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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간 혁명정당 건설의 토대를 놓기 위해 분투했던 노건투가 분리·해산했습니다. 노건투 안에서 두 경향이 자기 내용을 분명히 하면서 분파로서 자기정립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 조직 안에서 공존하기 어려워 해산한 다음 각자 새로운 조직을 띄우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강령적 내용에선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술적·조직적 노선에선 차이가 점차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노선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충돌들이 발생했습니다.

노건투 분리는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입니다. 혁명운동은 다수 노동자의 힘을 결집해야 하는 운동이므로, 민주적 토론과 행동의 통일이라는 방법으로 경향적 차이를 해결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노건투 분리는 혁명운동의 전진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혁명적 사상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분투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단지 강령적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조직·전술적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운동에 대한 개입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두 분파는 곧바로 각자의 새 조직을 통해 스스로 옳다고 판단하는 실천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경향이 올바랐는지를 실천 속에서 검증해 나갈 것입니다. 해산에 즈음해 두 경향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혀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는 실패대로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세인식) 과학적 정세 인식의 필요성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가계급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며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노건투 다수파는 2008년 이후 해마다 자본가계급의 강화된 공격을 막지 못하면 민주노조운동이 궤멸될 수 있다는 파국론에 빠지는 한편, 토대 변화에 따라 노동대중의 거대한 투쟁물결이 곧 올라올 것이라며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계급투쟁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전투적노동자당 건설, 총파업투쟁단 건설, 총파업 전면화-보편화 전술 등을 계속 제기했습니다.

 

반면 우리 소수파는 ‘경제위기가 곧바로 노동자계급의 급진화를 낳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조기 상황에서 노동자투쟁은 드물게만 벌어지고 있고, 그조차도 산발적이고 파편적이며 방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노동자투쟁이 객관적으로 절박하게 필요하지만, 주체역량은 아직 매우 부족하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전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수 의견이 채택됐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과도한 정세예측은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 위기의 객관적 토대는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변화시킬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힘이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현실은 어느 방향이 올바랐는지를 밝혀줍니다. 하지만 다수파는 한 번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술) 정세에 조응하는 전술

 

우리 소수파는 우리가 가진 힘에 기초해서 투쟁을 만들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했습니다. 특히 노동자대중의 투쟁이 파편적이고 수세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소수 활동가들이 공장문 앞에서 ‘전국적 총파업’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장에서 실질적 파업을 조직할 힘을 어떻게 다져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크고 작은 사안들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하면서 단결력과 투쟁력, 자신감을 기르고, 정치사회적 사안들에 대해서도 현장의 힘을 조직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맞물려 현장에 깊이 뿌리박고 실천할 수 있는 노동자혁명가를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사활적인 과제라고 제기했습니다.

 

한 달 만에 1,000만 명이 떨쳐 일어선 68년 5-6월 프랑스 노동자총파업에서도, 87년 7.8.9 노동자대투쟁에서도 몇몇 사업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만 거창하고, 소리만 요란한 전투적노동자당 건설, 총파업투쟁단 건설, 총파업 전면화-보편화 전술보다는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에서 아무리 작은 싸움이라 해도 자본과 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고, 단 한 명일지라도 노동자혁명가를 양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 노동자운동을 제대로 전진시키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당건설 경로) 전투당 숙명론 – 관념적 계획

 

다수파는 한국사회에서 혁명정당을 직선적으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며 ‘전투적 노동자당’(이하 전투당)이라는 우회로를 거의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우리는 혁명정당 건설 과정에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전투당 문제가 현실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투당 건설은 현실 운동의 변화, 대중의 선택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할 부분적이고 전술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노동자계급이 혁명정당이라는 직선로를 선택할지 아니면 전투당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할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혁명가라면 당연히 혁명정당이라는 직선로로 전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다수파는 전투당 전술을 혁명정당 건설 전략의 핵심적 일부로 격상시켰습니다. 이것은 노건투가 표방해왔던 혁명정당 건설 노선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며, 전투당 숙명론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다수파는 숙명적인 전투당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당건설의 1차적 내용으로 채웁니다. 이는 객관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주관적 의지와 바람으로 현실에 개입하는 관념적 방법입니다.

 

 

(중간고리) 전투당 숙명론과 활동가 공동전선

 

숙명적인 전투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동자계급의 급진화입니다. 그리고 급진화를 추동하기 위해서 활동가 공동전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파의 입장입니다.

 

우리 역시 활동가의 공동활동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사업장 차원에서든, 지역적 차원에서든 투쟁이 벌어지면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여러 경향의 활동가들이 공동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동활동에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대중투쟁을 매개로 일시적으로 공동활동을 해야 합니다. 혁명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조직적 독자성을 분명히 견지해야 합니다. 상설적 활동가조직을 만들어서 대중투쟁과 무관하게 공동으로 선전선동하려 하면 원칙의 통일이란 기반이 없기에 혼란에 빠지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방식으론 노동자의 힘을 키울 수 없고 혁명운동을 전진시킬 수 없습니다.

 

 

(현장) 현장조직이 아닌 현장분회

 

혁명조직은 거의 대부분 선거조직으로 전락해버린 현장조직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세상을 기필코 건설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만들고, 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80년대부터 건설된 한국의 민주노조는 대부분 조합주의적, 관료주의적으로 퇴행했습니다. 특히 대사업장 민주노조는 더 그렇습니다. 대사업장의 현장조직 운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족주의 우파 현장조직은 물론 상대적으로 더 전투적이었던 좌파 현장조직들도 전체 노동자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우는 종파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 현대차 민투위, 기아차 금속노힘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표방하는 것과 달리 이들의 목표는 노조 집행권력을 장악하는 데로 빨려갑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전투적 현장조직도 매우 빠르게 그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현장조직 운동은 이미 그 역사적 의의를 다했습니다. 그런데 활동가 공동전선이란 이름으로 현장조직류에 주목하고 이를 대안으로 여기며 힘을 쏟아붓자고 주장하는 것은, 혁명운동을 현장조직에 용해시켜 버리고, 결국 현장조직이 파탄 날 때 혁명운동도 함께 파탄 내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사회주의 지향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일관되게 실천하는 사회주의 현장분회가 진짜 대안입니다. 현장분회를 중심으로 현장노동자들과 정치적 관계를 맺어가야 합니다. 현장분회는 현장신문을 적극 발간해 현장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미래의 거대한 투쟁을 의식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노조) 현장이 살아 움직이는 노조

 

‘계급투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명망가가 필요하다’며 노조 지도부 장악을 중심에 두는 다수파의 태도는 많은 위험을 낳았습니다. 현장의 힘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활동가가 노조 지도부에 올라가면, 노조 관료들의 포로로 잡히거나 아니면 자신이 노조 관료의 공범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자해방은 노동자 스스로 쟁취해야 합니다. 이런 정신에 따라 노동자가 노조의 주인으로 우뚝 서게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수동적이지 않고 언제든 민주적 토론과 집단적 실천을 통해 노조 지도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노조는 생명력을 갖습니다. 이렇게 노동자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중심에 둘 때만, 그리고 노동자들이 지지할 때만 활동가가 노조 지도부에 올라가야 혁명운동도 강해지고 노조도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혁명정당 건설을 앞당깁니다

 

이기주의, 타협주의, 관료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자본가세상을 뒤바꾸겠다고 혁명적 노동자정치를 선택하는 한 명은 미래에 세상을 뒤흔들 노동자투쟁에서 수천 명, 수만 명을 이끌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혁명적 정치를 선택하는 노동자들이 한 명 한 명 늘어갈수록 자본과 정권에 맞선 투쟁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금 같은 정세에선, 한 명 한 명이 늘어갈수록 당건설의 길은 빨라집니다. 당장 느려 보이고 성과가 적어보일지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눈앞에 커 보이고 뭔가 될 것 같아 보이더라도 혁명적이지 않고, 현장에 뿌리박지 못한 속빈 강정이라면 그 길은 지름길이 아니라 낭떠러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노동자 정치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려는 동지들과 어깨를 걸 것입니다. 현장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며, 이기주의의 벽과 타협주의의 늪, 그리고 관료주의의 멍에를 부수고 노동자들이 나아갈 길을 함께 찾겠습니다. 작더라도 견고한 모범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더 큰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노건투의 해산이 더 큰 전진이 될 수 있도록 분투하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가려는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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