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자본가 살리기 법 제정
불황에 직면한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손발을 척척 맞추고 있다. 야당은 노동개악 국면에서 ‘필리버스터’로 잠깐 쇼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중요한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합의하고 있었다.
촘촘한 기업구조조정 계획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합의되자마자 2월 12일 공포됐다. 원샷법에 대한 논란이 장막 역할을 하는 사이 작년 12월로 만료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부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부활에 걸리는 시간을 메우고자 금감원은 모든 금융권을 강제해 2월 1일부터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기업구조조정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동하고 있다. 이후 개정된 기촉법은 일사천리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3월 3일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신용공여 500억 원 이상의 대기업이 대상이었으나 부활하는 기촉법은 30억 원 이상 중소기업을 포함해 사실상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효력 발생시점도 3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지난 3월 9일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총선을 의식하기에 기업구조조정이 부진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을 비롯해 조선사, 해운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본가 언론과 단체들의 문제제기에 그렇지 않다며 적극 해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대기업은 4~6월, 중소기업은 7~10월에 진행하고 각각 7월과 11월에 구조조정대상기업을 선정한다고 했다. 오죽하면 언론에서도 기촉법이 시행되는 잔인한 4월의 봄이 지나면 원샷법(8월 발효)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을까.
자본주의 살리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살리기 내용으로 가득하다. 확대 강화된 기촉법을 통해 일차적으로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선별하고, 정상기업들에 대해서도 미래의 이윤감소를 예상해 분할 매각, 합병 등을 각종 세제 지원, 자금 지원, 규제완화로 돕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다.
이 법들에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원샷법에 창업, 재취업교육, 직업교육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결국 노동법개악의 한쪽에서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법적 장치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과 대자본가들의 주머니(범 8대 재벌의 자산은 국내 GDP 중 84.5%를 차지한다)는 결코 건들지 않고 노동자들을 쥐어짜 마련한 세금으로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자본가 살리기 법(기업구조조정 관련법과 노동법개악)을 치밀하게 마련하고 있는 자본가들은 과거 10여 년처럼 일부만 선별해 가혹하게 착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놔두면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초과착취하던 방법으론 현 침체국면을 돌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법개악의 초점이 대기업 정규직에 맞춰져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결국 현재 필요한 것은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일 수밖에 없다. 관료들이 상투적으로 내뱉는 ‘영혼 없는 구호’가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정신 말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