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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계급 단결 회복과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독립

2018년 민주노조운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이용덕

 노동자세상 172호 (201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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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강조했고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사진_TYN)

 

 

 

문재인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강조했고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또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차단해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자본가들을 돕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배경을 살펴보자.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2018년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전반적으로 국내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윤 회복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수많은 기업은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해 12월 발표한 작년 국내기업의 설비투자는 195조 원으로 이는 전년(180조9,000억 원) 대비 7.8% 증가한 것이나 전년에 비해 늘어난 14조1,000억 원의70.7%는 반도체 업종이 차지했다. 반도체 업종이 아니었다면 작년 설비투자 증가액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조선업, 외투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제조업 전반으로 고용불안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341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함으로써 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종료되었다. 상환 능력이 취약한 노동자서민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취업자 수는 2,65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2% 확대된 31만7,000명 늘어났을 뿐이다. 2016년이나 2015년에 늘어난 수와 비슷하다. 2017년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2016년보다 1만6,000명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연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실업률도9.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시생, 당장 수입이 필요해 비자발적인 이유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일용직, 임시직노동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어 공식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청년체감실업률은 21.7%나 된다.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위기 해법(?)

 

문재인 정부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위기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중요한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인위적인 유효수요 확장으로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해소하려 했던 소위 케인스주의 방법론의 하나다. 케인스는 1930년대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수요(소비)를 강조했다. 정부 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등 국가 개입을강조했다. 인위적인 유효수요 확장으로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해소하려는 계획이다.

 

호황기에 이런 방법은 비록 일시적인 것이긴 했지만 과잉생산, 과잉축적을 완화해 전면적 공황을 회피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맹렬한 자기 확장 요구를 가진 자본은 수요가 확장되면 더 크게 생산을 확장하기 때문에 더 파괴적인 공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원리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케인스주의는 오래 힘을 쓰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케인스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20년간 지속된 호황기에나 그나마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금은 호황기가 아니며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호황을 제외한다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쇠퇴하고 있으며 나날이 반동성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여지는 갈수록 줄어든다. 임금인상으로 이윤율 하락에 직면한 수많은 자본가는 그렇지 않아도 줄인 투자를 더욱 줄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편 정책들은 초반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후 정부는 상여금, 식대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려는 개악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은 휴일 중복할증을 거부하고 기업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을 밀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진실이 시간이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부문 20여만 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이 확정된 노동자는 약 4만 2천 명 규모로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무기계약직을 비롯한 무늬만 정규직화가 포함된 수치다.

 

 

더욱더 집요해질 양보와 포섭 공세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 마련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양보를 받아내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공약에서 대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도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이윤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전제다. 현대기아차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대기아자동차 절반 수준만 지급하는 자회사 형태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규직 노조인 현대기아차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

 

또한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등에서의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포섭과 통제를 확대하려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월 3일 “지금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했다. 조선산업에서 2015년 이후 6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구조조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구조조정은 확대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에 대해 답이 없다고 했으며, 연말연초에비정규직 우선 해고를 자행했다. 금호타이어는 생산직 191명을 정리해고하고 임금을 총액 기준 30% 삭감하자는 구조조정 계획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동자계급의 삶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

 

작년 문재인 정부의 허울뿐인 개량 공세를 뛰어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계급의 분열이다. 인천공항공사, 서울교통공사, 전교조 등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게 대표적 사례다. 물론 민주노조운동 상층 지도부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뛰어넘으려 하지 않았고, 투쟁을 회피했다. 그런데 이 투쟁 회피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도 단결의 기운이 회복되어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커질 때 터져 나올 수 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는 노사정위 또는 노사정대표자회의 같은 덫을 성공적으로 가동하면서 허울뿐인 개량 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가들은 쉽게 최저임금인상 효과마저 무력화시킬 것이고, 구조조정을 거침없이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삶은 실제로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작년 12월 무기한 파업을 결의하고 힘차게 파업투쟁을 펼쳐 581명의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에 의존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의 단결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힘을 과감히 쓸 때, 노동자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드러날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단결투쟁에서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노조 할 권리 투쟁은 천만이 넘는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계급 대 계급의 대치선을 그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삶을 실제로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투사들은 단결투쟁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맞선 정치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다. 촛불투쟁 후 열린 투쟁의 공간을 끝까지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분명해질 문재인 정부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선 민주노조운동이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 핵심 과제는 노동자계급 단결 회복과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독립이다. 이 과제를 풀어내 2018년을 전진의 해로 만들자. 착취와 억압이 없는 평등한 세상, 노동자가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향해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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