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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물가하락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싸?

노건투 2016.04.10 13:55 조회 수 : 837

물가하락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싸?

 

 

 

2015년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0.7% 올랐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정부는 196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디플레이션이라며 저물가 잡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물가가 낮아지면 가계부담도 줄어들고 살림살이도 더 나아져야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체감 물가

 

생활비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가 주거비다. 2015년에 아파트 전세 가격이 6% 가까이 올랐다. 월세도 같이 올랐다. 전국 평균 월세는 56만 원, 서울 월세 평균은 81만 원에 이른다. 서울 대학생들의 월세(관리비 포함)50만 원이나 된다.

 

주요 생필품 가격은 어떤가? 작년 말 소주 가격이 5~6% 인상된 데 이어 두부, 달걀, 핫도그, 햄버거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맥주를 비롯한 다른 음식료품도 가격 인상설이 끊이지 않는다. 소주의 경우 제조업체가 올린 가격은 병당 60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를 빌미로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병당 500~1천 원을 올려받는 등 주요 식음료 제품의 가격 인상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공공요금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6월 수도권 버스지하철 요금이 일제히 오른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요금 인상이 잇따랐다. 1월 시내버스 요금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6%, 전철요금이 15.2% 올랐다. 이 밖에도 하수도료(23.4%), 공동주택관리비(4.1%), 학교급식비(10.1%)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가 반의 반 토막이 났고 곡물, 설탕 등 주요 식재료의 국제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식음료 제품의 가격은 경쟁하듯이 오른다. 디플레이션이라며 물가가 안 올라 걱정이라고 정부는 얘기하는데,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4면 물가의 계급성.JPG

 

 

 

생산자물가는 하락하는데, 제품가격은 올라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하락하는 등 생산자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린다. 최근 풀무원이 두부 가격을 5.3% 인상했다. 풀무원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인상을 제품 인상의 근거로 들었지만, 실제로 콩은 13년에 비해 33.9% 하락하는 등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다. 라면 가격도 마찬가지다.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분, 팜유 가격은 45%, 56% 하락했는데 라면값은 크게 올랐다.

 

소주도 도수가 낮아지면서 원료인 주정 사용량이 줄었는데도 소주 가격은 5% 넘게 인상됐다. KT&G는 시중에서 파는 담배보다 2배 이상 이익이 높은 면세담배 가격을 20% 이상 올렸다.

 

 

독점과 담합

 

물가는 떨어진다는데, ‘필수적인 식음료 제품이나 공공서비스 요금은 인상되고 있다. 유가와 원재료 가격은 하락하는데도 완제품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저물가 상황에서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인상되는 것은 일부 기업이 산업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장악력을 가진 기업은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1~3개 기업이 75% 이상의 시장을 장악한 산업이 59(2011년 기준)인데, 전체 광업·제조업 매출액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8대 재벌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4%에 이른다. 아파트, 자동차, 휴대폰, 식음료, 옷 등 독점자본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이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다.

 

이들은 또한 기업들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으로 이윤이 하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 가격결정을 협의하는 담합을 한다. 최근 택배박스 재료인 골판지 생산 제지업체들의 담합, 레미콘 업체들의 담합이 적발됐다.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 13개사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통영·평택·삼척 생산기지 저장탱크 공사 12건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것이 밝혀졌다. 건설사들의 담합은 4대강 산업 입찰 당시 가격을 부풀린 일도 알려져 있지만, 전혀 시정되고 있지 않다. 이는 최근 몇 달간에 공정위에서 발표한 것이니 적발되지 않은 담합은 얼마나 더 많겠는가? 영화관람료, 화장품 가격, 프랜차이즈 음식점 가격 등 여러 가격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을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불법도 정당화하는 정부

 

담합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가 나서서 이런 잘못된 구조를 바꾸려 할 것인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재판부는 농심의 담합에 면죄부를 씌워 주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2000년 대표자회의를 열어 농심이 먼저 가격을 올리면 타사들도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는 담합을 했고, 공정위는 이에 대해 1,080억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재판부는 농심이 다른 라면 제조사들과 라면가격 인상 일자나 인상 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라면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4대강 사업 당시 담합 행위로 처벌받아 공공기관 입찰 참여 자격이 제한된 재벌 계열 건설사들의 얼룩진 과거를 깨끗하게 지워 주기도 했다.

 

결국 장기 불황 상황에서 줄어드는 임금을 상쇄하는 물가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가하락 자체가 노동자의 의식주 비용을 낮춰주지는 않는다. 반면 판매량 축소로 줄어드는 이윤만큼 자본가들은 원재료비 절감, 가격 인상으로 이윤을 보전한다. 노동자들이 단결투쟁으로 임금을 올리거나 물가인상을 막지 못하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만 골병든다.

 

진환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

 

 

 

소비자물가지수의 함정

 

 

 

사상 최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물가상승률 간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 물가를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소비자물가지수와 관련된 통계의 문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소비 지출에서 비중이 큰 481개 품목의 가격을 가중평균해서 구한다.

 

그런데 전·월세처럼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한 품목의 가중치가 너무 적게 반영돼 있다. 월세 비중이 3.1%로 휘발유(3.12%)나 스마트폰요금(3.39%)보다 낮다. 채소류나 대중교통 요금처럼 상대적으로 값은 싸지만 실생활에서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이 착시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1월 가격이 36% 상승한 배추는 국민이 매일 먹는 음식이지만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7%밖에 안 된다. 전철 요금의 비중은 0.35%. 전철 요금이 10배로 올라도 스마트폰 요금이 10%만 하락하면 전체 물가는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노동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물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가하락으로 경기침체가 걱정된다며 필수 제품의 부당한 가격인상을 못 본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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