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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1,200원대 기름값, 요즘 왜 이렇게 싸지?

노건투 2016.02.04 17:49 조회 수 : 934

1,200원대 기름값, 요즘 왜 이렇게 싸지?

석유생산을 둘러싼 그들만의 리그

 

 

 

요즘 주유소에서 1,200원대 휘발유 가격을 쉽게 볼 수 있다. 2012년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한 것을 아직 기억하는데, 3-4년 사이에 무려 700-800원이나 낮아졌다. 20031,290원대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주유비 부담이 줄어들어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널뛰기하는 가격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기름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제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를 찍고 미국발 경제위기로 40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한 돈 풀기, 경기 상승을 위한 각국 정부의 지출 확대, 여기에 투기꾼들의 개입 등으로 다시 110달러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2013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어 현재 40달러 수준까지 다시 내려앉았다. 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70%나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사우디의 석유를 둘러싼 전쟁(공급 확대)

 

국제유가 하락의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이다. 2010100달러에 이르는 높은 국제유가가 계속되자 많은 자본가가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존 산유국 중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사우디가 하루 95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하는데, 미국이 하루 90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미국이 석유를 엄청나게 뽑아내자 국제석유 공급량이 증가했고 석유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보통 석유값이 계속 하락할 경우 OPEC(석유수출국들의 모임으로 13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는 참여하지 않음)에서 석유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올리는 식으로 통제해왔다.

 

그런데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은 공급량 통제를 통한 가격조절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석유생산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은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공급 축소가 아니라 반대로 공급 확대 결정을 한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사우디가 감산하면 국제 유가는 오를 것이고,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브라질,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자들이 우리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다라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단가 경쟁력이 낮은 곳은 석유생산이 힘들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셰일오일과의 경쟁을 선언했다.

 

공급량을 늘려 유가가 하락시키면 생산단가가 높은 셰일기업들이 파산해 석유 독점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석유 가격을 계속 떨어뜨리며 누가 먼저 죽느냐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배럴당 75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줄도산이 이어지리라 점쳐지던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은 망하기는커녕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신규 석유생산국과 기존 독점적 석유생산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급경쟁이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3면 유가하락.jpg

 

석유 큰손들 간의 칼부림이 끝나면 그 칼이 우리를 노릴 것이다. (그림_JTBC) 

 

 

 

세계경제위기의 장기화(수요 감소)

 

국제유가 하락의 두 번째 이유는 세계경제불황의 장기화다. 세계경기 침체로 에너지 소비 정체가 몇 년간 계속되어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각국 정부의 재정출혈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특히 08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마저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전세계 석유소비의 12%를 차지하던 중국의 에너지 소비 감소는 석유 수요를 축소시킨다. 수요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데 석유 공급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유가 시대는 계속될까?(독점과 담합)

 

경기불황은 장기화되어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줄어들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기본 공식인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른다면 가격은 계속 떨어져야 한다. 여기에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석유수출이 확대되면 공급량 확대로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저유가 시대는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학의 공식처럼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직 버티고 있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셰일오일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더 버틸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저유가에 끄떡없다고 자신하던 사우디도 출혈경쟁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정부 부채의 증가로 1511월 사상 처음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느 한 쪽이 승리해 독점적 권한을 확보하면 이들은 다시 공급량을 통제해 석유값을 올리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손해 본 것을 모두 되찾겠다며 가격을 급격히 올릴지도 모른다. 혹은 더 이상 과도한 경쟁은 하지 말자며, 셰일오일 기업과 기존 산유국들이 서로 담합해 국제유가를 올릴 수도 있다.

 

과거 OPEC이 담합으로 생산량 증감을 통해 유가를 조작한 1974~1985, 2005~2014년 등 두 차례에 유가는 48~120달러에 이르렀지만, 경쟁 체제로 바뀐 1986~ 2004년의 경우에는 21~48달러로 저유가 시기가 있기도 했다.

 

지금은 낮은 기름값에 살림살이가 좀 나을 수 있지만, 이것이 계속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기름값은 결국 석유자본과 그들 국가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를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전체 사회의 구성원인데, 일부 자본가의 이익에 따라 석유 생산은 결정된다.

 

진환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

 

 

 

 

계획생산과 생산의 통제권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라 사회가 매우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 수요가 감소하면 다시 가격이 내려가서 매우 적절한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칙의 함정은 독점과 담합이다. 공급량을 통제해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 자본가들은 가지고 있다. 석유값도 그들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시기에는 낮아질 수 있지만, 세력균형이 형성되면 그들은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다. 고유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대중이 받을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찍던 시기에 고통받던 노동자들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이미 자본주의 사회는 계획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거대 기업들은 수요를 계산하고 적절하게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OPEC과 같은 석유생산자들은 이미 석유를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자본가들이 몸서리치는 사회주의 사회의 생산법칙인 계획생산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본주의의 계획생산은 일부 자본가의 독점적 이윤확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점이다.

 

전체 사회에 필요한 생산물을 불확실성에 내맡기지 않고 적절하게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계획생산의 이점은 크다. 그러나 계획생산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핵심은 그런 생산계획을 누가 통제하느냐. 소수 자본가가 권한을 행사하면 계획생산은 이윤 극대화의 수단이 된다. 반대로 다수 노동대중이 생산 통제권을 확보해야 계획생산은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회발전의 수단이 된다.

 

진환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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