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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평 :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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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미국의 상황을 만화 형식으로 재미있고 생생하게 담았다. 살던 집에서 쫓겨난 가족,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은 황량한 도시, 노후를 대비해 투자했던 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노부부가 이 책의 주인공이고 무대다. 저자는 노동자들이 갑작스럽게 맞이한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서 탐욕스러운 금융자본가와 부동산투기 조장,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 등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것이 어떻게 오늘날의 위기를 불러오는지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의외라고 생각할 법할 내용도 있다. ESOP(이스트사이드조직화운동), LIFFT(함께 싸우는 저소득 가정들), ‘땅을 되찾자’ 등 초보적인지만 자본주의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운동이 미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금융위기가 이런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마시 캡터라는 하원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자본가 정치인까지 ‘소유권 침해’ 운동을 거들고 있음을 알려준다. 마시 캡터는 “집을 떠나지 마세요, 손에 쥔 사람이 주인이라는 속담을 잊지 마세요.”라며 집을 압류당한 사람들에게 강제 퇴거에 저항할 것을 호소한다.

 

저자는 분명 금융위기로 고통 받는 노동자의 모습과 자본가들의 탐욕, 그리고 자본가정권의 반노동자적인 모습을 훌륭하고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계와 약점 또한 갖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금융위기 원인을 자본가계급 전체가 아닌 일부 ‘탐욕스러운 자본가’에게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아닌 자본가정권의 ‘잘못된 정책’에서 찾는다. 즉, 자본가정부가 ‘탐욕스러운 자본가’를 적절하게 제어했다면 오늘의 위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예를 들면, “대공황 때,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글래스-스티걸법’을 만들어 은행규제의 틀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1970년대까지 경제가 잘 돌아갔다. 그러나 부유한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규제완화 활동을 벌였고 이에 호응한 정부가 그 후 30년 동안 규제완화 정책을 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금융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물론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신자유주의정책이 노동자들을 한층 더 큰 고통으로 몰아넣었고 경제위기를 한층 더 크게 부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에 위기의 근본책임을 돌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 위기의 근본책임은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다. 탐욕스러운 자본가나 신자유주의정책도 결국은 케인즈주의의 산물이고 케인즈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즉, 신자유주의나 케인즈주의는 서로 본질이 다른 게 아니라 자본주의가 걸치고 있는 다른 색의 옷일 뿐이다. 옷을 바꿔 입었다고 다른 무엇이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에게도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 물음과 답변을 제시한다.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인들은 경제를 망가뜨린 거대기업들에 맞서 싸웠다. 우리라고 그러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은행과 거대기업에 맞서는 전투적인 대중운동이다.”

이재백 발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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