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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위한 자본가들의 야만적 공격

모든 해고 금지를 전면 제기하자

 

이용덕

 

노동자세상 171호 (2018년 1월 3일)

 

2면 최저임금.jpg

 

 

역설적 상황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6.4% 인상된 시급 7,530원이다. 이번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라는 것은 인상률이 아닌 인상액(1,060원) 기준이다. 인상률로는 1991년 18.8%, 2000년 9월 2001년 8월 16.6%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여전히 저임금노동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6월 펴낸 “2018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천 명 가운데 266만4천 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2007년 8월에는 189만1천 명이었다.

 

이렇게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노동자, 또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두려워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가들, 특히 중소영세 자본가들이 해고와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꼬리 내리는 정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19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보완책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노동유연성 확대 등을 촉구했다. 각종 언론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해고를 계획하고 있는 중소영세 자본가들의 얘기가 넘쳐난다.

 

12월 23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자영업자, 중소기업 경영자 1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43.4%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부담 등을 이유로 아르바이트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아르바이트 숫자를 10~20% 줄이겠다는 응답이 22.5%에 달했고, 50% 이상 대폭 줄이겠다는 고용주도 10.1%였다.

 

정부는 3조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서 근로자 30명 미만인 영세사업자에게는 직원 1명 당 13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돈이 줄줄 샐 가능성이 높다. 숱한 중소기업이 30명 미만이라는 지원 기준에 맞추려고 직원 수를 급하게 줄이려고 하거나 앞으로는 추가 고용을 안 하겠다고 한다.

2019년부터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주더라도 2018년 수준만 주고 사회보험료나 근로장려세제 같은 간접지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봉책일 뿐이다.

 

자본가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2월 22일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에 보고된 ‘최저임금제도 6대 개선의제에 대한 전문가TF가 확정한 제도개선 권고안’에 따르면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할 뿐만 아니라, 1개월을 초과해 지급되는 임금도 총액을 유지하면서 매월 분할 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불이익 변경이 아님을 명문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금 최저임금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에 상여금, 숙식비, 초과근로수당 등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자본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마치 최저임금을 올려준 것처럼 생색낼 수 있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정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근로기준법까지 무력화하겠다는 속셈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잔인한 논리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예년에 비해 많이 올린 이유는 경기회복을 바랐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으로 소비 수준을 높여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임금인상 자체는 그 대가로 자본가 계급의 이윤율 하락을 반드시 요구한다. 이윤율 하락 때문에 자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줄인 투자를 더욱 줄이게 된다. 그 결과 생산 수준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낮아진 생산 수준과 임금인상에 따라 높아진 소비 수준 덕분에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은 잠시 좁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회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생산 수준이 대폭 추락하는 더욱 악화된 경제위기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본주의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임금인상과 자본의 이윤율 상승이 예외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시기가 전혀 아니다.

 

임금인상에 따라 최소한의 이윤율조차 위협받는 한계상황에 놓인 소자본가 집단은 필사적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노동강도를 높인다. 임금을 지급하는 노동시간 자체를 단축시키기도 한다. 경비원들에게 휴게시간을 늘리자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고용불안에 떠는 밑바닥 노동자들은 소자본가들이 강요하는 수천 가지의 부당한 계약조건, 노동강도 증가, 다양한 변형근로제, 임금삭감 등을 거부하기 어렵다.

 

 

조직노동자들의 사활적 임무

 

이 비극적인 상황을 돌파하려면 조직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만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노동강도 증대와 변형근로제 금지, 최저임금제 위반하는 자본가 구속 등을 함께 걸고 투쟁해야한다. 이런 법을 제정해 자본가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에 필요한 재원을 법인세 대폭 인상, 부유세 신설, 사내유보금 몰수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대중의 선두에서 책임 있게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온전히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대응은 너무 늦었다. 최저임금 1만 원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인상분이지만 예년에 비해 대폭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이 발표됐을 때 이 문제를 쟁점화했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움직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위에서 얘기한 조치들을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등으로 자본가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약속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과 자주적인 투쟁만이 해법이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뿐 아니라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노동시간 단축문제도 특히 저임금, 미조직노동자들에게 사활적이다. 미조직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조직노동자가 밑바닥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을 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기회를 최대한 붙잡아야 한다. 대대적인 미조직 조직화와 대량해고 문제를 사회쟁점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근본 대안

 

자본가계급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생산 결정권과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노동자계급의 모든 투쟁 성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무력화하려는 자본가계급의 공세는 이 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런 불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밑바닥 노동자를 비롯한 전체 노동자대중의 요구를 자기 요구로 받아 안는 계급적 운동을 펼쳐야 하고, 이 계급적 운동의 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철폐를 향해 공세적으로 전진해야 한다.

 

노동자에 의한 생산통제, 산업통제의 전망을 세우고 모든 비효율적인 경쟁과 낭비를 제거하며, 따라서 자본가 없는 세계를 선포하며 전진해야 한다. 그럴 때 경쟁 지옥에 시달려 온 중소자영업자들의 일부도 자영업자들 간의 무의미한 출혈경쟁 대신 사회적으로 조직된 소비조합과 생산조합으로 더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고, 기꺼이 노동자계급의 편이 되기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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