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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는 계속 이윤을 위해 굴러가야 하는가?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근본 질문

 

 

 

대우조선 채무조정 작업이 마무리단계다.

그 내용은 크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1.6조 원 출자전환 ▲시중은행(KEB하나은행, 신한, 국민은행 등) 7,000억 원의 80% 출자전환과 20% 만기연장 ▲회사채·기업어음 보유자 1조5,500억 원의 50% 출자전환과 50% 만기연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전체 회사채(총 1조3,500억 원)의 29%인 3,900억 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이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서는 조건을 전제로 50% 출자전환과 50% 만기연장에 동의했다.

원금을 돌려받는 대신 빚의 절반은 주식으로, 나머지는 연장된 기한이 돼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은 커진다.

 


 

돈줄 틀어쥐고 노동자 공격

 

대우조선의 대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정부는 돈줄을 틀어쥐고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쟁의·무파업 지속, 전 직원 임금 10% 삭감과 무급휴직 등으로 총액인건비 25% 감축(2016년 대비), 2018년 상반기까지 정규직 9,000명 이하로 감원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사측의 공격은 더 확대될 것이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자구계획 이행률이 57%고 삼성중공업은 40%인데 대우조선은 27%에 불과하다”며, 더 처절한 노력과 고통분담을 떠들어댄다. 또한 사측은 해양플랜트사업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1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쫓겨났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가 해고될 위기에 몰려 있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조선산업 위기의 근원은 자본가들의 맹목적 이윤활동이다. 조선산업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맹렬하게 투자하고 생산에 열을 올렸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뒷받침했다. 해양플랜트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한참 지난 2013년 11월에도 정부는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은 연평균 6.4%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우리 산업의 핵심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잉생산과 출혈경쟁을 부추겼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가들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 씌운다. 노동자가 경영에 개입하기라도 했나? 노동자가 생산을 계획할 수 있었나? 노동자가 회계조작에 참여했나?

 

 

정부의 도박

 

대주주가 국책은행(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대우조선은 사실상 정부가 보유한 회사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이윤을 위해 굴러간다. 이 정부가 자본가정부고, 조선산업과 조선소를 자본가와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4조2,000억 원을 지원했다. 그 뒤에도 출자전환이 있었고, 이제 또 2.9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1년 반 동안에만 13조 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치는 사이, 두 은행이 안게 된 부실채권만 1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12,000명 이상이 잘려나가지 않았는가? 정부는 이 공적자금이 정확히 어디에 쓰였는지, 쓰일 예정인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 19일 이렇게 말했다. “1년 정도 구조조정을 열심히 해서 대우조선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내년에 팔겠다. 그래서 우리나라 조선사 빅3, 세 곳을 두 곳으로 정리하겠다.”

 

결국 정부의 목표는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을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든 후 매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도박이다. 조선산업 전체가 위기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그야말로 자기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매각이 쉬울 리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의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고,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전혀 없는 정부는 도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노동자의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담보로.

 

 

 

7면 대우조선.jpg

 

 

 

근본 질문 - 조선소는 계속 이윤을 위해 굴러가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사적 이익(돈벌이)을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며 생산하는 체제다. 그래서 한 기업 차원에서는 완벽할 정도의 계획화가 가능하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서는 초보적인 계획화도 불가능하다. 전체 사회, 전체 세계가 필요한 수준으로 생산품목과 양을 미리 조절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필요 이상의 과잉생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조선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노동자가 산업과 공장을 통제해야 한다.

 

물론 사회적 필요의 감소나 생산시설 노후화 때문에 산업과 공장을 축소, 재편해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이직과 재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과 복지가 지급돼야 한다. 그리고 축소, 재편된 공장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돼야 한다.

 

이런 근본 전망을 제기해야만 정부와 자본가들의 도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공적자금이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 보장에 쓰여야 한다는 주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왜 자본가의 이윤만을 위해 굴러가는 공장(조선소)에, 그것도 지금으로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공장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가? 위기에 빠진 조선소는 더 이상 이윤을 위해 무정부적으로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해 계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전체 노동자민중의 이해’라는 차원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공적자금은 단지 대우조선 노동자의 이해만 걸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한 희망

 

물론 이런 전망은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없다. 정부와 자본가들의 결사반대를 제압할 노동자투쟁의 힘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근본 전망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회사 살리기 공세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근본 전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고리는 정부와 자본가들의 책임을 묻고 원·하청 노동자의 총고용을 쟁취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자본가들의 공격을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점점 감소하는 노동자 숫자를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또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강도 완화로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싸워야 한다. 모든 비용은 이 사태를 불러온 정부와 전체 조선산업 자본가들이 지불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진짜로 이 사태에 책임이 없다. 그런데 투쟁을 회피하면 할수록 노동자가 책임을 뒤집어쓴다. 대우조선노조는 일단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무파업을 약속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대거 쫓겨나는 상황을 수수방관하더니, 이제는 정규직 임금삭감까지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노조가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서명을 거부하냐’며 임금삭감 동의서를 써줬다.

 

그러나 희망은 분명히 있다. 극소수지만 동의서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있고,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로 뭉쳐 투쟁을 시작한 하청노동자들이 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더 많은 공격이 닥칠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직하자, 현장을. 그리고 더 넓게, 더 굳세게 뭉치자. 자본과 정부의 입맛대로 굴러가는 조선소와 이 사회를 멈추기 위해!

 

이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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