 원청 협력지원팀 팀장이 수차례 만나는 일이 있었을 리 없고, 임원과 원청의 핫라인 의혹 자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접대는 결코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사측의 성접대 시도 자체가 낱낱이 폭로됐을 것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노조라고 해서 타락하지 않는 게 아니다. 이 점에서 2년째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차헌호 지회장의 얘기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투쟁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노동조합을 운영한다고 해서 민주노조가 아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정신과 실천이 민주노조다.”(<들꽃, 공단에 피다>에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조합원의 비판과 행동

 

관료주의와 노동자의 수동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노조관료들은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비판, 활동을 봉쇄한다. 조합원의 힘을 형식적으로만 인정한다. 그래서 노동자를 더 수동적으로 만든다. 거꾸로 노동자의 수동성은 관료주의가 확산될 수 있는 토대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현장노동자 스스로의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 노동자의 능동적 비판과 주체적 행동이 필수적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전체 노동자를 대변해 행동할 수 있는 계급적 지도부를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짓밟는 타락한 행동을 추방할 수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노동자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2,700 조합원이 투쟁정신으로 똘똘 뭉친다면, 나아가 4천 정규직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해 나선다면 현장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 잠재력을 꽃피우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민주노조 혁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조는 그 꽃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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