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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자본의 탐욕

누군가에겐 눈물, 누군가에겐 웃음

 

진환 한국지엠 창원공장 노동자

 

 

 

8월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해운’산업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는데, 언론에선 소란이 일었다. “세계적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수출기업에 막대한 타격 발생” 등등.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각 나라의 항만이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며 선박을 압류하거나 작업을 거부한 것이다. 선박 72척이 운항 차질을 빚고 있고, 최소 15조 원가량의 화물이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수출입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언론에서 호들갑 중이다.

 

한진해운은 연매출 8조 원으로 한국 1위, 세계 7위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다. 수출입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해운업의 위기가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정부는 준비 없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6면 한진해운_이투데이.jpg

사진_이투데이

 

 

 

무책임과 탐욕

 

한진해운 사태를 책임져야 할 한진해운 전·현직 사장들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진해운 부실의 실제 책임자로 2014년까지 경영을 담당했던 최은영 전 사장과 그 가족들은 지난 7년간 1,500억 원의 월급과 주식배당금을 챙겨갔으나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고 있지 않다. 최은영 전 사장은 2009년 당시 155%였던 부채비율을 2013년 1,445%까지 뛰어오르게 만든 장본인이다.

 

최은영 전 사장은 한진해운의 부실이 해결되지 않자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를 넘겼다. 그러나 최은영 전 사장은 여전히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해 매년 건물 임대료로 140억 원씩을 받아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월 22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97만주 전량을 매각해 약 10억 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침몰하는 회사에서도 끝까지 자기 이익만 챙긴 것이다.

 

최근 여론의 압력에 밀려 1,0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어떤가? 최은영 전 사장과 다를 바 없다. 항만, 터미널, 영업권 등 한진해운이 가진 2,300억 원가량의 알짜배기 자산을 한진그룹에 이미 매각한 상태다. 무너지는 회사의 고혈까지 짜낸 것이다. 전·현직 사장은 회사의 유지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번 사태에 연관된 1만 1,000명 노동자의 일터와 삶이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는데도 이는 자본가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최근 110명의 트레일러 운전사들이 계약해지되었고, 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선장들인 사장들이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도망을 친다.

 

 

누군가에겐 고통, 누군가에겐 이득

 

한진해운 사장들만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한진해운 사태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는데도 뒤에서 웃고 있는 자들이 있다. 바로 경쟁하는 해운회사들이다.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지고 물류 대란이 벌어지자 해운사들은 일제히 컨테이너 노선 운임을 올렸다. 컨테이너 한 개당 1,100달러였던 부산-미국 운임이 1,700달러로 55%나 뛰었다. 운임 인상은 자연스레 상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소비자들인 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은 넘어오게 된다.

 

그리고 경쟁업체들의 주가도 뛰고 있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덴마크)의 주가는 1.45% 올랐다. 특히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한진해운과 경쟁관계에 있던 대만과 홍콩 선사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대만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의 주가는 대만증시에서 각각 10%, 7%씩 급등했다.

 

세계적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에 대부분의 노동자는 선한 마음으로 문제없이 해결되기를 원한다.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서 사람이 깔려 있으면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지, 탐나는 물건을 챙겨 나오는 게 먼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물류대란이 벌어지더라도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윤을 더 얻을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당연한 일이라며 합리화한다. 우리에겐 비상식적인 일들이 그들에겐 상식이다.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자본가들이 이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모든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원인-무계획적인 과잉공급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은 선박의 세계적 공급과잉이다. 컨테이너선 해상물동량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물동량이 확대되자 해운회사들은 너도나도 앞장서 컨테이너선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해상물동량이 급감하면서 큰 폭의 공급 과잉이 나타났다. 해운회사의 경쟁이 격화되자 운임이 하락했다.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면 공급을 줄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해운회사들은 정반대로 결정했다. 단위당 비용을 줄인다며 대형선박을 추가로 발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미국의 양적완화와 맞물리면서 공급은 더 확대된다. 공급과잉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잉공급을 내세우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비용절감으로 이윤확보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과잉이 해결되지 않아 위험부담이 커지는데도 그들은 눈앞의 이익을 선택했다. 결국 해운업체들 간의 경쟁은 더욱 격해졌다.

 

 

장기불황의 직격탄 맞은 해운업

 

세계 경제의 장기 불황은 해운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운임하락 속에서 누가 더 버티느냐의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여러 업체 중 가장 허약한 회사가 먼저 무너져야 했다. 그것이 바로 한진해운이었다. 경쟁업체가 줄어들자 운임은 부분적으로 상승해 다른 해운회사는 작은 숨구멍을 확보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해운회사들은 무너진 회사의 물량을 두고 또다시 치킨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킨게임에서 어느 기업이 파산할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 세계 무역량은 대략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선박 숫자도 파악할 수 있다. 개별 자본가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무리하게 공급을 확대한다. 경쟁업체에 비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다. 문제는 한 개 업체가 아니라 전체 해운사가 그렇게 상황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윤 확보가 목적인 자본가들은 동일한 계산과 판단을 하기 나름이다.

 

 

노동자가 산업을 통제하지 않으면 한진해운 사태는 반복된다

 

결국 자본주의 경쟁체계에서 과잉공급은 필연이다.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량을 계획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합리적 운영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기업의 파산과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해고는 이어진다. 낭비와 고통은 무한반복한다.

 

이윤욕심에 따른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 맞춘 공급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회 구성원들, 특히 다수이며 산업의 중심축인 노동자들이 책임지고 통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탐욕으로 위기를 확대하는 자본가들이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한진해운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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